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한파 속 난방이 안 되는 비닐하우스 속 불법 가건물 기숙사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고 누온 속헹씨의 동료 짠나씨가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설명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조혜지
불법 가건물 기숙사 하지 말랬더니... "24평 집에 8명 욱여넣고 숙박업"
실제로 속헹씨가 사망한 이후 고용노동부가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및 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제공할 경우 고용 허가를 내주지 않는 등 방침을 마련했지만, 이주노동자들의 실상은 변하지 않았다는 게 현장 전문가들 목소리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가 지난 5월 방문한 경기도 포천 소재의 한 채소농장의 가건물 기숙사도 마찬가지다. 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네팔 여성 노동자는 지난 3월 한국에 취업비자를 받고 일을 시작했으나, 고용노동부의 지침과 무관하게 열악한 거주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4평짜리 아파트에 외국인 노동자 8명을 몰아넣고 집단 합숙시키는 사업주가 있다는 이야기도 접수했습니다. 그 아파트의 월세는 60만 원인데, 8명의 노동자에게 매달 받는 기숙사비는 (각각) 25만 원이랍니다. 이제 숙박업까지 하는 셈이죠."
경기 포천 지역의 이주 노동자들의 주거 실태를 고발해오고 있는 포천 이주노동자센터 대표 김달성 목사는 최근까지도 정부의 지침을 꼼수로 변칙하고 있는 사업장을 발견했다.
"오늘날 이주노동자들 보면 1970년대 전태일이 보였다"
그는 "지난 3월 경기도 파주의 한 식품공장 컨테이너에서 잠자던 인도 노동자도 자정 넘어 화재가 나 목숨을 잃었다"면서 "(지침 이후) 변화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새 방침을 어기고 편법과 불법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 허가를 받는 사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1980년대부터 노동 선교를 해 온 김 목사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오늘날 이주노동자들을 보면 1970년대 전태일이 보였다. 경제 규모는 커졌지만, 구조적 억압은 더 심화됐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 후퇴 등 윤석열 정부 들어서 반노동적인 모습이 나오고 있어 우려가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