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어둠의 속도> 표지
푸른숲
가파른 시청률 상승은 물론 최근 글로벌 플랫폼 넷플릭스에서도 비영어권 1위를 차지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연일 화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변호사 우영우가 남다른 기억력과 연상력, 상황 판단력으로 사건을 해결해가는 드라마이다. 현실성 여부의 논란을 떠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고 사회적 관심이 높였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드라마를 재미있게 시청하는 분들에게 엘리자베스 문의 소설 <어둠의 속도>를 권하고 싶다. 그해 가장 뛰어난 SF소설에 주는 네뷸러상 수상 작가인 엘리자베스 문은 자폐아를 입양해 성인으로 키운 어머니이기도 하다. 아들과 함께 보낸 긴 시간과 자폐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기에, 이 작품은 '과학소설이지만 한 인간의 여정에 관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다. 작가는 우리에게 '비정상은 정체성이 될 수 없을까?'라거나 '정상이란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자폐아가 태어나지 않는 미래
소설의 배경은 임신 중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고치는 치료법이 개발돼 더는 자폐아가 태어나지 않게 된 가까운 미래다. 주인공 루 애런데일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의 마지막 세대이다. 타인의 생각이나 표현을 읽는데 미숙하지만, 알고리즘과 패턴을 분석하는 천재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가 다니는 제약 회사는 그처럼 뛰어난 능력을 갖춘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을 특수 부서에 모아 놓고 관리한다. 어느 날, 그는 회사로부터 뇌를 '정상'으로 만드는 의학 실험에 참여하라는 압력을 받는다. 아직 실험 단계인 치료법이기에, 그와 특수 부서 동료들은 망설인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큰 특성을 "사람들은 나와 너로 이루어진 세상에 살지만, 자폐인은 나로만 이루어진 세상에 산다"라고 말한다. 소설 속 루 역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메인 프로세서 칩이 다른 컴퓨터에 비유한다. 같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해도 자폐인이 비장애인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되지 않는 까닭이다. 만약 수술로 '정상화된다면' 뇌에 입력되는 정보의 비율과 유형이 변할 것이고, 지각과 처리 과정이 달라진다면 과연 '나'라고 할 수 있을까? 서른다섯 해 동안 자폐인으로 살아온 삶은 기억할 가치가 없는 것일까?
"저는 지금 저 자신을 좋아합니다. 제가 수술 후의 저를 좋아할지를 알지 못합니다." (363쪽)
비장애인 여성에게 실연당한 경험이 있는 동료 캐머런은 제일 먼저 수술치료에 지원한다. 그는 '다른 것'이 너무 힘들다고, 같지 않은데도 보통 사람들과 똑같은 척하는 일에 지쳤다고 하소연한다. 평범하게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살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겹쳐졌다. '어른이라면 스스로 밥상을 차리고 부모에게서 독립해야 한다'는 동료변호사의 말을 들은 날, 우영우는 아버지에게 말한다. "저는 결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폐니까요." 우영우 역시 평범하게 결혼하고, 평범하게 회사 회전문을 이용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드라마에서는 동료 신입변호사 권민우(주종혁 분)가 선임변호사를 찾아가 따지는 장면이 나온다. 우영우의 사직서를 바로 처리하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사건만 맡는 것이 장애인이라 받는 특별한 배려가 아니냐고. 같은 신입변호사로서 불편하다며 '역차별'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다.
'우영우'에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