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에서 '인생템' 추천 받아 샀는데..."

단속 어려운 온라인 '가짜 리뷰' 여전

등록 2022.06.20 09:47수정 2022.06.2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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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의 자체브랜드 상품 리뷰 조작 의혹에 대해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한국소비자연맹 등 6개의 단체가 쿠팡이 직원들을 동원해 허위 리뷰를 작성했다고 고발했기 때문이다. 쿠팡은 지난해 자사 계열사 상품을 우대하거나 끼워 팔기를 했다는 알고리즘 조작 의혹을 받아 소비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빅데이터의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소비하기 위해선 검색이 필수이다. 리뷰는 우리의 소비를 어떻게 지배하고 있을까.

'온라인 팔랑귀' 현상

'온라인 팔랑귀' 현상이란, 온라인에 형성된 정보만을 우선으로 고려해 주체적 소비를 하지 못하는 현상을 이야기한다. 후기와 추천 수를 맹신하다 보니 각각의 개성과 다양성과는 거리가 먼 소비가 이뤄진다. 최수현(22)씨는 매번 외식하기 전 인터넷 후기를 꼼꼼하게 살펴본다. 그는 "수도 없이 많은 식당 중 최선을 선택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은 필수과정"이라 전했다. 이어 "온라인에서 검증받지 않은 선택은 확신이 없어져 도전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불법 바이럴 마케팅이 활개 치고 있다. 유명 커뮤니티에 업체들이 침투해 대가를 받고 일반 게시글처럼 관련 상품을 홍보하는 것이다. 명백한 광고성 게시글이지만 카페 회원 성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추천 후기형 콘텐츠를 올리기 때문에 일반 게시글과 구분이 쉽지 않아 소비자들의 혼란을 야기한다. 구아무개(21)씨는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인생 템이라고 추천해줘서 샀는데 알고 보니 홍보성 게시물이었다"며 "대가를 지급받았다는 것을 명시하지 않아서 홍보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고 전했다.

기자가 직접 바이럴·침투 마케팅 채팅방에 들어가 이야기를 나눴다. 핫딜 홍보를 위해 해당 URL을 받은 후 상담이 이뤄지는 시스템이었다. '표시광고법'에 따르면 광고성 후기를 작성할 때 그 의도를 명시하지 않으면 불법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를 규제할 방법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리뷰알바, 체험단 모집 오픈채팅방도 다수 존재했다. 직접 오픈 채팅방에 들어가 보자 대부분 네이버 카페에 가입해 리뷰어를 모집하는 방식이었다. 마케팅 회사에서 인턴 경험이 있는 김아무개(25)씨는 "회사 직원들에게 빵이나 음료를 주며 앱 리뷰를 쓰게 유도하기도 했다"며 "SNS 인플루언서들에게 제품을 협찬하거나 체험단을 운영하는 부서도 많았다"고 밝혔다. 가짜 리뷰가 물 흐르듯 양산됐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했다.

증가하는 리뷰의 중요성
 
a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 '소비자 리뷰 영향력 조사'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 '소비자 리뷰 영향력 조사' ⓒ 홍지혜

 
이토록 '리뷰'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직 마케터 권아무개(26)씨는 "과거와 달리 소비자가 직접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검색해보기 때문이다"며 "특히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리뷰로 판단하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리뷰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답했다. 지난 1월 소비자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소비자 리뷰 영향력 조사'에 따르면 쇼핑 시 후기를 확인한다는 비중은 97.2%에 달한다고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7년 57.9%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리뷰 조작 및 허위 리뷰는 다양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먼저 틀에 박힌 소비다. 김다연(22)씨는 "홍대쪽에서 쿠키를 구매하고자 #홍대쿠키 등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인기 유튜버가 추천한 쿠키 집만 나와 다른 상품을 찾기 어려웠다"라고 했다. 김한울(22)씨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을 사용 시 추천 수가 높은 비슷한 상품들만 메인화면에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개성 있는 다른 상품을 소비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소비 욕구를 충분히 충족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바이럴 마케팅, 조작된 후기에 가려 원하는 제품을 제대로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SNS 화장품 광고를 보고 구매한 김이슬(22)씨는 "막상 사용해보니 인터넷 색감 보정이 심해 원했던 색깔이 아니어서 실망했다"라며 "오프라인에서 상품을 비교하여 고민하지 않고 SNS 홍보와 후기에 의존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빅데이터 조작 위험성도 존재한다. 추천과 후기에 의존하는 소비는 개인의 취향이 아닌 빅데이터의 취향이다. e커머스 어플은 종종 연령대별 고객이 집중적으로 검색한 물품 추천과 함께 쿠폰을 발급해주며 구매를 유도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인기 제품을 제안하며 함께 구매할 제품까지 추가로 추천해 또 다른 소비까지 이끈다. 결국, 소비자들은 자신의 구매 의도보단 외부 요인에 의해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다수의 의견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빅데이터 조작의 위험성과 함께 추천 수, 후기 등 외부 요인만을 신뢰한 소비는 경계해야 한다. 더불어 리뷰 조작, 허위 리뷰를 경계할 뚜렷한 법안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다. 소비자들이 주체 의식을 갖고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
#허위리뷰 #불법리뷰 #바이럴마케팅 #리뷰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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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홍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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