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19일 '충남 인권조례 폐지를 위한 충남 범도민대회'에 참가한 참가들은 '양성평등 YES, 성평등 NO'라고 쓰여진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영근
성평등과 양성평등, 둘 다 영어로 하면 'gender equality'이다. 헌법에 따른 평등을 실현한다는 법에 누군가를 차별하는 내용이 들어갈 리도 없다. 그럼에도 양성평등이라는 이름 아래 성소수자를 배제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정부부처인 여가부가 이야기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양성평등/성평등의 잘못된 프레임은 계속해서 차별을 만들어냈다.
여가부 폐지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이처럼 계속해서 여성과 성소수자를 분리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확산시킨 여가부의 그간의 태도는 분명히 문제적이다. 그러나 이것이 여가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이유가 될까. 결코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고 여가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태도는 기존 이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확대 재생산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가부 폐지에 동의한다고 한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취임 시작부터 성소수자 혐오를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 5월 11일 인사청문회에서 김 장관은 성별정체성을 포함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성범죄가 늘어나 여성들이 위험해진다는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그러한 주장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5월 23일에는 '2022년 버터나이프 크루 4기'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내며 그동안 청년 성평등 추진단이라고 썼던 용어를 청년 양성평등 추진단으로 변경하였다. 여가부는 성평등/양성평등을 계속 혼용해왔기에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양성평등이라는 이름 아래 성소수자를 배제해 온 역사를 고려하면 이는 절대 사소한 일로 볼 수 없다.
이처럼 성평등 전담기구의 필요성을 부정하며 여가부를 폐지하려 하는 윤석열 정부의 일련의 조치에 깔려 있는 것은 모두의 인권을 집단 대 집단의 문제로 갈라치기하고, 누군가를 배제하려는 혐오와 차별이다. 따라서 그 의중대로 여가부가 폐지된다면 지금까지 이상으로 여성과 성소수자의 인권이 배제되고 구조적 차별이 고착화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그렇기에 성소수자 활동가로서 나는 여성가족부 폐지에 단호한 반대를 표명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욱 강화된 성평등전담기구
우리는 여성성소수자이다. 여성이자 성소수자로서 인권을 보장할 책무를 국가에 요구할 수 있다. 우리는 성소수자들을 낙인찍고 차별하고 배제하고 혐오하도록 부추기는 성차별적 의식과 제도들에 맞설 것이다. 성차별에 맞서는 모든 행동들은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행동과 한 편이 될 수 없으며, 성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차별은 성평등이라 부를 수 없다. 성소수자의 인권 없이는 성평등도 없다. - 2015년 여성성소수자 궐기대회 선언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