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제로에너지 빌딩, 건설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등록 2022.07.27 17:45수정 2022.07.2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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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적인 요구가 커지면서 '제로에너지빌딩(zero energy building, ZEB)'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에서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체면적 1000㎡ 이상 신축(재축과 증축 포함) 공공건물이 2020년부터 이미 인증 의무화가 시작됐고, 2025년에는 공공건물은 500㎡ 이상, 민간건축물은 1000㎡ 이상 신축 건물로 인증 의무화 대상이 확대된다. 2030년에는 500㎡ 이상 모든 신축 건축물이 인증 의무화 적용을 받는다. 공동주택은 2023년부터 30세대 이상 공공 분양 및 임대주택이, 30세대 이상 민간 분양 및 임대주택은 2024년부터 의무화 적용을 받는다.

순제로에너지빌딩(net ZEB)은 건축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소비량과 건축물에서 생산된 잉여에너지 합이 완벽히 제로가 되는 건물이다. 우리나라는 순제로에너지빌딩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현재는 한정된 에너지에서만 제로에너지 건축물을 구현하는 준제로에너지빌딩(nearly ZEB)을 표준으로 한다. 냉난방, 급탕, 환기, 조명에 사용하는 에너지만 평가하고, 가전제품과 사무기기 등 전열기기로 인한 에너지 소비량은 건축물 성능평가에서 제외하고 있다.

1단계에서 5단계로 구분되는 제로에너지빌딩 인증을 받으려면, 5등급조차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을 1++등급으로 받아야만 한다. 건축물에서 해당하는 바닥면적별 난방, 냉방, 급탕, 조명, 환기 에너지 소요량을 산출한 후 1차 에너지소요량으로 환산하여 평가한다. 주거건축물은 연간 단위면적당 1차 에너지 소요량(kwh/m2-년)이 60 이상 90 미만, 주거용 이외 건축물은 80 이상 140 미만일 때 1++ 등급에 해당되어 제로에너지빌딩 첫 번째 인증조건을 갖추게 된다. 예비인증은 설계도서로 평가하고, 본 인증은 최종설계도면 평가와 현장실사로 인증한다.

두 번째 자격 요건은 건축물의 에너지자립률이 최소 20% 이상이어야 한다. 건물의 단위면적당 1차 에너지 생산량이 에너지 소비량보다 20% 이상 많아야 한다. 5등급은 에너지자립률이 20~40%이고, 최고 기준인 1등급은 100% 이상이다.

세 번째 필수 인증사항은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이나 원격검침 전자식 계량기 설치이다. 필수 항목들이 반드시 포함돼야 인증 조건이 된다. BEMS에는 9개 항목이 필수로 실내의 환경정보 제공, 에너지 소비량 예측, 에너지 비용 조회 및 분석, 설비의 성능 및 효율 분석 등이다. 원격검침 전자식 계량기 경우에는 6개 항목이 필수로 있어야 인증조건에 해당한다. 국내에서 5등급 인증 건축물은 약 1472억 원이 투입된 판교 제2테크노 벨리 기업지원허브가 에너지 자립률 20.20%, 773억 원이 투입된 한국에너지공단 신사옥은 20.12%, 236억 원을 투입한 시민복합공간 능곡어울림센터는 37.84%의 에너지자립률을 보유하고 있다. 3등급 인증 건축물은 95억 원이 투입된 제주 선흘 동백동산 에코촌 유스호스텔로 에너지 자립률이 71.24%이다. 2등급은 산업자원통상부가 221억원을 투입한 에어가전혁신지원센터로 84.18%의 자립률을 보이고 있다.

제로에너지빌딩의 핵심기술은 1차 에너지 소비량을 최소화하는 '패시브(passive)' 기술과 '액티브(active)' 기술, 건물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패시브 기술은 계절 변화 등에 최소한의 영향을 받는 건축물을 만드는 기술이다. 단열성능 강화, 고효율 창호 사용, 기밀성능 강화, 자연채광 최적화, 외부 차양을 통한 과열 현상 방지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용도에 적합한 단열제나 고 투과율 유리 사용, 방위에 따른 창호 면적 조정, 외부 전동 블라인드, 창호 일체형 블라인드, 캐노피 등을 활용한 일사량 제어, 열 손실이 큰 프레임 제거, 불필요한 조명 사용 감소를 위한 광덕트를 사용한 자연채광, 외부 열 차단과 방출하는 열 흡수 기술인 옥상녹화 등이 포함된다.


