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취임 첫 기자회견
경기도교육청
그런데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이 교육제도를 앞에 두고, 얼마 전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의 발언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복잡다단한 교육문제를 두고 뱉은, 그의 한마디의 무게는 왜 이렇게 가볍고 뻔했던 것일까.
지난 6일, 임태희 경기 교육감의 취임식 첫 인터뷰에 따르면 각 학교의 현재 등교 시간인 9시 등교를 자율화하겠다고 했다. '0교시'의 부활로도 읽히는 9시 등교 폐지를 언급하며 공부를 더 시키고 싶다는 아이들과 학부모의 의견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이다. (관련기사 :
임태희 "0교시 부활, 공부 더 하자는데 금지할 필요없어")
나는 이미 자리 잡은 9시 등교제를 폐지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의견을 내고 싶은 것이 아니다. 지금도 경기도에 있는 많은 고등학교들은 자율적으로 9시보다 이른 시간에 등교하도록 하고 있다. 9시 등교를 하든 하지 않든, 20~30분 정도의 차이라 적응하는데 그다지 어려움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그것이 지금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싶었다. 당선된 교육감으로서 첫 정책으로 밝힐 만큼 말이다. 안 그래도 공부하는 기계로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공부 시간을 더 주겠다, 공부하기를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바람을 외면할 수 없다는 말은 지금의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발언이었다. 내가 보기엔, 21세기를 대비하는 데 있어 별로 쓸모없는 공부에 영혼과 체력을 갈아 넣고 있는 아이들의 인간권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로 보이는 데 말이다.
교육열이 아닌 입시열로 달아오른 대한민국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경직된 교육제도를 돌아보는 일이 아닐까. 얼마 전 수학계의 노벨상이라는 '필즈 상'을 받은 허준이 교수도 비제도권에서 탄생한 천재다. 건강이 좋지 못해 야간자율학습을 빼달라는 요청을 거절당해 자퇴할 수밖에 없었던 허준이 교수도 한국의 고압적인 방식의 제도권 교육에서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들 삶의 질 높여주는 세상이 왔으면
암기력이 아닌 사고력을 키우고, 체지방이 아닌 체력을 키우고, 승부욕이 아닌 인성을 키우는 교육을 원하는 나는 너무나 이상주의에 빠진 학부모일까. 어쨌든 나는 단순히 공부시간을 조금 더 늘리는 것보다, 조금 더 나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조금 더 취업에 유리한 학과에 지원하기 위해 소모적인 공부를 하고 있을 뿐인 아이들의 삶의 질이 조금 높아지기를 바란다.
"뭐 무슨 말인지는 이해했어요. 또 어떻게 해야 할지도 나 잘 알겠어요. ~ 네 선생님 그리 말씀하셔도 여러분의 말씀은 그저 그런 참고사항일 뿐입니다!!"
요즘 차트 상위권에 있는 이무진의 <참고사항>이 귓가에 맴돈다. 교육감이 어떤 정책을 펴든, 사실 오늘도 아이들은 말없이 문제집을 펴들 것이다. 이런 노랫말에 격하게 공감하며 무릎 치는 교육 현실이 아닌, 의미 있는 인재를 키워내는 신나는 교육이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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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공부하는 기계'인데... 교육감의 뻔한 말,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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