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괜히 이 친구, 저 친구의 닉네임을 부르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진혜련
나는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어떤 닉네임으로 표현할지 궁금했다. 서로를 닉네임으로 부르는 아이들 모습을 상상하니 지금보다 더 친근하고 다정한 교실이 그려졌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아이들이 그저 장난스럽게 임해 오히려 존중과 예의가 무너지면 어쩌지 하는 염려도 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이벤트처럼 매주 금요일마다 '닉네임 데이'를 가져보자고 했다. 아이들은 단번에 "재밌겠다!"고 외치며 내 제안을 반겼다. 설명이 다 끝나기도 전에 교실 여기저기서 "나는 자이언트로 해야지," "나는 도도새!", "선생님, 저는 라이카로 할 거예요!", "고등어도 괜찮죠?"라는 소리가 시끌벅적하게 들렸다.
"얘들아. 선생님은 여름이야. 여름이란 계절은 선생님에게 더위보다는 생생하다는 느낌을 줘. 특히 여름이 되면 울창해지는 숲이 좋아서 그렇게 지었어."
"선생님, 그럼 여름쌤이라고 부르면 돼요?"
"아니, 그냥 여름이라고 불러줘."
"우와! 정말요?"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을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꽤나 놀라웠던 모양이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말 그래도 되냐고 나에게 몇 번을 되물었다. 그렇게 금요일이 되자 교실은 평소보다 왁자지껄했다. 아이들은 괜히 이 친구, 저 친구의 닉네임을 부르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죠스바, 오늘 학교 끝나고 뭐 할 거야?"
"사과야, 우리 이따 놀이터에서 놀고 가자. 새싹이랑 랜디도 같이."
말을 건넨 아이, 대답하는 아이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묻어났다. 나 또한 아이들의 닉네임을 가능한 한 많이 부르려 했다. 아이들에게 너의 존재를 몹시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는 걸 그렇게나마 표현하고 싶었으니까. 뭐니 뭐니 해도 아이들에게 가장 큰 재미는 선생님을 여름으로 부르는 것인 듯했다.
"선생님" 대신 "여름", "얘들아" 대신 "별똥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