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가꾸는 한국의 부피에 교사 장권호

[인터뷰] 전남 담양에서 숲을 가꾸고 있는 전직 교사 장권호씨

등록 2022.06.20 09:44수정 2022.06.2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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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당'이란 당호가 붙은 농막에서의 차담 장 선생은 취재 차 간 우리 기자 일행에서 차를 대접하면서 가족묘지, 농막, 묘목 농장 등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연화당'이란 당호가 붙은 농막에서의 차담장 선생은 취재 차 간 우리 기자 일행에서 차를 대접하면서 가족묘지, 농막, 묘목 농장 등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김광철

<우리교육>에서는 '학교 밖 교사'로 나무를 심어 가꾸는 전교조 교사로 널리 알려진 광주의 퇴직교사 장권호 선생을 선정하였다. 지난 5월 3일과 4일 장 선생을 취재하기 위하여 본 기자와 김민곤 <우리교육> 기획, 편집위원이 광주로 향했다.

우리를 태운 장 선생의 승용차는 그가 나무를 심고 가꾸는 담양군 무정면 안평리 산 71번지에 위치한 조림지를 향해 달렸다. 가서 보니, 숲은 남쪽을 향하여 경사가 급하게 뻗어 내린 야산이었다. 산 앞에는 한 50m 정도 넓이의 논이 자리 잡고 있고, 그 논을 건너면 영산강의 한 지류인 작은 내가 흐르고 있었다.
 
장권호 선생이 가꾸고 있는 숲 전남 담양군 무정면 안평리에 있는 장 권호 선생이 가꾸고 있는 숲
장권호 선생이 가꾸고 있는 숲전남 담양군 무정면 안평리에 있는 장 권호 선생이 가꾸고 있는 숲 김광철
 
사비를 털어 숲 가꾸기에 몰두하고 있는 장권호 선생


우리는 숲으로 들어가지 않고 내의 둑 위에서 숲을 바라보고 서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장 선생은 자신이 가꾸어 놓은 숲에 대하여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이 땅의 넓이는 약 1만 평인데, 2007년 당시 돈 6천만 원을 주고 샀어요. 당시는 소나무 등이 듬성 듬성 들어서 있고 묘가 10기 정도 있는 야산이었습니다."

장 선생의 숲에 대한 설명이 계속 된다.

"저 밑에 보이는 파란 나무들이 편백나무이고 약간 불그스름한 키가 좀 큰 나무들이 삼나무입니다. 그리고 산 능선 쪽에 푸른빛을 띠고 있는 침엽수들이 소나무고요."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산 중턱에 연녹색의 나무들이 띠를 이룬 것 같이 서 있는데, 상수리나무나 졸참나무와 같은 참나무들이죠?"

"우와, 선생님 어떻게 멀리서도 그렇게 구분을 잘 하십니까?"


"제가 퇴직하기 전 학교에 근무할 때 생태, 환경에 대하여 공부를 좀 했거든요. 특히 식물 분류와 숲 생태에 관해서는 강사로 나가기도 했어요."


"장 선생님, 숲의 천이에 대하여 들어보셨지요? 저 술은 조림을 한 편백나무와 삼나무 외에 소나무가 우점종으로 보입니다. 만약 저 숲을 사람이 간섭을 하지 않고 자연 상태로 가만히 놔두면 서서히 참나무들이 침엽수 숲을 잠식해 들어갈 것입니다. '숲의 천이' 현상이 일어나겠지요. 우리나라의 중부 지방에는 양수인 소나무 숲이 음수인 참나무 숲으로 바뀌고 100여 년이 지나면 서어나무, 까치박달이나 신갈나무 등과 같은 나무들이 숲을 지배하게 된다고 해요. 이런 상태를 극상림이라 하는데, 그 상태가 되면 더 이상 천이가 일어나지 않지요. 그런 상태가 되면 온갖 동식물들이 깃들어 종 다양성이 풍부한 아주 건강한 숲이 된다고 합니다."

장 선생은 기자의 말을 받는다.

