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글씨 습관을 위해 동시를 필사 하고, 글씨체에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보았습니다.
진혜련
요즘은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많이 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손으로 연필을 쥐고 글씨를 써보는 경험량이 적다. 자판으로 치거나 사진으로 찍으면 된다고 생각해 굳이 손으로 써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고 해도 바른 글씨 습관은 학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글씨는 단순히 보기에 좋고 나쁘고를 떠나 학습 태도 및 학습의 효율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글씨를 정성 들여 또박또박 쓰는 아이들은 대개 학습 태도도 차분하고 집중력도 좋다. 바른 글씨는 노트 필기 및 학습 정리가 잘 되는 것으로 이어져 학습 능률 또한 올라간다. 반면 글씨를 성의 없이 막 쓰는 아이들은 안타깝게도 본인이 가진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학 문제 풀 때 자기가 쓴 숫자를 잘못 봐서 계산에 오류가 생기는 일, 답을 알고 있어도 글씨 때문에 평가자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지 못해 감점이나 오답 처리가 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서술형, 논술형 평가가 점점 확대되는 추세에 엉망인 글씨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나는 학습의 첫 번째 단추 역할을 하는 아이들의 글씨를 바로잡고 싶었다. 글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한 습관으로 굳어져 나중에는 고치기 더 힘들 것이다. 평소 아이들에게 "글씨는 너의 또 다른 얼굴이야. 예쁘게 쓰자"라고 누누이 말해 왔지만 아이들의 글씨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보다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약 2주 동안 국어와 창체 시간을 활용해 바른 글씨 쓰기 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해 보았다. 사실 성격만큼 고치기 힘든 것이 글씨이기도 한데 과연 아이들의 글씨가 달라질 수 있을까? 의심하기도 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아이들의 글씨는 꽤 많이 바뀌었다. 특히 내가 놀랐던 건 그동안 내 잔소리에 조금도 굴하지 않고 변함없이 '악필'이었던 두 아이의 글씨가 좋아졌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어떨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변화가 있다는 자체가 무척 희망적이라고 본다. 글씨가 바뀌니 아이가 달리 보인다. 아이들의 바른 글씨 습관을 위해 우리반에서 했던 교육활동은 다음과 같다.
2주간 필사, 이렇게나 예쁘다니
첫째, 매일 동시를 필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글씨 교정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가 필사다. 그런데 필사를 따분하게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다. 필사를 즐겁게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필사하느냐가 중요하다.
나는 동시 필사를 추천하고 싶다. 지난 어린이날 반 아이들에게 나태주 시인의 동시집을 선물했는데 아이들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꺼내 읽을 만큼 그 책을 마음에 들어 했다. 쉽게 잘 읽히고,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를 아이들은 좋아했다.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오래 근무하셨던 시인은 누구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고 계신 듯하다.
시 필사가 좋은 건 천천히 따라 쓰면서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상하는 시간은 아이들에게 놀이이자 휴식이 되어주기도 한다. 또한 아이들은 BTS 노래 가사에 감동 받는 것처럼 시에서도 공감과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시집을 필사할 때는 처음부터 차례대로 쓰게 하지 않고 자기가 마음에 드는 시를 골라 적도록 했다. 공책은 글자의 모양과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칸 공책을 사용했고, 너무 많이 쓰면 지치게 되니 200자 이내가 적당했다.
둘째, 자신이 쓴 글씨가 아름다운 작품이 되는 경험을 하였다. 우리반은 날마다 함께 책을 읽고 '오늘의 책문장'을 쓰는데 평소에는 그것을 흰색 A4용지에 출력한 배움노트에 적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색감이 예쁜 머메이드지에 써서 책갈피로 만들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