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집중호우 대처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죽하면 이번 상황을 두고 '무정부 상태'라는 말까지 나온다. 국민들이 고개를 절레절레하게 만든 정부의 폭우 대응, 그걸 상징하는 장면이 바로 윤 대통령의 '전화 지휘'다.
재난 상황을 종합하는 사령탑은 공적 공간에서 사라졌고, 대책 전반을 조정하고 지시해야 할 최종 사령관은 자취를 감췄다. 대통령은 존재했지만, 국민들은 자신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대통령의 존재를 느낄 수 없었다. "행정부와 공공기관 출근시간을 조정했고, 민간기관·단체는 상황에 맞게 조정토록 요청했다"는, 무슨 '안전'을 '안내'하는지 모를 중대본발 '안전 안내 문자'만 받았을 뿐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문제없다'로 일관하고 있다. 9일 오전 대통령실 관계자는 출입기자들에게 "대통령이 보이지 않았다거나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오해가 없길 바란다"며 "대통령이 있는 곳이 상황실"이라고 설명했다. 강인선 대변인은 아예 '반박성명'을 내고 "재난 상황마저 정쟁 도구화를 시도하는 민주당 조오섭 대변인 논평에 유감을 표한다"며 "집무실 이전을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고통을 외면한 무책임한 행태"라고 했다.
'전화지휘' 진짜 문제에도... 대통령실의 잘못된 충정
하지만 "멀쩡한 위기관리센터를 두고 왜 아파트에서 상황관리를 하나. 장수가 전쟁에서 있어야 할 곳은 전장이지, 집이 아니지 않나(윤건영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글)"는 지적에 대통령실은 뭐라고 반박할 수 있을까. 비가 와도 못 움직인다는 경호상의 허점을 드러냈는데, 더 심각한 안보나 재난 문제 등 국가 위기 상황이 벌어졌을 때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국민들의 우려는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앞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9일 아침 가장 먼저 내놔야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천재지변이라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무엇보다 인재로 안타까운 인명이 피해 받는 그런 일은 없어야 할 것"이란 재난안전상황실 방문 당시 모두발언이, "출근시간 조정을 적극 독려할 것을 당부했다"는 페이스북 글이 정말 최선이었을까.
비록 '오세이돈'이라는 오명이 다시 회자되고 있지만, 그래도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 여러분들께 송구스럽다"는 말로 메시지를 시작했다. "어제 대폭우로 서울에서 큰 인명피해가 있었다"며 "어떤 경우에도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시장으로서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불편을 겪으신 피해 시민들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억울함보다는 권한에 따른 책임감의 무게가 느껴지는 말, 국민들은 국가 지도자에게 그런 한 마디를 기대한다. 이것도 정치공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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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걸린 귀가에 분통... 이게 정치공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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