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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법대로' 반복한 윤 정부... 노란봉투법이 필요하다

[주장]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은 마무리됐지만, 이제 정치가 나서야 할 시간

등록 2022.07.25 14:59수정 2022.07.2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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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1도크 선박 안 하청 노동자 농성 해제 대우조선해양 1도크 선박 안 하청 노동자 농성 해제 20미터 높이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진성현·조남희·이학수·박광수·이보길·한승철 6명의 조합원들이 땅을 밟고 인사하고 있다. ⓒ 김하철

  
지난 22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51일 만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무려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도크(선박건조시설)에 스스로 만든 0.3평의 감옥 속에서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한 채 갇혀있던 유최안 부지회장이 밖으로 나왔다. 또한 20미터 높이에서 연대 의미로 고공농성을 벌이던 6명 조합원(진성현·조남희·이학수·박광수·이보길·한승철)들이 땅을 밟을 수 있었다.

당초 삭감된 임금 30% 인상 등을 요구하던 하청노조는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협의회와 ▲4.5%(업체별 평균) 임금 인상 ▲내년도 상여금 140만원 지급 ▲폐업한 하청업체 노동자 최우선 고용 노력 ▲노조 전임자 인정 등에만 합의했다. 또 막판까지 줄다리기 하던 손해배상 소송 취하 문제는 끝내 합의하지 못해 추후 재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하던 노조 입장에선 아쉬운 결과겠지만, 하청노동자들은 도크 농성장에서 나오면서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면서 큰 절을 했다. 그리고 잠정합의안에 대해 거통고조선하청지회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찬반 투표에서 전체 129명 가운데 120명이 찬성하고 9명이 반대했다. 파업투쟁에 참여했던 조합원들이 압도적 찬성으로 이번 결과를 받아들인 것이다.

"쓰레기 같은 합의안에 95% 조합원들이 찬성표를 던져줬다. 혹자는 이 투쟁이 실패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국을 뒤흔든 이 투쟁을 과소평가하지 말아 달라. 차별을 철폐하고 자랑스러운 노동자의 역사를 만들어가겠다." - 김형수 거통고조선하청지회 지회장

이번 파업투쟁을 이끈 김 지회장은 23일 전국 31개 지역, 총 71개 단체에서 38대 버스와 자가용 등을 타고 약 3000명이 모인 희망버스 행사 연단에 올라 이같이 말하며 조합원들의 투쟁을 폄훼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노조 결성 후 투쟁한 지 6년 만에 교섭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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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거제에서 열린 '조선 하청 노동자 희망버스' 현장 모습 ⓒ 민주노총 경남본부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투쟁을 한 지 6년 만에 협력사협의회와 금속노조 명의로 교섭을 진행하고 합의서에 사인했다. 또한 조선소에서 하청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고 원청을 점거하고 생산을 멈춘 투쟁을 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한다. 이들에게서 스스로의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역사적인 투쟁을 진행했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정권의 공권력 투입 협박과 일부 보수 언론의 여론공세, 사측의 노노 분열 시도에 맞서서 파업을 지켜내고, 투쟁에 들어갔던 7명 노동자들이 생명이나 큰 부상 없이 무사히 복귀했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이번 하청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은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온 국민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관련 기사: 가로·세로 1m 감옥에 갇힌 남자 "윤 정부에 화난다, 생지옥인데..." http://omn.kr/1zug3).
  
또 '세계 1위'를 자랑하던 대한민국 조선산업, 그 아래 깔려있던 불합리한 구조적 현실과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것 또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조선산업의 약 80%가 다단계 하청구조로 이뤄져 있고, 20년차 숙련노동자의 일당이 12만 원에 불과하며 최저임금이 조금 넘는 급여를 받고 있다는 것.

그러나 그마저도 임금 체불이 부지기수고, 11개월마다 해고하는 방식으로 퇴직금을 떼먹으려 하고, 손쉬운 폐업으로 4대 보험마저 체불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이 드러난 것이다(관련 기사: "목숨 걸고 15년 일해도 최저임금...불법? 윤 대통령 속 편한가" http://omn.kr/1zviq). 


갈등 해결 위해 윤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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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과 관련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발표장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함께 참석했다 ⓒ 연합뉴스

    
또 하나,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정치의 실종'이 이번 계기로 확인됐다고 본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장기화되자 기재부, 법무부, 행안부, 고용부, 산업부 5개 부처 장관이 모여서 합동 담화문을 발표했다.

