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의학교와 오월어머니회가 춤공연에 나서다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이 작년(2021)에 이어 인문학과 예술이 융합된 축제 <세계 지성이 광주를 말하다>를 518민주광장에서 진행했다. 이중 춤의학교(대표 최보결)와 오월어머니회(관장 김형미)는 <러브 앤 피스>를 주제로 시민 참여형 댄스 공연에 나섰다.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내 몸은 작년 공연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달릴 때면 솟아오르는 고관절의 불편함, 통증 때문에 멈출 수밖에 없는 몸. 항암 치료 후 달라진, 70대 같은 30대의 몸이다.
몸이 바뀌니 맘도 바뀌었다. 무릎 통증 때문에 종종 정형외과 주사 치료를 받는 어머니에게 깊은 공감하게 됐다. 공감 능력자가 된 것이다.
공감의 정도가 늘어난 점은 좋지만 가끔은 숨이 막힌다. 목숨을 부지한 대신 미래의 시간을 당겨 썼을까봐. 당겨 쓴 만큼 내게 남은 시간이 줄었을까봐. 하지만 땡겼든 덤이든, 나는 살아있다. 숨을 쉰다.
변한 몸으로도 삶은 살 수 있다. 게다가 달릴 수 없게 된, 천천히 움직이는 몸이 된 덕에 큰 능력이 생겼다. 바로 느끼기다.
느낀 만큼 움직이고 싶어지고, 느낀 만큼 춤이 더 즐겁다. 오월어머니회 분들은 어떠실까. 파트너 오월어머니회 선생님의 순서가 돌아왔다.
검은색 상의에 감싼 어깨 부분이 미묘하게 아래를 향해 굽어졌다. 그 끝에 달린 손가락 다섯 개가 내 어깨 쪽으로 뻗어 나왔다. 공기를 뚫고 이 세상에 등장했다.
선생님의 주황색 스카프에 감긴 얇은 목살들이 비스듬히 기울었다. 나도 모르게 그의 얼굴로 시선이 올라갔다. 저절로 반응했다. 부드럽게 풀어진 눈가와 입매가 보였다.
우리는 눈과 눈으로 접촉했다. 어릴 적 기억에 잠겨있던 영화 한 장면이 떠올랐다.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뜻밖에 다시 만난 인연들, 그 뒷 배경에 흔들리던 버드나무 이파리. 그 흔들림처럼 따듯하고 아름답게 헤엄치는 우리의 몸.
서로의 움직임을 더하고 빼다 보면 우리는 박물관에 있는 것 같다. 몇천 년이란 시간의 퇴적층 속에서도 살아남은 신전처럼, 그 시대 이름 없는 누군가의 손길 속 창조된 예술품들처럼, 우리 몸은 시공간으로 얽힌다.
더하기 빼기 춤의 예술성이 확대되는 순간 규칙이 추가됐다. 이제 사이를 만들지 않는다. 접촉하며 더하기 뺀다. 손가락으로, 손바닥으로, 몸의 어느 부위든 상관없다.
어떤 그룹은 다리 불편함 때문에 의자에 앉아 계신 오월어머니회 선생님의 손으로, 다른 그룹은 움직임이 보다 자유로운 오월어머니회와 함께 바닥으로 손을 더해가며, 어느 그룹은 일렬로 움직임을 더해가며 춤추고 있었다.
그 순간순간마다 몸들의 건축물이 완공됐다. 다음 순간 새로운 건축물이 추가됐다. 나는 1년 전보다 더 가벼운 숨으로 춤을 추었다.
쉬어가는 몸은 그 자체로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