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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오름, 이러다 정말 큰일 납니다

[제주오름은 소비의 대상이 아니다 1]

등록 2022.07.12 15:49수정 2022.07.1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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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자연의 풍요로움을 즐기려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제주오름을 찾는 탐방객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제주오름은 자연과 역사, 그리고 제주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주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는 오름은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든 모태이고, 하늘이 내려준 존귀한 선물이다. 오름은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오름에서 생각하여야 할 것이 있다. '자연 속에서 나는 어떤 존재인지', '지금 밟고 있는 땅과 그 지역 이웃들에게 어떠한 사람인지', '경이로운 자연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어떻게 자연을 보존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들이다. 따라서 제주오름과 이곳을 찾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와 오름에 관한 정책에서 가장 기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3부에 걸쳐 풀어 보려 한다.


오름은 상품이 아니다

지금 제주오름은 상품처럼 소비되고 있다. 매장을 둘러본 후 구매하는 쇼핑 아이템처럼, 어느덧 제주오름은 소셜미디어라는 매장을 통해 관광객들에게 노출되어 소비되고 있다. 본인의 시간과 노력으로 오름을 오르는 게 뭐가 잘못이냐 되물을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러한 행태의 오름소비가 의도치 않은 결과들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오름과 관련된 잘못되고 부정확한 정보들이 많아졌다. 지금도 이 정보들은 계속 가공, 유통,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확산의 오류는 제주오름을 소비할수록 만족과 성취를 가진다고 착각하는 데 있다. 오름을 알기보다 자신만의 돋보이는 사진을 얻기 위해 오름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사람들이 다녀간 후 황폐해진 오름 환경과 남겨진 쓰레기, 그들의 배려 없는 생각과 무분별한 행위로 주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부 탐방객이 있다. 그들은 제주사람, 제주문화, 제주자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오해들을 만들고 도무지 존중하려 들지 않는다. 즉, 제주오름은 시간과 돈, 노력을 써서 없앨 수 있는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모른다.

소비란 일반적으로 일정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재화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을 말하지만 생산을 이끌어 내는 상호적인 관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제주오름에서 소비는 제주자연에 전혀 기여하지 않고 있는 비생산적인 것이다.


오름에 오는 사람중에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상품을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상품의 가치가 아닌 자신의 기호를 위해 소비하고 그 누구나 해보는 것을 하지 못하면 마치 그 상품의 브랜드를 가지지 못한 자괴감에 빠져드는 형태이다. 이런 소비 형태는 제주자연과 제주사람의 공동체를 파괴하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a 새별오름 줄지어 오름을 오르는 사람들

새별오름 줄지어 오름을 오르는 사람들 ⓒ (사)제주오름보전연구소


오름과 사람이 함께 할 수 있을까

화산이 만들어 낸 생태자원의 보물덩어리 제주오름은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공존은 여러 이상의 다른 종족들이 서로 차별하지 않고 함께 사이좋게 섞어 사는 것을 말하며 서로 다른 둘 이상의 생활체가 함께 존재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것은 자연 생태계에서만 이루어지는 경우다.


여러 식물이 같은 장소와 공간에 살게 되면 경쟁은 피할 수 없지만 식물이 사는 시기나 계절을 달리하면 경쟁을 피할 수 있다. 이를 공존이라고 한다. 자연에서 공존은 물과 양분 등의 이용에 제약을 받지 않아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지 않는 지속 가능한 생존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곳에 사람이 들어가 공존할 수 있을까? 사람은 자신과 자신의 다음 세대를 위한 풍요로움을 간직하고자 노력하는 개체이다. 사람이 자연에 끼어들면 결국 파괴로 이어진다는 걸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이 아닌 공생할 수 있을까? 서로 다른 종의 개체들이 밀접한 관련을 맺고 이익을 주고받으며 삶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공생이다. 생명 종류가 다른 생물이 같은 곳에서 살며 서로에게 이익을 주며 함께 살아야 하는 데 사람과 자연은 그럴 수가 없다. 사람이 그런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이기적인 행동이 강하다. 어쩌면 그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생명의 본질일 수도 있다.

식물은 사는 환경과 삶의 방식이 각기 다르므로 살아남기 위해서 삶의 에너지를 자신만을 위해 집중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공존과 공생을 통하여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한다. 사람은 이기적이라 자신에게 편리함만 찾기 때문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상리공생은 사람의 마음속에 있을지 몰라도 행동으로 하기엔 너무 먼 이상향이다.

