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묵 시인의 시집
시인의일요일
이 시에서 정치를 저는 '정치(政治)'로 읽었지만, 시인의 의도는 그것보다 '정치(定置)'에 가까울 것입니다. 후자가 말하는 정치는 '일정한 곳에 놓아둠'이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쪽길에 버려진 거울 하나'라는 문장에서 일정한 곳에 놓인 거울이라는 '정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저는 후자가 아니라 전자인 '정치(政治)'로 읽었던 것일까요.
시는 읽는 사람의 마음을 담습니다. '시가 쓰이는 순간'의 시는 시인의 것이겠지만, 시가 쓰여 발표되면, 그것은 시인의 것이 아니라 오로지 독자의 것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그 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전적으로 독자의 몫입니다. 시인의 관여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죠.
시를 읽고 나눌 때 '너는 저 시를 잘못 읽었어'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은 표현입니다. 왜냐하면, 시를 읽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읽은 시를 재해석하는 표현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저처럼 '정치(定置)'를 '정치(政治)'로 읽을 수 있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읽어버려 완전히 다른 시가, 서정시에서 정치적인 시가 되어 버렸지만, 이렇게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습니까.
시의 문장으로 되돌아가 보겠습니다. 쪽길에 버려진 거울과 동네가 두 배로 가난해진 것과 어떤 의미의 연관성이 있을까요. 생각해보면, 아주 간단합니다. 가난한 마을을 버려진 거울이 비추고 있기 때문에 두 배로 가난해 보이는 것입니다. '정치(政治)'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인플레이션과 코로나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오늘 정치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라는 거울이 밝은 부분을 비춰도 모자라는데, 세상의 힘들고 괴로운 부분들을 비추고 있습니다. 정치가 제대로 역할을 했어도 여전히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 그 역할을 못 하고 있으니 미래까지 암담하게 느껴집니다.
어떤 정치이든 사람들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치가 사람들을 아프고 괴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情致 : 좋은 감정을 자아내는 흥치)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 시를 읽으며 생각해봅니다.
시 쓰는 주영헌 드림
최은묵 시인은...
대전에서 태어났습니다. 2007년 《월간문학》, 201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시집으로 『괜찮아』, 『키워드』 등이 있으며, 수주문학상, 천강문학상, 제주4·3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내일은 덜컥 일요일
최은묵 (지은이),
시인의 일요일,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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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보다 '시 읽기'와, '시 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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