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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지키는 타타르인들, 그 이유 들어보니

[마초의 잡설 2.0] 크림 타타르 부대장 이사 아카에프 인터뷰

등록 2022.06.21 09:22수정 2022.06.2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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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크림반도를 장악한 러시아 법원은 어머니 임종을 지키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크림 타타르 특수부대원에게 러시아 형법 제208조 제2항(러시아 연방의 이익에 반하는 목적으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무장하고 활동한다)을 적용, 징역 6년 형을 선고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좀 특별한 사이다. 러시아인은 우크라이나에, 우크라이나인은 러시아에 친인척이 사는 경우가 많은데, 분쟁으로 하루아침에 가족, 형제, 친인척 등이 적으로, 이산가족으로 나뉘었다. 내 친구인 우크라이나군 장교는 매일 러시아에 사는 누나에게 전화해 우크라이나에 전차병으로 참전한 조카의 생사를 묻는 게 일과다. "제발 전쟁터에서 서로 안 만나는 게 소원"이란다.

전쟁 초기부터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외국인 지원병들이 줄을 이었다("끝까지 싸울 것" 푸틴에 맞선 체첸·벨라루스인들 http://omn.kr/1yqq8). 대표적인 국제 군단 외에 벨라루시 파호니아 연대, 캐나다-우크라이나 여단, 조지아 군단, 체첸의 조하르 두다예프 대대와 세이크 만수르 대대 등 다양하다.
 
 크림 타타르 부대 마크를 단 부대원이 정찰을 하고 있다. 올 2월 24일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특수군사작전'을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벌이고 있다.
크림 타타르 부대 마크를 단 부대원이 정찰을 하고 있다. 올 2월 24일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특수군사작전'을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벌이고 있다. Батальйон Крим
 
그러나, 국제적인 관심을 받던 많은 수의 외국 지원병들이 전사했거나 또는 우크라이나를 떠나고 있다. 예측보다 길어진 전쟁, 불리한 전세, 적은 급여, 참전만 하면 받는 줄 알았던 우크라이나 시민권은 '완전한 전쟁 종료 선언 후'에나 가능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그런 전황에 묵묵히 영토를 지키며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가 '크림 타타르 대대'다. 타타르인은 우리에겐 낯선 민족이지만, 5세기 경부터 몽골 북동부와 러시아 바이칼 호수 주변에 살았다. 현재는 러시아 내 타타르스탄 공화국, 우크라이나 동부 크림반도 등에 흩어져 산다. 러시아의 소수민족 박해를 피해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이주한 타타르인이 수십만 명, 18세기부터 터키로 이주한 타타르인의 후예는 현재 약 수백만 명이라고 추정한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인구의 10%를 넘게 차지하고 있는 크림반도 타타르인은 대부분 정통 이슬람교를 믿는 순니 무슬림이다. 상당수가 정교회 신자인 우크라이나도 오랫동안 무슬림 소수민족인 크림반도 타타르인들을 이방인 취급하며 무시하고 차별해왔다. 그러나 크림반도에서 러시아에 대항해 싸우자 타타르인을 보는 시선도 바뀌었다.  
크림 타타르 부대장인 이사 아카예프(Isa Akayev)는 "러시아 내 무슬림과 러시아 편으로 참전한 무슬림은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거나 우크라이나 군복을 입어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사 아카예프는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하자 수도 키이우로 피신해 타타르인들을 모아 무슬림 특수부대 '크림 타타르 대대(Батальйон Крим)'를 창설했다. 올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부대를 제일 먼저 전선에 투입했다.  

필자는 5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 한국 언론 처음으로 크림 타타르 부대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사 아카예프와 접촉은 위치 노출 등 보안 문제로 꽤 까다로웠다. 양측에서 신뢰하는 중개인과 복수의 안전한 암호화 앱 메신저 프로그램을 거쳐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인터뷰는 영어와 러시아어로 진행했다.
  
