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공
픽사베이
첫 체험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자려고 누웠는데 자꾸만 머릿속에 아까 그 축구공이 날아다녔다. 결국 그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그날 밤 마지막 든 생각은 다음과 같은 문장이었다.
'아, 이거 못하는데도 이렇게 재미있는데 잘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두 존재를 병으로 잃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헬스부터 벨리댄스, 요가, 필라테스, 점핑 트램펄린 등 각종 운동을 놓지 않고 꾸준히 해왔다. 하지만 대부분 혼자 움직였고, 다른 이와 합을 맞추어야 하는 운동은 거의 처음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팀으로 하는 운동이 내 상태를 개선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당시의 나는 혼자 있을 때마다 침잠했으니까. 누군가와 무엇으로든 함께 있어야만 했다.
축구는 매일 타인과 나를 연결시켜주고, 혼자가 아니라 같이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며, 바닥을 박차고 달리게 해주었다. 회사 동료들과 애플워치 그리고 축구. 질펀한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나를 살려준 이 세 가지가 이야기하는 건 결국 '연결'이 아니었을까.
이 정도면 축구해도 되지 않아?
늦은 나이에 든 축구 바람으로 매일같이 운동장으로 뛰어나가는 나를 보며 주변에서 걱정이 많다. '여자가 웬 축구를'이라는 놀라움, '네 나이가 몇인데'라는 우려, '다치면 어쩌려고 그러냐'는 걱정까지. 그런데 말이다, 이거 하지 말라는 건 나보고 다시 바닥을 기어다니던 그 시절로 돌아가라는 소리로 들린다.
물론 밥도 안 먹고 울기만 하며 글을 쓰던 그 시간이 내게 꼭 필요했지만, 그것만으로 지난한 삶을 채우기에는 남은 나날이 꽤 길 수도 있지 않은가. 작년에 우리 부부의 역사를 담은 책 <들어봐, 우릴 위해 만든 노래야>(후마니타스)를 출간하자마자 '지금 생을 마쳐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는데, 지금은 축구하고 싶어서 조금 더 살고 싶다. 심지어 세 번째 책도 내고 싶어졌다.
이 마음 정도면 축구해도 되는 거 아닌가.
편집자의 마음 - 공감하고 관계 맺고 연결하는
이지은 (지은이),
더라인북스, 2020
들어 봐, 우릴 위해 만든 노래야
이환희, 이지은 (지은이),
후마니타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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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출판노동자. 세 권의 책을 낸 작가. 근근이 뛰는 여성 아마추어 풋살선수. 나이 든 고양이 웅이와 함께 살고 있으며, 풋살 신동이 되고 싶습니다. 《편집자의 마음》, 《들어 봐, 우릴 위해 만든 노래야》, 《취미로 축구해요, 일주일에 여덟 번요》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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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처럼 견딘 시간... 이걸 만난 뒤 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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