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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에 언론의 '불법 낙인' 유감

[주장] "무단점거" "비용 손실" 등 일방적·악의적 보도 멈추고 문제 근본 들여다봐야

등록 2022.07.21 11:32수정 2022.07.2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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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19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거제옥포조선소 1도크를 찾아 농성하고 있는 하청 노동자들을 만났다. ⓒ 정영현

  
지난 6월 2일부터 시작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농성이 벌써 50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은 지난달 22일부터 가로·세로·높이 1m 0.3평 철 구조물 안에 스스로를 가둔채 농성하고 있고, 하청 노동자 3명은 지난 14일부터 서울 산업은행 앞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이대로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라는 하청노동자들의 외침은 시민사회의 공감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언론 매체들은 '위기'와 '손실'을  앞세워 파업 투쟁을 '이기주의'로 몰아간다(관련 기사: 파업 무관심하더니... 대통령 말에 정부·사측 입장 보도 '우르르' http://omn.kr/1zwee ). 일단 언론에서 보도한 제목을 보자. 

협력업체 120여명 불법점거에 세계최대 독 마비 (조선일보, 7.2.)
민노총 하청 파업 47일… 대우조선 협력사 7곳 '눈물의 줄폐업' (조선일보, 7.18.)
[취재수첩] '10만명 생계' 안중에 없는 대우조선 하청노조 (한국경제, 7.18.)
(사설) 국민 돈으로 살린 대우조선, 노조가 사지로 몰고 정부는 엄포만 (매일경제, 7.19.)
대우조선해양 사태에 '조선업 세계 1위' 위상 타격 (세계일보, 7.19.)
대우조선 파업으로 1조 손실 끼쳐놓고…"손배소 내지말라"는 노조 (한국경제, 7.20.)


위와 같은 보도들은 하청노동자들이 왜 파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제대로 소개하지도 않은 채, 자극적인 사진 등을 통해 노동자간 갈등, 노-노 갈등을 부각시킨다. 거기에 더해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의 손실 액수를 강조하거나 하청업체의 폐업을 노동자 파업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우선 이들에게 "조선소 하청노동자가 지금의 노동 환경에서 이대로 살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이번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투쟁의 대표적인 요구는 임금 원상회복(임금 30% 인상)과 노동조합 인정이다. 이마저도 19일 사측과 협상에 들어가면서 요구하던 %를 낮춘 것으로 보도됐다.

언론은 하청노동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들여다 본 걸까

이들의 임금 원상회복 요구는 지난 5년 동안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임금이 30% 넘게 삭감된 것을 원상복구하라는 것이다. 물가상승률은 계산에 넣지도 않았고, 그저 기존에 받던 임금의 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30% 인상'이 무리한 요구라고 한다. 그러나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관련 긴급 국회 좌담회(6.6)'에서 공개된 원천징수영수증 자료를 보면, 조선소 경력 15년의 선박 가용접원의 실제 소득이 2014년에서 2021년 사이 31%가 줄어든 사실이 확인된다. 그 결과, 15년 넘게 일한 숙련된 하청 노동자가 받는 임금이 월 250만 원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관련 기사: "목숨 걸고 15년 일해도 최저임금...불법? 윤 대통령 속 편한가" http://omn.kr/1zviq ).

조선업은 복잡한 다단계 하청 구조로 돌아가는 산업이다. 원청인 조선소 아래에 1차, 2차 또는 그 하위의 하청업체들이 존재하고, 각 하청업체는 다시 업무 진행을 위해 물량팀(일이 있을 때만 반짝 팀을 만들어서 단타로 치고 빠지는 형태)과 계약하기도 한다. 중간 업체가 많다보니 하청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임금을 받기 어렵고 고용이 극도로 불안하다. 물량팀에 소속되어 일하는 노동자들의 처우는 아예 현황조차 파악하기 쉽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다단계 하청 구조 자체도 문제지만, 대우조선해양이 하청업체들에게 불공정한 행위를 일삼는 것도 문제다. 지난 2020년 1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의 '하청업체 단가 후려치기'를 불공정 거래로 보고 과징금 부과에 검찰 고발까지 한 바 있다. 풀이하자면, 대우조선해양의 납품 단가를 후려치기가 하도급 업체에 손해를 입힐 정도라고 보고, 이를 시정하라고 명령한 것이다(과징금 153억원 부과).