일찍이 어떤 특정 사안 하나에, 정부 핵심 5개 부처가 모여서 담화문을 발표하는 일을 본 적이 있었던가. 내 기억엔 없다. 그러나 이번에 이들이 모여 발표한 내용을 보면, 고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에 '불법 낙인'을 찍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적어도 노동부장관과 산업부장관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그 해법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닌가.

협상이 타결된 이후에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부 입장문을 발표했는데 내용이 엇비슷했다. 법과 원칙에 기반해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불법점거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행위에 대해서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한 것이다.

현실을 보자.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나서지 않으면 하청 구조를 바꿀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 존재하고,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이 55%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이다. 산업은행은 정부가 100% 지분을 소유하는 국책은행이고, 공기업과도 다름없다. 따라서 이번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사태의 해결의 열쇠는 정부와 산업은행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갈등의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 해법이 무엇인가' 묻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을 비롯해 장관들이 온통 법과 원칙에 따라 엄벌하겠다는 얘기만 하고 있는 답답한 모양새였다. 도대체 장관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럴 거면 정부가 왜 존재하는가? 이들의 역할을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정치가 해결해야 할 시간

이제 중요한 것은 이번 합의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엄호이다. 이번 합의서에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와 노동자 임금체계 개편 등 노사 간 신뢰 회복을 위한 제반 후속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가칭' 상생협력 TF팀을 구성 운영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지금의 불합리한 조선산업 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사가 '상생협력 TF팀'을 운영한다고 명시한 것이다.

파업이 끝났으니 이 상생협력 TF팀이 제대로 운영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이번 투쟁을 지지하고 나섰던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노동조합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본다. 합의가 잘 지켜질 수 있도록 감시하는 것은 물론, 현실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대안 마련에 함께하고 정부와 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 원청이 책임 있게 나설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한다.

이번 합의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진짜 사장' 대우조선해양과 그 위에 군림하는 '슈퍼갑' 산업은행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이제는 노동자가 아닌 정치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이자 사실상 공기업이니만큼 이번 문제해결에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 있음은 명백하다. 또한,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조선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당연히 산업부와 고용노동부가 나서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노란봉투법' 입법에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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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22일 오후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 앞에서 강은미,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 광역시도당 위원장들과 함께 노란봉투법 입법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 김길남

  
협상이 최종 타결된 22일 오후,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 앞에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강은미,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이 섰다.

이 위원장은 "협상은 타결됐으나 손해배상 청구 문제가 여전히 남았다"며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는 노동자 쟁의권과 결사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쓰여왔다"고 지적하고 "정의당은 입법 논의가 멈췄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제정의 불씨를 다시 살리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SNS에 "민주당은 정부와 기업이 손해배상을 내세워 노동자를 협박하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민주당은 대우조선해양 '상황 종료'라고 환호만 하고 정부의 공치사를 보고만 있으면 안 된다"며 "파업권을 무력화시키는 사측의 수백억 손배 가압류 폭탄을 금지하는 법안을 국제 노동기준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 그것이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파업한 노동자에 대한 손배·가압류를 제한하는 법으로 21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손배가압류에 맞서 시민들이 노란 봉투에 모금을 시작한 데서 그 이름이 붙여졌다.

지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강병원·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노란봉투법이 계류 중이다. 민주당안은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액에 상한선을 두는 내용을, 정의당안은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자체를 막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제 야당이 해야 할 일은, 무능한 윤석열 정권에 맞서 민생법안을 제정하는 일이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농성 해단식에는 민주당 대우조선해양 대응TF 우원식(단장), 이수진(비례), 박영순 의원도 참석했다. 노란봉투법은 우원식 의원이 새청지민주연합 을지로위원장이던 시절부터 입법을 추진하던 법이다.

대우조선해양 파업사태에서 윤석열 정권의 해태, 정치의 실종을 누가 어떻게 바로 잡을 것인가. 결국, 정치가 바로잡을 수밖에 없다. 지난 정권에서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이제는 해결해야 한다. 그것이 170석 야당이 해야 할 일이며, 민주당이 새롭게 거듭나는 길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정재민씨는 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입니다. 이 기사는 지역언론사에도 송고되며 필자의 개인블로그(https://blog.naver.com/hcry99)에도 실립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교섭태결 #노란봉투법 #유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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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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