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로 갓 나온 고추(왼쪽), 분갈이 및 대략의 잎 정리를 마친 고추(오른쪽)
김정아
식물은 동물과 많이 다르다. 아프다면, 아픈 부분을 제거하는 것이 일단 제일 중요하다. 나무가 반쯤 썩은 것 같다면, 과감히 반을 잘라내서 살리기도 한다.
죽거나 아픈 잎, 가지를 그대로 두면, 그걸 살리겠다고 나무는 기를 쓰며 그쪽으로 영양을 보낸다. 그러나 이미 시들어버린 잎은 되살아나지 못한다. 오랜 병치레에 가정 살림이 파탄 나는 것이다. 따라서 희망이 없는 부분은 과감히 잘라내고, 새로 살아나는 부분을 북돋워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
싹 정리한 때가 5월 말일이었으니, 그 이후에 남편이 아파서 입원을 했었고, 나는 고추를 신경 쓸 새가 없었다. 복잡한 시간이 가고 6월 말쯤에는 잎이 나고 있는 모습을 보았으나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했다. 그리고 다시 동부 시누님 댁으로 두 주일을 다녀왔다.
그렇게 7월 중순이 되어서 집으로 다시 돌아온 우리는 숲이 되어버린 텃밭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우리의 고추나무는 초록색으로 살아나서 하얀 꽃을 함박 뒤집어쓰고는 예쁘게 웃고 있었다. 아래쪽에는 조그만 고추들을 대롱대롱 달고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