 이사 아카예프(Isa Akayev) 크림 타타르 부대장은 우크라이나 정부를 도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워 크림 타타르 부대를 우크라이나 육군 휘하 정규 부대로 만들었다.
이사 아카예프(Isa Akayev) 크림 타타르 부대장은 우크라이나 정부를 도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워 크림 타타르 부대를 우크라이나 육군 휘하 정규 부대로 만들었다. Батальйон Крим
 
- 크림반도 타타르인들은 누구인가?
"크림반도 타타르인들은 타우리, 스키타이 등 오래전부터 크림반도와 남부 우크라이나 초원지대에 정착하던 여러 민족의 후손이다. 이 다양한 민족들이 수세기에 걸쳐 같은 영토, 튀르크어, 이슬람 종교를 구심점으로 하나의 크림 타타르족이 되었다. 영토의 일부가 13세기 말 몽골 제국 지배하에 있던 고대 러시아, 1783년 멸망한 크림 칸국의 땅이었다.  

18세기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하자, 크림 타타르 인구 수가 급속히 감소한다. 크림반도에 살고 있던 많은 타타르인이 우크라이나 남부와 러시아 남부로 강제 이주당했기 때문이다. 타타르인은 1944년 5월 18일을 잊지 못한다. 소련의 스탈린이 크림반도에 남아있던 20만여 명의 타타르인들을 나치의 첩자라며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시작한 날이다. 수만 명이 이주 중에 죽었다.


크림반도는 타타르인의 선조 대대로 영혼이 깃든 정신적 고향이다. 그래서 타타르인들은 크림반도로 돌아가기 위해 수없이 노력했지만, 소련 공산정권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산정권이 느슨했던 1980년대 말부터 소련이 무너진 후 1990년대 말까지 많은 타타르인이 고향인 크림반도로 속속 귀향했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자 크림반도가 우크라이나에 남는지 아니면 러시아의 일부가 되는지 국민투표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서 크림반도를 빼앗으려는 러시아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크림 타타르인 대부분이 크림반도가 우크라이나에 남는 것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크림 타타르인들은 타타르 자치국가를 원했다. 그래서, 크림반도에서 모스크를 새로 짓거나 복원하고, 자신들의 고유 정체성, 문화, 언어와 종교의 가치를 되살리려고 노력했다. 타타르 전통 이슬람 대학 등 교육기관을 세웠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합병하자, 러시아의 타타르인도 합병 반대 시위에 동참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한 후, 크림 타타르인의 박해와 체포 등 소수민족 차별이 다시 시작됐다. 제일 먼저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이 체포됐다. 타타르인의 정체성, 언어, 문화 보존에 노력하던 지식인들과 남자들을 불법으로 구금, 고문하며, 심각한 박해와 인종청소가 시작됐다. 형식적 재판을 통해 20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일부 타타르 남자는 살해되거나 실종되었다. 이게 현 상황이다."

- 크림 타타르 대대는 언제 창설했나?
"2014년 5월~6월 사이 창설했다. 당시 라마단(مَضَان 이슬람 금식월)이 시작되기 전이다. 라마단 직후 6명을 조직, 최초의 전투를 벌였다. 부대가 커지며 수백여 명으로 늘었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를 도와 크림반도 국경 순찰도 같이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의 관계를 말한다면 국가에 충성하는 마음으로 불편한 현실을 참고 견디고 있다. 전 세계 대다수 언론매체가 무슬림은 테러리스트라고 과장하며 왜곡하기 때문에 사실 무슬림에 대한 시선은 매우 따갑고 부정적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를 바라보는 우크라이나 정부 시각은 이제까지 약간 편향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이 바뀌었고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었다."
  
 크림 타타르 부대원들이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전투 경험이 많지만 공격용 중화기와 개인 보호 장구가 많이 부족하다.
크림 타타르 부대원들이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전투 경험이 많지만 공격용 중화기와 개인 보호 장구가 많이 부족하다. Батальйон Крим
 
- 훈련, 외국 군대 등과의 동맹은?
"일반 부대와 마찬가지로 항상 훈련한다. 우리가 받는 특수 훈련 내용, 전술, 위치 등은 극비사항이다. 분명한 건 우리는 우크라이나 육군 휘하 정규 부대다. 그래서 전투 능력, 전문 기술이 점차 향상되도록 훈련하고 있다. 신뢰할 동맹은 꼭 필요하다. 우리는 샤리아(شريعة 이슬람 전통 종교법)가 허용한 모든 방법을 통해 동맹과 최고 상태로 협력하며 노력한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동맹이 최고의 안보이기 때문이다."