지금 하청노동자 임금 원상회복이 되지 않는 것도 대우조선해양이 하청업체들에게 지급하는 기성금(공사대금)을 올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언론사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공정거래위가 이미 '불공정 거래'라 본 하청단가 후려치기, 하지만 언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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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역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앞에 모여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투쟁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공권력 투입 시사를 규탄하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불법파업에 하루 260억씩 손실…대우조선 직원들 거리 호소 나섰다 (한국경제, 7.11.)
대우조선, 제때 인도못한 배 벌써 12척… 수주 계약 줄줄이 파기당할 위기 (조선일보, 7.19.)
7조 혈세투입 된 대우조선…무단점거 피해 1조 넘었다 (뒷북비즈) (서울경제, 7.19.)
"150명 위해 1만명 죽이나" 대우조선 파업에 하청업 줄도산 (중앙일보, 7.20.)
 

하청노동자 파업으로 대우조선해양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기사가 줄줄 쏟아진다. 그간 불황이었던 조선업이 이제 막 살아나기 시작했는데, 파업투쟁으로 날개가 꺾인다는 식이다.

조선소의 공정이 멈췄으니 금전적 손실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의 파업이라는 것은 원래 공정을 멈추는 것이다. 손실이 아깝다면, 파업 노동자에게 멈추라고 탓만 할 일이 아니라 사용자측에게도 성실 교섭을 통해 빨리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일부 언론은 대우조선의 하청업체들이 문을 닫으면서 소속 노동자들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18일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현재 폐업을 예고한 하청업체 7개 중 절반 이상은, 파업이 벌어지기 전부터 경영난에 시달려 왔고 폐업을 예고한 바 있다고 한다. 조선소의 다단계 하청 구조에서는 하청업체들도 살아남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왜 이런 얘기는 빠뜨리는가.

산업 위기만 중요하고, 하청노동자의 위기는 진짜 '위기'가 아닌가

정부와 일부 보수 언론은 항상 '산업의 위기, 기업의 위기'를 내세워 노동자들이 파업할 때가 아니라고 했다. 현실은 어떤가. 대우조선해양은 작년에 8년만에 최대 수주 실적을 올렸고, 올해 7월 기준으로 연간 목표 절반을 넘어선 59억3000만 달러(한화 약 7조8000억 원) 실적까지 달성했다고 언론에 보도됐다. 삼성중공업도 최고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 조선업은 '위기'가 아닌데도, 일부 언론은 '노동자 파업은 안 된다'고 주장한다. 1위 자리를 빼앗길 우려가 있으니 안 되고, 이제 살아나고 있는 산업이니 안 되고, 기업 손실이 발생하니 안 되고... 이렇게 '하면 안 될' 이유를 찾으면 끝도 없다. 이런 프레임은 파업의 원인이 된 대우조선해양의 하청 다단계 구조와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똑바로 보지 못하게 한다. 

조선 수주가 감소하던 어려운 시기에 희생한 것은 언제나 하청노동자들이었다. 코로나 펜데믹 시기에도 조선소 정규직 노동자들은 코로나에 감염될 경우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무급으로 쉬면서 손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우조선하청파업과 관련해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는 말에 하청노동자들은 "우리야말로 수십 년 동안 참고 기다렸다"고 반박한다. '위기'를 말하려면 하청노동자들이 온몸으로 겪었던 위기를 먼저 말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조선업은 늘 위기를 아래로, 아래로 떠넘기며 불황을 버티고 수익을 쌓아올렸다. 그러는 동안 조선소는 저임금으로만 유지되는 일터, 사람들이 다치고 떠나는 일터로 바뀌었다.

조선업은 타 제조업에 비해 숙련의 중요도가 높은 산업이므로, 현장에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얼핏 생각해도 심각한 문제다. 언론은 지금이라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에 대한 악의적 보도를 멈추고 문제의 근본을 파헤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더불어삶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대우조선해양 #조선하청노동자 #하청노동자파업 #언론비평 #더불어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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