그렇다면 서로 잘 어울려 모순됨이나 어긋남이 없는 삶을 자연과 사람이 동시에 누릴 수 있을까. 사람은 마음 깊은 곳에 생태나 환경과의 조화 속에 살고자 하는 감성이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으로 향하는 자연스런 감성을 깨닫는다면 자연과 조화되는 삶을 살며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개발의 남용은 자연파괴를 불러 오지만 사람의 삶의 방식을 자연과 동화시키는 방향으로 변화시킨다면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생각과 행동이 제주 오름의 삶에 도움을 주며 오름 속으로 다닐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자연은 인간을 위한 것이다?

'자연환경보전법' 제2조에 의하면 "자연환경"이라 함은 지하·지표(해양을 제외한다) 및 지상의 모든 생물과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비생물적인 것을 포함한 자연의 상태(생태계 및 자연경관을 포함한다)를 말하고 있으며 "자연자산"이라 함은 인간의 생활이나 경제활동에 이용될 수 있는 유형·무형의 가치를 가진 자연상태의 생물과 비생물적인 것의 총체를 이르고 있다.

여기에 보면 생태자원이 단순한 생물자원이나 자연자원이 아니라 주변환경 및 인간의 활동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자원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이런 해석은 인간의 활동을 위해 자연자원의 적절한 활용을 넘어 지나친 이용을 할 수 있게 한다. 세계에서 벌어지는 화석연료의 경고, 급격한 기후변화, 인간이 편리하고자 생산하는 플라스틱, 인간을 위하여 자연을 해치는 난개발이 지금 시시각각 인간에게 큰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인지하면서도 의식과 행동의 변화는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 제주오름에서 벌어지는 현상 중에 하나다. 과도한 탐방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오름이 지나친 이용으로 인해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자연자산을 인간의 생활이나 경제활동에 이용할 수 있게 정의하여 놓고 보니 제주오름을 그저 창고매장에 잔뜩 쌓여 있는 상품처럼 마음껏 선택하고 소비한다. 대중매체에 노출되는 어떠한 프로그램도 제주오름을 보존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즐기고 이용하도록 그냥 내버려 둔다.

즉,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 보다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의 대상이 되는 상품이 없어지는 순간 그곳에 남는 것은 텅 빈 공허함과 쓸모없는 창고뿐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제주오름은 창고에 다시 채울 수 있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변모하는 지구촌 환경에 대한 기록을 하는 캐나다의 사진작가 에드워드 버틴스키가 등장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버틴스키와 산업사회의 초상(manufactured landscapes)>(2006)은 자본주의의 경제구조에서 벌어지는 대량생산, 대량유통, 대량소비가 자연환경을 얼마나 대규모로 무자비하게 파괴하는가를 생생하게 보여 주고 있다. 그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환기시킴으로써 현재의 상황을 일깨워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의 엄청난 자연자원을 제공받고, 엄청난 양의 폐기물과 쓰레기를 쏟아내며 자연을 보존하기는커녕 파괴만 저지르는 실상을 들추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사람도 시작부터 끝까지 자연에 의존하면서도 그 모태인 자연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가 반생태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도 드물다.

고도로 발달된 자본주의사회에서 생각하여야 할 것은 사람의 근본적인 내면과 자연에 대한 감정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에 쌓인 고민을 지금껏 자연에 내다 버리고 이용만 하였다. 자연을 누리는 데 익숙하지만 돌보고 아끼는 데는 무관심한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자연 훼손이 나 자신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 간의 문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제주에서조차도 이러한 일은 비일비재하다.

제주오름을 보존해야 한다면서도 그 훼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우는 드물며 더군다나 선제적 보호를 하기 위한 노력은 거의 없다. 제주의 오름은 잘 보존한 후에 오름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적절한 이용을 하는 것이며 훼손될 요인을 미리 찾아 복원을 해야 한다. 일부 시행되는 오름 이외에 오름 탐방 사전예약제를 몇 군데의 오름에서 시범 운영한 후에 오름 탐방예약제를 시행하여야 할 것이다.

- 2편으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사단법인 제주오름보전연구소 대표입니다.
#제주오름보전연구소 #제주오름 #오름은 생명이다 #JEJUOREUM_FIRST #OREUMR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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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오름의 주인은 오름에 살고 있는 생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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