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국의 작품.
유영국
검색해 보니 학고재에서 몇 걸음 떨어져 있지 않은 곳, 국제갤러리에서 'colors of 유영국' 전을 하고 있었다. 이곳은 RM이 인증샷을 남긴 그림이 있다는 곳이었다.
유영국은 개인적으로 한국 화가들 중에서 가장 관심이 덜한 작가였다. 상대적으로 그 시대 활동했던 다른 작가들에 비해 많이 부유했던 작가, '울진의 유부자'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부유했던 작가에게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이 없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였다. 알다시피 김환기, 이중섭, 박수근 등 그 시대의 작가들은 얼마나 절절한 사연을 담고 있나. 어느 전시회에서, 담뱃갑 은박지에 그림을 그렸다는 이중섭의 '은지화'를 보고는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있다.
게다가 유영국의 그림은 추상화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구상화도 못 뗀 햇병아리 미술 애호가인 나에게 추상화는 넘사벽이었다. 그렇지만, 그래도! 아무리 넘사벽이라 해도 RM이지 않은가. RM 스팟까지 있다는 그곳을 지척에 두고 그냥 갈 수는 없었다.
그런 마음으로 국제 갤러리에 들어선 순간, 그러니까 유영국 작가의 첫 그림을 마주한 순간, 뭐랄까... 내가 가졌던 그간의 편견들이, 너무나 부끄러워졌다. 나 자신에게 창피함이 밀려왔달까. 작가가 생전에 "내 생애에는 작품이 팔리지 않을 거야"라고 했다는데, 아마도 작가 자신이 시대를 앞서간 감각을 가졌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던 듯했다.
분명 어려운 추상화이고, 책에서 본 적도 있는 그림이었지만, 실물이 주는 감동, 그 색채적 압도감은 도판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이었다. 그래서 제목도 'colors of 유영국' 이었나. 그가 구현한 세련된 색채감에 한번 반하고, 자연을 그린 그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에 두 번 반했다. (세상에! 추상화에서 따뜻함이 느껴지다니!)
국제 갤러리는 밝은 벽면과 자연채광을 가진 갤러리여서 그랬는지 그의 파랑, 빨강, 노랑, 초록의 색채감이 더욱 돋보이는 것 같았다. 분명 옛날 그림인데 낡았다라는 느낌보다 세련되고 시원한 느낌이 먼저 드는데, 그 옛날에 어떻게 이런 색채감을 나타낼 수 있었는지 놀라울 뿐이었다. 여담이지만 큰 캔버스에 이렇게 풍부한 색감의 물감을 충분히 쓸 수 있다는 것에서 '울진 유부자'의 부유함도 느껴졌고 말이다.
유영국의 이번 전시회는 꽤 많은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데, 국제 갤러리 K3관에 가면 RM이 픽한 그림이 있다. 대부분 그 그림 앞에서 RM과 비슷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 것이 RM 투어자들에게는 필수 코스인 것 같은데, 혼자 온 사람들도 많아서 그림 앞에서 사진 품앗이는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그 덕분에 나도 한 컷, 수줍게 남길 수 있었다.
그렇게 알찬 전시회 두 개를 보고 돌아오는데,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언제 또 이런 그림을 볼 수 있을까 싶어 보고 또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무래도 RM이 쏘아 올린 작은 공, 나의 N차 관람의 포문을 열게 되지 않을까. 작가의 그림에 한번 놀라고 RM의 안목에 두 번 놀란 나의 RM 투어, 아마 앞으로도 쭉 계속될 듯싶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책읽고 글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따뜻한 사회가 되는 일에 관심이 많고 따뜻한 소통을 좋아합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