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럽 월드 폴(Gallup World Poll) 조사 결과. 각각 삶에 대한 평가(왼쪽)와 긍정적 감정(오른쪽)으로 측정한 행복.
이승엽
낮은 소득 수준으로도 높은 수준의 웰빙을 누리는 복지국가 코스타리카는 주관적 웰빙인 '행복'뿐만 아니라, 객관적 발전지표에서도 높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보다 4~5배 낮은 1인당 GDP로도 그보다 높은 기대수명을 누릴 정도. 생태를 파괴하고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경제 성장을 멈추고, 오히려 경제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고 믿는 '탈성장'주의자들의 단골 사례가 된 이유다.
사실, 탈성장주의자들은 '이스털린의 역설'을 좋아한다. 경제 성장 없이도 인류의 복지를 증진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잘 뒷받침하기 때문. 그럼, 이스털린은 이 가장 급진적인 기후위기 대안에 대해서 뭐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제 요점은 성장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이 아닌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데 성장을 이용하라는 것이지요."
이제는 국제사회의 개발 목표 핵심에 자리하게 된 지구 환경의 '지속가능성'이 지니는 중요성을, 물론 이스털린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탈성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비교하면, 그의 입장은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에 가깝다.
"성장을 추구할 때는 그 내용에 '지속가능성'을 포함해야 합니다. 경제 성장을 완전히 폐기하기보다는, 차라리 성장의 혜택을 세금과 공공 정책을 통해 행복을 증진시키는 데 이용해야죠."
요컨대, 이스털린은 인류의 복지를 증진하는 데에 경제 성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굳이 경제 성장을 멈추라고 말하는 급진주의자는 아니다. 지구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진 경제 성장을 행복을 증진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면, 그는 기꺼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의 100세를 바라보는 나이로도 최신 데이터를 이용해 세계 각 나라의 행복을 계속 추적하고 있는 그는 최근에도 '이스털린의 역설'을 다루는 논문을 한 출판물에 실었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포털에 '이스털린의 역설'을 검색하면 검색 결과의 최상단에 노출되는
문서가, '역설'이 이미 반박되었다고 얘기하고 있던 것을 의식하며, 이스털린에게 실제 데이터는 뭐라고 말하고 있는지, 넌지시 물어봤다.
- 당신의 주장, '이스털린의 역설'을 반박하는 연구들도 있는데요. '역설'을 반증한 것으로 알려진 그 2008년 논문의 저자, 스티븐슨과 울퍼스가 2012년 다른 학자인 삭스와 다시 진행한 후속 연구에 의하면, '장기적으로도' 행복과 소득 사이에 시계열적 관계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들의 연구는 그들 스스로는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실제로는 장기가 아닌 단기적인 관계에 관한 것입니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시계열을 단축시켜 분석했지요. 저는 사용 가능한 가장 포괄적인 최신 데이터로, 저소득 국가 및 고소득 국가 모두에서 1인당 GDP와 행복의 장기적인 추세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켈시 오코너(Kelsey O'Connor)와 함께 최근 두 편의 논문들로 펴낸 연구에서도 증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