"건강한 숲은 혼효림이 좋다고 해요. 그래야 다양한 동식물들이 서식을 하여 종 다양성이 풍부해지죠. 상호 경쟁을 하지만 병충해 등의 피해로 숲 전체가 파괴되는 일이 없이 상보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건강한 숲으로 발전을 해 나가지요. 침엽수 밑에는 타감작용으로 인하여 다른 식물들이 잘 자라지 못해요."

"선생님, 저 밑에 작은 대나무들이 보이죠? 처음에는 이 산에 대나무들이 많아 다른 나무들이 잘 자랄 수가 없었어요. 대나무를 제거하는 방법은 굴착기로 파거나, 제초제를 뿌리거나 아니면 죽순이 나올 때 해마다 잘라주면서 시간이 지나면 저렇게 약한 죽순이 올라오면서 서서히 죽어가지요. 숲 가꾸기 하는 사람이 제초제를 쓰거나 굴착기를 쓰는 것은 정서상 허락되지 않더군요. 그래서 누가 이기나 죽순과의 전쟁을 몇 년째 벌였더니 저런 모습이 되더군요."


그러면서 허허 너털웃음을 웃는다.
 
장선생과 김민곤 편집, 기획위원 장 선생이 가꾸는 숲 앞 영산강 지류의 내를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 기념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장선생과 김민곤 편집, 기획위원장 선생이 가꾸는 숲 앞 영산강 지류의 내를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 기념 사진을 한 장 찍었다.김광철
 
김민곤 위원이 질문을 던진다.

"장 선생님은 어떻게 이런 숲을 가꾸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제가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에서 하는 생태, 환경 교육 연수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연수를 받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하여 숲을 가꾸고 키우는 일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장차 교직에서 물러날 때를 대비해서라도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여 현직에 있을 때부터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숲 가꾸기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사업 아니겠습니까? 학생들 키우는 일 외에도 뭔가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기자가 반문을 했다.

"숲을 가꾸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당장 수익이 생기는 것도 아닐 텐데 숲 가꾸기를 하겠다는 생각을 하셨다는 것이 대단하세요 사람들이 미쳤다고 하지 않아요? 특히 사모님께서 반대는 없으셨는지요?"

"선생님은 숲의 공익기능에 대하여 잘 아시짆아요? 기후위기의 주범인 탄소 흡입, 홍수, 산사태 방지, 좋은 경관과 휴식처의 제공 등. 저의 사적인 이익보다는 이런 공익적 기능에 관심을 갖고 시작하였습니다. 제 아내는 제가 결혼한 이후 아무리 힘들어도 제가 하는 일에 반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숲 가꾸기도 마찬가집니다. 이런 저를 보고 마을 사람들도 처음에는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지금은 모두 긍정적으로 대해 줍니다."


"산림청이나 도나 군 등 행정기관의 지원은 없나요?"

"산림청에서는 어린 나무들이 자랄 때는 사람들을 보내 가지치기도 해 주고 주변의 잡초도 베어주는 등의 인력 지원을 해 주기도 합니다."


김민곤 위원이 말을 보탠다.

"장 선생은 '나무를 심은 사람'에 등장하는 숲을 찾아가 며칠 간 여행을 하면서 숲 공부를 한 적이 있다던데..."

"그렇습니다. 제가 2000년 여름에 제 아내와 함께 그 숲을 찾아 프랑스 프로방스로 가서 답사를 하면서 개인 연수를 한 적도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김민곤 위원이 장 선생 평을 한다.

"장권호 선생은 한국의 부피에 교사예요.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동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부피에를 연상하게 해요. 프로방스를 지나 알프스로 향하면서 만날 수 있는 마을을 배경으로 하여 쓴, 프랑스의 작가 자오노의 동화에 등장하는 '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 부피에 말이에요. 남들이 별로 알아주지도 않은 일을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신념을 갖고 돈을 주고 시간을 사고 있으니 말이에요"
  
묘목 농장 인근에 있는 농막 농막 옆에는 장 선생의 조부모와 부모님 등 가족 묘지가 있었고 인근에 이팝나무 등을 가꾸는 농장이 있는데, 그 곳을 관리하고 있는 농막이다
묘목 농장 인근에 있는 농막농막 옆에는 장 선생의 조부모와 부모님 등 가족 묘지가 있었고 인근에 이팝나무 등을 가꾸는 농장이 있는데, 그 곳을 관리하고 있는 농막이다김광철
   
