▲정의당 여영국 대표와 이은주 원내대표 등 의원들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정의당 대표단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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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직전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갑자기 발표한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은 세 가지 내용이었다. 그중 4인 선거구 분할 조항은 4월 15일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에서 삭제되었다. 그런데도 지역에서는 법률 개정을 비웃기나 하듯이 버젓이 법을 어기고 4인 선거구를 싹둑싹둑 잘랐다. 대구광역시는 4인 선거구 6곳을 모두 2인 선거구로 분할했고 부산광역시는 10곳 중 9곳의 4인 선거구를 분할했다. 둘째, 위성정당 방지법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기초의원 지역구 최소 정수를 2인에서 3인으로 바꾼다는 제안은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확대 도입의 효과 검증을 위하여 국회의원 선거구 기준 11개 선거구 내"에서 "3인 이상 5인 이하" 선거구제를 시범실시한다는 내용으로 통과되었다. 선거구를 '시범실시' 한다는 이 해괴망칙한 법률 부칙은 이번 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낳았는가?
3-5인 중대선거구제를 시범 실시한 기초의원 지역구는 전국 총 30개였다. 일단 그 중 서울 서초구 가/나, 서울 강서구 라, 경기 구리시 가/나, 충남 계룡시 가/나, 충남 논산시 나, 대구 수성구 바, 인천 동구 나, 인천 미추홀구 나, 충남 금산군 나 등 12개 선거구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제외한, 무소속이 아닌 제3당 출마자가 없었다. 거대 양당이 짧은 시기에 자의적으로 정한 시범 실시 지역구에, 당력이 약한 제3정당들이 갑자기 후보를 내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거대 양당이 진보정당들의 활동이 활발한 곳을 특별히 시범 실시 지역구로 선정해 줄 리도 없다. 예컨대 서울시 서초구 가 선거구는 4인 선거구가 되었지만 지역의 특성상 갑자기 진보정당이 출마하기 어려웠다. 결국 국민의힘 3명, 더불어민주당 2명, 무소속 1명이 출마했고, 국민의힘 3명과 더불어민주당 1명이 당선되었다. 4인 선거구제는 서초구에서 약한 더불어민주당을 위한 제도가 된 셈이다.
시범 실시 선거구에서 실제로 제3당이 후보를 낸 기초의원 선거구는 다음과 같다. 서울 성북구 가(5) 나(5), 서울 동대문구 마(4) 바(5), 서울 강서구 마(4), 경기 용인시 차(3) 카(4), 경기 남양주시 바(3) 사(5) , 광주 광산구 다(3) 라(3) 마(3), 대구 수성구 마(5), 인천 동구 가(4), 인천 미추홀구 가(3), 충남 금산군 가(3), 충남 논산시 가(5) 다(3) 등 18곳이다. 과연 3-5인 중대선거구제는 진보정당 등 제3의 정당에게 기회의 땅이 되었는가?
성북구 가선거구는 더불어민주당에서 3명, 국민의힘에서 3명이 출마하여, 더불어민주당 3명과 국민의힘 2명이 당선되었다. 정의당 후보가 출마했지만 거대 양당의 복수공천에 맥을 못췄다. 성북구 나선거구 역시 양당에서 각각 3명씩 출마해서 역시 더불어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이 당선되었다. 진보당 후보가 출마했지만 역시 당선권과는 멀었다. 동대문구도 상황은 비슷했다. 마선거구는 민주당 2명, 국민의힘 3명이 출마하여 두 정당이 사이좋게 2명씩 당선시켰고 진보당 후보는 낙선했다. 바선거구는 민주당 3명, 국민의힘 3명이 출마하여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이 당선되고 정의당 후보는 낙선했다.
시범 실시된 30개 기초의회 지역구에서 제3의 정당이 당선된 곳은 광주와 인천의 딱 4곳이다. 광주 광산구 다 선거구에서 진보당, 라 선거구에서 진보당, 마 선거구에서 정의당 후보가 각각 당선되었고, 인천 동구 가 선거구에서는 정의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이 4곳의 진보정당 당선에 중대선거구제 시범 실시가 실제로 도움을 주었는가? 광주 광산구 다, 라, 마 선거구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4, 2, 2 선거구였는데 선거구 재편성을 통해 이번에 3, 3, 3 선거구가 되었다. 라 선거구와 마 선거구는 4년 전에 모두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명씩 당선된 곳이었는데, 이번에 진보당, 정의당 후보가 각각 당선되었다. 특히 마 선거구의 정의당 후보는 3등 당선이므로 시범 실시가 아니었다면 당선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광산구 다 선거구는 조금 다르다. 4년 전에 정의당 후보가 민중당(진보당 전신) 후보를 근소한 차로 누르고 당선되었는데, 이번에는 4년 전 낙선했던 진보당 후보가 당선되고 그때 당선되었던 정의당 후보가 낙선했다. 당선된 진보정당과 후보가 교체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4년 전처럼 여기가 4인 선거구였다면 정의당 후보는 4등으로 당선되었을 것이므로 오히려 시범 실시로 된서리를 맞은 셈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인천시 동구는 4년 전에 2인 선거구인 가, 나, 다 선거구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번에 선거구 재편성을 통해 가(4), 나(3)로 선거를 치렀다. 4년 전에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선)이 사이좋게 3석씩 나눠 가졌는데, 이번에는 국민의힘 4, 더불어민주당 2, 정의당 1로 재편되었다.
선거제도 개혁 없으면 거대 정당 아귀다툼 못 벗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