- 푸틴 정권 및 러시아와 전쟁하게 된 동기?
"2014년 처음 전쟁에 참여해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2014년, 2022년 두 가지 다른 전쟁이 아니라 2014년에 시작된 전쟁이 오늘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현재는 전보다 더 거센 상황에 맞닥뜨렸다고 본다.

2014년 이전에는 우리는 러시아와 싸우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니 좀 더 일찍 우리의 목소리를 낼 걸 그랬다. 싸우는 이유는 먼저 우리 자신, 가족, 자유와 종교에 대한 보호다. 그 다음, 사는 국가 영토에 대한 보호다. 그리고, 오늘날 억압받고 있는 모든 민족의 보호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자유롭게 종교 생활을 보장해주는 국가를 지키는 것이다."

- 타타르 부대원들 가족, 친인척이 러시아에 남아있나? 
"불행히도, 러시아 점령지 크림반도와 러시아 내에 우리의 많은 가족, 친인척, 친구가 있다. 그들 대부분은 같은 심정으로 우리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내 친인척들도 모두 나를 지지한다. 러시아 점령지에 남아 있는 친인척들은 우리가 옳다고 지지하며 자유가 다시 오길 기다리고 있다. 솔직히 남아 있는 사람들이 걱정된다.

남자들은 전쟁터로 떠났다. 불행하고 안타깝게도 크림반도에 남아 있는 가까운 친인척들은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들이다. 그들은 피난할 기회가 있지만 떠나지 않았다. 집과 재산을 다 버리고 삶의 터전인 고향을 등지긴 그리 쉽지 않다."

- 기억에 남는 전투는? 
"최초의 전투가 기억에 남는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경 전략적 요충지인 도네츠 능선에서 벌어졌다. 우리에겐 준비할 시간도 없이 처음 겪은 힘든 전투였다. 우리 모두 무기, 병력이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침략군을 몰아냈다. 10일간 이어진 전투에서 어렵게 승리했다. 알라(الله 하느님)가 우리를 도와 이길 수 있었다. 알라가 우리에게 승리를 안겼다."

- 한마디 남긴다면?
"우리는 싸울 준비가 됐다! 우리는 어디서든 싸울 수 있다! 우리는 승리를 확신한다! 그래서, 우리에겐 무기와 탄약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현 국제 정세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나는 한국인들이 지금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확실히 이해한다. 이유는 러시아 때문에 오늘날 지도에 하나의 한국이 아닌 정치적으로 나뉜 두 개의 한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70여 년 전, 러시아와 중국의 도움으로 남한을 침략했던 북한을, 한국은 미국 등 연합군과 함께 물리쳤다. 오늘날 똑같은 일이 여기(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났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둘로 쪼개 동부에 북한과 같은 체제를 세우려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호소한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정치인들의 말은 더 이상 믿을 수 없어, 정치인들을 심판할 수 있는 국민들에게 호소한다.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고 서로 돕자! 이 세상을 더 좋게 바꾸자! 그리고, 무슬림, 기독교도, 불교도 등 모든 종교가 다 함께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

크림 타타르 특수부대 지휘관 이사 아카예프는 이렇게 대화를 마무리했다.

최근 DPA(독일통신사)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14년 러시아에 빼앗겼던 크림반도 영토를 되찾겠다며 서방에 빠른 무기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고, 미 WP(워싱턴포스트)는 우크라이나에 한반도와 같은 '제2 분단국가'가 탄생할 것이라는 관측을 냈다. 푸틴과 젤렌스키의 체스 게임에서 누가 상대방의 킹을 먼저 체크메이트를 할까? (서양 2인용 보드게임인 체스 게임에서 상대방 최고의 말(킹)이 체크인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 '체크메이트' 하면 승리다.)
#조마초 #마초의 잡설 #MACHO CHO #타타르 #우크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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