액티브 기술은 고효율 냉난방 및 급탕 시설, 환기장치 열에너지 활용하는 폐열 회수 환기장치,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를 위한 BEMS, LED 조명 사용, 조도 센서나 조광기, 부분 점멸회로 등을 활용한 조명관리 시스템, 전기냉난방기 EHP(electric heat pump) 관련 기술이다.

건축물에서의 에너지 생산은 시공성이 좋고 낮은 비용으로 설치가 가능한 태양광 패널이 대표적이다. 옥상이나 주차장에 설치해서 전력을 생산한다. 최근에는 건축 부자재(창호, 스팬드럴, 커튼월, 이중파사드, 외벽, 지붕재 등) 역할을 동시에 하는 건물일체형 태양광 발전(BIPV) 설치가 확대되고 있다.

여의도 소재 전국경제인연합회 건물 외벽은 지그재그로 하늘로 30도 기울어진 면마다 BIPV가 내장되어 전력을 생산한다. 건물 전체 전기사용량의 4~7%와 조명 전력 전체 70%가량을 자체 조달하고 있다. 태양에너지를 열의 형태로 사용하는 태양열 급탕, 지열을 활용하는 시스템도 확대되고 있다. 지열을 사용하면 기존 냉난방 설비의 49% 비용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수소와 산소가 전기 화학반응에 의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연료전지도 보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도시가스를 이용한 연료전지로 많이 사용한다. 일본에서도 보일러를 대체해 도시가스를 활용한 주택용 소형연료전지 보급이 이루어지고 있다. 공동주택 단지 안에 소형 열 병합 발전기를 설치하는 방식도 등장하고 있는데 도시가스 등 연료로 발전기를 돌려 전력을 생산하고, 발생한 배기가스로 보일러를 데워 냉난방에 활용한다.

제로에너지빌딩은 건설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건축물을 에너지소비 주체에서 생산 주체로 질적 변화시키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효과도 커서 미래형 첨단 건축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신축 건축물 70%를 제로에너지화하면 1300만 톤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500MW급 화력발전소 10개를 대체하는 에너지 절감 효과와 연간 1조 2,000억원의 에너지 수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제로에너지 빌딩의 긍정적 확산을 위해 다양한 정책적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다. 용적률과 건축물 높이 등 규제를 11~15%까지 완화해 주고, 기반시설 기부채납 부담도 최대 15%까지 줄여주고 있다. 취득세도 15% 감면, 주택도시기금 대출한도는 20%를 상향 조정해 주고, 신재생에너지 설치 보조금도 우선적으로 지원한다.

제로에너지 건축물의 확산은 지속 가능한 건축산업의 육성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지만 국내에서는 관심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 기술 수준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높지 않아 고성능 창호나 외부 단열재 등과 같은 핵심 자재를 수입 제품에 의존해 일반 건축물대비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비주거 건축물은 약 30~40% 이상 추가 공사비용이 투입이 필요하고, 공동주택은 표준건축비 상한가격 대비 약 4~8% 정도 증가해 경제적 장벽으로 인해 활성화는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제도 운용에서도 공공주택 및 민간분야 건축물에 대한 의무화 시행 준비가 미진하다. 호남과 강원권에는 인증기관이 없어 인증을 받으려면 서울이나 다른 도시로 가야 하고, 공공 9개 기관의 인증 관련 업무 담당자의 수는 한정되지만 인증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고 있어서 인증신청 후 30일 이내에 완료하는 인증절차가 자료보완 등을 요구하며 6개월 이상의 인증 소요 기간이 필요한 실정이다. 지난해 인증신청은 1100건으로 2017년 10건에 비해 100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시가 내년부터 서울시 내 모든 신축 건물에 대해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이나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을 의무화할 예정이라서 인증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통합적 인증제도 도입 등 불필요한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는 인증체계 구축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제로에너지빌딩 시장은 블루오션이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과 광열비와 에너지 절감, 미세먼지 저감 등 적은 에너지 사용으로 쾌적한 실내 공간을 조성할 수 있는 제로에너지빌딩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건물 에너지에 대한 인증기준 또한 점점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어 제로에너지빌딩 관련 기술과 모델 개발에 대한 수요도 더 커질 전망이다. 건설업 분야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게 대비하지 않으면 시장 선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보급형 제로에너지빌딩 모델 개발 등을 포함한 제로에너지빌딩 확산과 정착을 위한 건설업계의 실체적인 노력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제로에너지빌딩 #BEMS #에너지효율등급 #에너지자립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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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니아대학교 교육학 석사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경영학박사 한양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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