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옷차림 지적은 왜 하는 걸까?

'패션 지적러'의 다섯 가지 심리

등록 2022.06.05 15:16수정 2022.06.0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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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질 ⓒ Dan Burton on Unsplash

 
글을 시작하기 전에 질문 하나. 1) 직장에서 옷차림 지적을 받은 적이 있나요? 2) 혹은 누군가에게 옷차림 지적을 한 적이 있나요? 3) 친구와 가족 관계에서 지적을 자유롭게 하는(또는 받는) 편인가요? 친구들에게 물어봤더니 보수적인 직장에서 옷차림에 대해 지적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요즘은 공과 사를 구분(젠더 이슈도 있고)해 말을 조심하는 문화가 강해지는 추세라 이런 옷차림 지적질이 줄어드는 추세 같은데, 검색을 해본 결과 가족관계에서는 여전히 자유로운 지적(애정어린 조언?)이 오가는 듯했다. 코칭을 할 때도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옷을 너무 못 입는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코칭을 신청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내 스타일에 자신이 있고 옷을 입은 내 모습이 마음에 들기 때문에 남이 뭐라 하든 '아이 돈 케어(I don't care, 신경 안 써)라면 상관없지만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듣는다면 누구라도 신경이 쓰일 터, 오늘은 패션 지적질하는 심리가 궁금해 5가지를 뽑아왔다.

1. 존재감 어필

악플을 다는 심리와 비슷하다고 보는데 나라는 존재를 악플로 표현하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내 존재를 어필하고 싶은데 그 도구 중의 하나가 '옷차림'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 사람이 옷을 못 입든, 잘 입든 개인의 영역이라 생각하기에 터치하지 않는다. 모르기 때문에 말을 안 하는 게 아니라 개인의 영역이라 존중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내 눈에 이상한 건 반드시 지적을 하고 싶은 사람은 그런 것에서조차 존재감을 찾고 싶어하는 심리가 작동하는 건 아닐까.

2. 미적 센스 과시

1번에 이어진다. 미적 센스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것이다. '나는 옷차림에 대해 이 정도는 볼 줄 알지.' '내가 보기엔 그 셔츠는 그 바지랑 안 어울려.' '상의 채도가 좀 더 낮아야 하의랑 어울린 달까?' 하지만 미적 센스를 과시하는 사람치고 그 미적 센스를 자기에게 들이대 스타일리시함을 뿜어대는 사람은 왜 없을까. 법륜스님은 '아무리 옳은 말이어도 다른 사람이 틀리다는 용도로 쓰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미적 센스를 과시하고 싶다면 거울 보고 하라.


3. 오지랖 과잉

나이 들면서 이상하게 오지랖이 생긴다. 버스 정류장에서 안절부절하는 사람이 있으면 궁금하고 물어보고 싶고, 도움이 필요하다 싶으면 마음 속으로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지, 오지랖은 아닌지 세 번 이상 생각하고 행동에 옮긴다. 하지만 세상을 이롭게 하는 오지랖이 있는 반면,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오지랖이 있다. 마음이 태평양인 사람들은 나를 위해 패션 지적을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볼 수도 있겠지만(대부분 다이어트 동기부여로 많이 이용) 진짜 도움이 되고 싶다면 상대방의 원츠가 있는지부터 살펴볼 것.

4. 의도적 생채기

이것 역시 1번과 이어진다. 그냥 상처 주고 싶어서다. 누군가를 이유 없이 미워하거나 싫어해본 적이 없어서 이런 심리에 잘 공감은 가지 않으나 자신의 화를 풀 곳이 없는 사람들은 희한하게도 자신이 공격할 지점은 기가 막히게도 잘 캐치한다. 그렇게라도 화를 풀어야 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은 마음. 성숙하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의 화를 돌아보고 옅게 만드는 방법을 탑재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스스로 화를 풀지 못하니 주변 사람들에게 어디 꼬투리 잡을 것이 없나 촉을 세우는 것이다. 상처를 주는 사람들은 잘 보면 스스로의 상처를 잘 봉합하지 못한, 상처가 많은 사람들이다.

5. 인정욕 빙자 가스라이팅

<애나 만들기>라는 미드를 보면 감옥에 있는 애나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기자의 옷차림이나 몸매에 대해 애나가 지적하고 평가하는 장면이 몇 번 나온다. 임신한 기자에게 뚱뚱하다는 둥, 그런 신발은 어디서 샀냐는 둥 애나는 사기를 친 범죄자이지만 기자는 묘하게 그녀의 말이 신경 쓰인다. 이건 가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고 보이는데 엄마에게 인정받고 싶은 딸이, 남편에게 인정받고 싶은 부인이, 딸에게 인정받고 싶은 엄마가 지속적인 패션 지적에 대해 신경 쓰고 상대방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해가는 걸 말한다. 그 변화가 나도 원하는 것이라면 괜찮지만 이게 통제의 수단으로 작용하는지는 스스로 잘 판단해보길 바란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남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지지않는다)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옷차림을 지적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알면 그런 지적을 받아도 쿨하게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시작했다. 그래서 나도 한 번 만들어본다. 지심지기 불전여승! 심리를 알고 나를 알면 싸우지 않고도 이긴 것과 같다. 조언과 지적은 한 끗차이다. 상대방이 원하느냐, 원하지 않느냐. 오늘도 패션 지적의 전장에서 승리를 쟁취해보자!
#패션지적 #옷차림지적 #스타일코치 #행복한옷입기코치 #스타일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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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속 악순환 줄이는 옷경영 코치. 건강한 멋과 삶, 옷장/쇼핑/코디 코치 <4계절 옷경영 연구소> [책]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 / 주말엔 옷장 정리 / 기본의 멋 / 문제는 옷습관 / 매일 하나씩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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