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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 80%? 윤석열 정부판 '빚내서 집사라'인가

[주장] 지역·주택가격·소득 상관없이 생애최초 대출 확대... '부동산 썰물' 시기에 부적합

등록 2022.06.21 10:23수정 2022.06.2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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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16일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여기엔 주거안정에 대한 대책도 포함됐다. 이날 제시된 주거안정 대책은 250만 호 이상 주택공급(공급대책), 부동산 관련 세금 감면(세제대책), 대출확대(금융대책), 전월세 시장 안정화(임대차 대책) 등이다.

'빚'을 많이 내게 해주겠으니 집을 사라? 

특히 필자의 눈길을 끈 건 집을 살 수 있도록 대출을 '파격적'으로 '확대'해주겠다는 대책이었다.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 (금융) 대출규제 단계적 정상화 등 실수요자 주거사다리 형성 지원

- 생애 최초 LTV 상한을 지역, 주택가격, 소득에 상관없이 80%로 완화하고 대출한도(현 4억 원)는 6억 원으로 확대

* 현재 생애최초 LTV우대시 적용되는 주택가격(투기과열지구 9억 원 이하·조정대상지역 8억 원) 및 소득 요건(부부합산소득 1억 원)을 미적용


윤석열 정부의 파격적 LTV 확대 정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대출한도를 획기적으로 늘려줄테니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주저말고 주택을 구입하라' 정도가 될 것이다.


물론 LTV를 파격적으로 완화한다고 해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라는 방화벽이 있긴 하다. 하지만 윤 정부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 "상환기간 중 차주의 소득 흐름이 보다 정확하게 반영되도록 DSR 산정 시 장래소득 반영방식 개선"이라는 내용을 포함시켜 놨다. 이 방식이 현행 방식보다 빚을 더 많이 내는 데 유리한지 여부는 불명확해 보인다.

금리 인상 전망, 새 제도 이용자 절대다수는 2040... 위험한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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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부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 권우성

 
이해하기 어려운 건 지금 이 시점에 대출 확대를 통해 집 구매를 용이하게 해주겠다는 윤 정부의 태도다.

지금이 어떤 시점이냐고? 유례없이 길고 강력했던 완화적 통화정책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해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른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바뀐 시점이다. 연초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미 연준)는 금리 상단을 1.75%까지 올렸다. 연말까지 3.4%이상으로 금리를 끌어올릴 것이 유력하다. 한국은행 또한 현재 1.75%인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최소 2.75%까진 올릴 것이 확실시된다.

2014년 이후 무려 8년에 걸쳐 진행된 부동산 대세 상승이 유동성 홍수 요인이 압도적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 마디로 말해 자산시장에 '밀물'이 들어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 밀물이 '썰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미 우리는 가상화폐 시장의 붕괴와 증시의 패닉을 경험 중이다. 다음 차례는 부동산일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그런데 이런 마당에 대출을 파격적으로 확대해줄 테니 집을 사라?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20~40대가 압도적 다수일 것이다. 만약 20~40대가 대거 빚을 내 집을 사는 사태가 초래된다면 이들은 치솟는 이자부담에 신음하고, 떨어지는 집값에 절망하기 쉽다. 자칫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20~40대가 '빚의 노예'가 된 채 다주택자와 부동산 부자들이 던지는 매물을 비싼 가격에 받아주는 총알받이가 되지는 않을까 염려된다.    

윤 정부, '주택 구입에 신중하라'는 미 연준 의장에게 배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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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16일 기준금리 0.75%p 대폭 인상(자이언트 스텝) 발표 뒤 기자들과 가진 일문일답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이라면 약간의 재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찾고, 인플레이션이 다시 낮아지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다시 낮아져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미국 중앙은행의 총재로선 전례를 찾기 힘든 파월 의장의 발언은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년까지 계속 올릴 테니 최소한 그 이후로 주택구입을 미루라는 뉘앙스로 받아들여진다. 한편, 파월 의장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미국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2008년 11월 이후 13년만에 최고치로 뛰어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비록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 예측에 실패하고 대응에 실기했다는 비판에 직면해있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에게 '주택 구입에 신중하라'는 직언을 하는 파월 연준 의장의 태도와 자세는 평가할 만하다. 윤석열 정부는 대출 확대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파월 미 연준 의장에게 배워야 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이태경씨는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입니다.
#LTV #윤석열 #부동산 #주거안정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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