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보도한 박순애 장관 아들 것으로 추정되는 학생부 내용.
스트레이트
학원이 학교생활기록부(아래 학생부) 내용을 수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순애 교육부장관 아들의 학생부 문서에 '다 반영해줄 테니 알아서 써오라'는 수상한 글귀가 적혀 있는 사실이 발견됐다.
일반 학교 사정을 잘 아는 고교 교사들은 "박 장관 아들의 고등학교 관계자의 발언을 박 장관 아들이 해당 문서에 옮겨서 타이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구과학 다 반영해준다고 알아서 써오라고 하셨음"
19일, <오마이뉴스>는 지난 17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보도한 박순애 장관의 당시 고3 아들 C씨 학생부 내용을 학원이 수정한 문서를 자세히 살펴봤다. 학생부 내용 유출과 수정 의혹을 받는 이 문서엔 교과목명과 함께 검정색으로 학교에서 작성한 교과학습발달상황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아래 세특) 내용인 듯한 초안이 적혀 있다. 이어 학원이 수정해준 내용은 파란색으로 적혀 있다.
그런데 해당 학생부 문서를 살펴보던 중 '지구과학Ⅰ' 과목의 세특 초안 추정 내용 바로 뒤에서 이상한 다음의 글귀를 발견했다.
"+지구과학 다 반영해준다고 알아서 써오라고 하셨음."
이 글귀에 이어 학원에서 수정한 것으로 보이는 세특 내용이 적혀 있다. 이 내용은 학생부 초안 추정 내용보다 2배가량 많은데 초안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 새로운 내용이 창작돼 있었다. 이런 창작 수위는 다른 과목에 견줘 가장 심한 것으로 보였다.
고교에서 입시 업무를 오랜 기간 맡아온 서울지역 교사는 <오마이뉴스>에 "유독 '지구과학Ⅰ'에서 학원 수정이 많이 들어간 것은 '알아서 써오라'는 글귀 때문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해당 고교 교사의 발언으로 추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일부 고교의 경우 교사가 학생이나 학부모의 요구에 내용을 맞추려고 학생부 세특을 마감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나눠준 사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공교육과 사교육업계에서 일한 한 유명 교육평론가는 박 장관 아들 학생부 수정 논란에 대해 페이스북에 "교사들이 학생부를 작성한 후에 오탈자나 학생활동 누락 등을 확인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복사본을 열람시키는 경우가 있다"면서 "특히 세특이 중심인데, 그 과정에서 사교육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해당 문서는 그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학생부 내용을 사전에 유출하거나 수정하도록 하는 행위는 교육부 지침인 '2018학년도 학생부 기재요령(중·고등학교)' 위반이다. 이 지침은 "학생부 서술형 항목에 기재될 내용을 학생에게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하는 행위 금지"라면서 "학생부 허위사실 기재는 '학생성적 관련 비위'로 간주되어 징계 적용하며 징계의 감경에서도 제외됨"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에 의혹을 받는 것처럼 학원에 학생부 수정을 사전 요청한 것이라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이 지침은 "학부모 등의 학생부 기재 및 수정 관련 부당 요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라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학생부 지침 상 일부 교사들이 학생부 작성 전 학생들에게 내용을 미리 알려주고, 그 내용이 학생의 요청에 따라 수정됐다면 지침 위반"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