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대기중인 짐볼
김정아
도대체 이 학교에서는 무슨 기적이 일어나는 것일까? 왜 아이들은 반항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일을 할까? 사회의 곳곳에서 아이들이 사실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놀랄 만큼 많다. 우리네 학교에서도 아이들은 늘 스티커를 받기 위해 경쟁하고, 심지어는 일부 가정에서도 이런 당근과 채찍을 이용해서 자식들을 훈련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아무런 일도, 적어도 한국 교육에서의 '훈련'은 일어나지 않는다.
교사인 티모시가 존경하는 교육자는 알피 콘(Alfie Kohn)이다. 한국에도 이 교육자의 저서가 꽤 번역되어 나와있는데, 그의 교육법은 굉장히 파격적이다. 교실 안에는 자유가 있다. 누가 해야 하는 일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누군가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는다. 무슨 일로 인한 비난이 돌아오지 않는다. 이 학교의 방식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도록 돕는다는 데에 포인트가 있다.
이 교실의 운영방침은 아주 자연스럽고 인간적이다. 아이들을 존중하고 사랑하고, 하나의 인격체로 대할 때,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배운다는 것이다. 공평하다는 것은 모두에게 똑같은 것을 준다는 것이 아니다. 더 못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고, 더 잘하는 것이 자랑스럽지 않게 그냥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사람 구실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너무나 쉽게 자신들이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 교직원은 원칙상 서류 업무만 해야 하지만, 로리는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 아이들의 정서적인 면을 기꺼이 돕는다. 교사가 권위를 가지고 교직원을 대하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 의논하고, 서로가 필요한 부분을 채운다.
담당교사인 티모시는 며칠 전 은퇴를 했다. 어느덧 나이 70이 되어서, 매년 미루던 은퇴를 올해는 꼭 하기로 결심했지만, 아이들을 떠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자식을 두고 떠나는 마음을 느꼈기에 그 작별이 너무 아파서 은퇴를 앞두고 심지어 공황장애까지 겪었다.
그의 은퇴 뒤 새로 오는 교사가 어떤 사람이 될지에 대해서 모두들 엄청나게 고민을 했다. 지금까지 쌓아온 이 공동체의 분위기를 잘 유지할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갑자기 나타나서 규율을 세우고 아이들을 통제하기 시작한다면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몇 사람의 면접을 봤는데, 그중 한 사람인 신디는 이 학교에 왔을 때의 첫인상을 "놀랍도록 평화롭고 조용하다"라고 말했다. 예전에 다른 문제아들이 있는 대안학교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그의 입장에서는, 이런 학교가 어떻게 이렇게 평화롭게 유지될 수 있는지 놀라웠고 궁금했던 것 같다.
티모시는 그에게 알피 콘의 책을 두 권 내밀었고, 그는 그것을 가지고 가서 읽었다. 그리고 다음번 교사로 그가 선정되었다. 앞으로 그 학교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지만, 이미 구축된 이 분위기를 잘 이끌고 나아가서 더 많은 아이들이 희망을 가지고 어둠에서 나와 자기의 길을 찾아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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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많이 사랑하고, 때론 많이 무모한 황혼 청춘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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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은 없다, 사랑은 있다... 이 대안학교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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