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 루슈디 작가 피습 사건을 보도하는 영국 BBC 갈무리.
BBC
이슬람을 모독하는 소설을 쓴 작가 살만 루슈디(75)의 피습 사건이 서방과 이슬람 갈등의 새로운 화약고로 떠올랐다.
인도 태생 영국 작가 루슈디는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주의 셔터쿼 카운티에서 한 비영리 단체가 주최한 문학 행사에서 강연하던 중 무대 위로 올라온 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쓰러졌다. (관련 기사 :
<악마의 시> 작가 살만 루슈디, 뉴욕서 강연 중 피습 http://omn.kr/2096m)
루슈디는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루슈디의 동료 작가 아티시 타시어는 지난 13일 트위터를 통해 "루슈디가 인공호흡기를 뗐으며 농담도 하고 있다"라고 회복 소식을 전했다.
다만 루슈디의 대리인에 따르면 흉기에 목과 복부를 찔린 루슈디는 한쪽 눈을 실명할 것으로 보이며, 팔 신경과 간도 손상된 상태로 알려졌다.
그는 1988년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악마의 시>를 내놓았다가 당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로부터 이슬람 규율의 종교적 사형 선고인 '파트와'에 처하면서 10년 넘게 암살 위협에 시달리며 도피 생활을 했다.
이란 "핵 협상 와중에 이런 일이"... 여론 불리해질까 우려
뉴욕주 검찰은 용의자 하디 마타르(24)를 2급 살인미수와 폭행 혐의로 지난 13일 기소했다. 미국의 레바논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마타르는 이슬람 시아파 극단주의 사상에 동조하고 이란 혁명수비대(IRGC)를 지지하는 이슬람 강경파로 전해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이번 사건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라며 "표현과 의견 개진의 자유를 행사할 때 어떤 경우라도 폭력으로 응수해서는 안 된다"라고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루슈디에 대한 사악한 공격에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라며 "진실, 용기, 회복력과 두려움 없이 사상을 공유하는 그의 역량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회의 중요한 구성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영국, 캐나다, 프랑스, 호주 등 서방 국가 정상들이 이번 사건을 강하게 비판하며 루슈디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다.
반면에 이란 정부는 일단 이번 사건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으며 침묵하고 있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도 "우리는 루슈디 피습 사건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미국 유럽과 핵 협상을 벌이고 있는 이란 대표단의 모하마드 마란디 고문은 트위터에 "이슬람을 향해 증오와 경멸을 끝없이 쏟아낸 작가를 위해 눈물 흘리지 않을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핵 협상이 막바지에 달한 미묘한 시점에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이란이 암살하려 했다는 미국의 발표와 루슈디 피습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것이 우연의 일치인가"라고 의심했다. 서방과의 핵 협상을 벌이는 가운데 이번 사건으로 이란에 불리한 여론이 높아질까 봐 경계한 것이다.
이슬람 사형 선고 '파트와'가 뭐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