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9일(미국 현지시각)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PA=연합뉴스
동아시아 순방에 나선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설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차례로 방문하는 동아시아 순방에서 대만을 '잠정적인 방문국'으로 잡고 있다.
지난 29일 그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한 듯 출발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보안상의 문제로 절대 언급하지 않겠다"라며 함구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4월에도 대만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보류했었다.
대만 외교부도 "펠로시 의장 측으로부터 방문 여부에 관한 정보를 받지 못했다"라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라고 말을 아꼈다.
만약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면 미국 현직 하원의장으로는 1997년 당시 공화당 소속이던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 이후 25년 만이다.
시진핑, 바이든에 "불장난하면 불에 타 죽는다" 경고
중국 정부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펠로시 의장의 방문은 "중국의 주권과 영토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중미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의 이익에 도전한다면 단호히 대응할 것이고, 그 모든 책임은 미국이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2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에서 "중국은 대만 독립과 분열, 외부 세력의 간섭을 단호히 반대한다"라며 "(대만 문제로) 불장난하면 불에 타 죽는다"라는 강도 높은 표현으로 경고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을 중국 영토로 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면서도 "대만 해협의 상태를 일방적으로 바꾸거나 평화와 안정을 해치려는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라고 맞섰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에 대해서 "군에서는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펠로시 의장이 결정할 문제"라면서 선을 그었다.
중국은 장외전까지 펼치고 나섰다. 중국의 대표적 관변 언론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장은 트위터에 "펠로시 의장이 탄 전용기가 미군 전투기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대만을 방문할 경우 영공 침입으로 간주하고 중국군이 '격추'할 수 있다"라는 글을 올렸다가 트위터 측으로부터 삭제당하기도 했다.
미국 '서열 3위' 펠로시, 대만 방문 여부가 주목받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