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과 등기소에서 전산장비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하청 노동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회의실에서 ‘제헌절 기념 대한민국 법원 노동권 위한 모의 재판’을 열고 피고인 법원에게 갑질죄, 중간착취죄, 부당노동행위 죄로 법적 최고 형량인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유성호
"대한민국 법원을 3개 죄의 근로기준법 법정 최고 형량인 징역 10년에 처한다. 100시간의 근로기준법 수강도 명한다. 땅, 땅, 땅."
18일 오전 11시 대법원 법원노조 회의실, 판사 '법복'을 차려 입은 최근배 전국법원사법전산운영자지부장이 노동기본권을 무시하는 사법부에 책임을 묻겠다면서 법봉을 두드렸다. "노동기본권에 솔선수범이어야 할 사법부가 불안정 고용과 열악한 처우의 전산직 하청노동자들을 상대로 갑질, 중간착취, 정규직 전환 배제, 부당노동행위 등의 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지난 1일과 4일 전국 법원·등기소 전산 하청노동자들이 사상 최초로 파업을 단행하면서 지난 25여 년간 누적된 울분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법원 사법전산운영자지부(법원 전산직 노조)와 등기전산지회(등기소 전산직 노조)는 이날 '법원 노동권 위반 모의재판' 행사를 열어 전국에서 수집된 각종 갑질 피해 사례를 고발했다.
"정규직 전환엔 반대하면서 개인 심부름 시켜"
▲ 법원 전산직 하청 노동자 “대한민국 법원의 갑질죄 엄벌해 주십시오” ⓒ 유성호
"회식 후 대리운전, 관용차 운전 요구, 개인 컴퓨터 구매 및 조립, 휴대폰 구매 동행, 개인 노트북 윈도우 운영체제 설치, 법원 새벽 기도회 연다며 새벽 출근 강요, 여행 티켓 예약, 조서 작성, 공탁 서류 업무, 조정위원 임명장 제작, 관사 방문해 컴퓨터 수리..."
총 조합원 160명 중 81명이 지난 7~8일 이틀간 진행된 노조 온라인 설문조사에 참가해 응답한 기록이다. 응답자의 56%가 '판사·공무원의 개인용 컴퓨터 설치·수리·구매 등을 해준 적이 있'으며 33%는 '관사나 개인 집으로까지 가서 관련 업무를 봐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어이 전산"이나 "야" 등의 반말을 들었다는 응답도 20%를 기록했다. 여행예약 등 사적 업무를 대행해 준 비율은 14%로 나타났다. 이날 노조가 고발한 첫 번째 죄목은 '갑질'이다.
한 조합원은 "개인 은행인증서 갱신이나 개인차량 블랙박스 영상 저장이나 업데이트 등의 요청도 많이 들어왔다"고 응답했다. "우산 심부름, 기차·비행기 예약, 먼저 가서 승강기 잡아두기"라고 응답한 조합원도 있었다.
수도권의 한 지방법원에서 일하는 전산 운영자 A씨는 "4년 전쯤 일"이라며 "일반직에선 최고위직인 국장님(3급 공무원)이 휴대전화를 사러 가는 데 동행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를 잘 아니 폰도 잘 알지 않느냐'며 근무시간에 전화가 와 같이 가자고 했다"며 "법원 인근 매장에 나가 1시간 가량 돌아다녔다"는 것이다.
증언에 나선 김아무개 조합원은 "이런 요구, 지시들은 고용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무시할 수 없다"며 "'민간 고도 기술' 영역이라며 정규직 전환은 반대해놓고 대리운전, 여행 예약을 강요하는 건 있을 수 없다. 대한민국 법원의 갑질죄를 엄벌해 달라"고 주장했다.
법원, 대체인력 투입... 법원 직원들은 전산 하청노동자에 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