멧돼지 퇴치를 위한 기구 흐르는 물을 이용하여 물이 차면 기구가 들리면서 소리를 내도록 한 장치를 만들어 멧돼지를 좇고 있었다. 그외에도 빛, 형상 등을 이용한 다양한 방식의 장치들을 해 놓고 있었다.
멧돼지 퇴치를 위한 기구흐르는 물을 이용하여 물이 차면 기구가 들리면서 소리를 내도록 한 장치를 만들어 멧돼지를 좇고 있었다. 그외에도 빛, 형상 등을 이용한 다양한 방식의 장치들을 해 놓고 있었다.김광철
 
이 말에 필자와 장 선생도 크게 웃고 우리는 장 선생이 나무 묘목을 키우는 농장으로 향했다.

그곳은 담양이 아니라 곡성군에 속한 곳이었다. 조부모님 산소와 부모님 산소가 모셔져 있는 가족 묘지였다. 그 옆에 이팝나무 등을 심어 가꾸는 작은 농장이 있었다.

묘목을 심어 가꾸는 밭에 멧돼지들이 들어와 땅을 휘갈아 놓고 나무를 파버리기도 하기 때문에 멧돼지 퇴치에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장 선생은 소리와 빛 등을 이용한 각종 아이디어 기구들을 개발해서 설치해 놓고 있었다. 그중에 흐르는 물을 파이프를 이용하여 받아서 그릇이 차면 넘치는 힘으로 쿵 소리를 내도록 한 장치가 눈길을 끌기도 하였다.
 
'풍경이 전해준 온기' 등 출간 장 선생은 연화당 농막에서 전교조 광주 신문 편집장으로 활동을 하면서 썼던 글 등을 모아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풍경이 전해준 온기' 등 출간장 선생은 연화당 농막에서 전교조 광주 신문 편집장으로 활동을 하면서 썼던 글 등을 모아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다.김광철
 
묘목 농장을 둘러보고 농막인 연화당으로 와서 장 선생의 숲 가꾸기와 전교조 활동 등에 대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곳 농막인 연화당에서 장 선생은 전교조 광주신문 편집장으로 활동을 하면서 썼던 글들을 모아 '풍경의 전해 준 온기', '사람의 숲에서 만난 詩'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고 한다.  
 
연화당에 걸려있는 서각 작품 장 선생은 부인과 함께 서각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 연화동 농막에서 장 선생이 전교조 활동을 하면서 광주신문 편집장으로서 연재를 했던 '풍경이 전해 준 온기', '사람의 숲에서 만난 詩' 등의 원고를 집필하기도 했다.
연화당에 걸려있는 서각 작품장 선생은 부인과 함께 서각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 연화동 농막에서 장 선생이 전교조 활동을 하면서 광주신문 편집장으로서 연재를 했던 '풍경이 전해 준 온기', '사람의 숲에서 만난 詩' 등의 원고를 집필하기도 했다. 김광철
  
장 선생은 말한다.

"교직에 있을 때는 학생들을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키우고, 학교에서 나와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하여 나무를 키우고 있다. 사람을 키우는 것도 그렇지만 나무를 키우는 것도 사전에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교직에서 물러날 때를 대비하기 위하여 숲 가꾸기에 대하여 미리미리 준비해 두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숲 가꾸기 사업은 만약 자신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현재 산림청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둘째 아들이 이어받아 지속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부피에 교사를 만나고 나니 평생 꼼꼼하게 준비하고 쉼 없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장 교사의 열정에 저절로 머리가 끄덕여졌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계간 <우리교육> 2022년 여름호에 실렸던 내용을 요약, 발췌한 것이다.
#숲을 가꾸는 교사 #장권호 선생 #한국의 부피에 #준비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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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초등위원장,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을 거쳐 현재 초록교육연대 공돋대표를 9년째 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의 혁신학교인 서울신은초등학교에서 교사, 어린이, 학부모 초록동아리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 초록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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