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망고
전윤정
작가 캐롤라인 냅이 3년 동안 부모를 차례로 여의고 알코올중독을 치료받은 그때, 7년간 근무한 보스턴의 신문사 기자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라는 불확실한 길로 들어서던 그때, 동물보호소에서 셰퍼드 잡종 개 루실을 만난다. 막막하고 불확실한 그녀의 삶 한가운데 들어온 개 루실은 냅의 마음속 어둠을 몰아내고 안정감을 주었다.
"개는 인간에게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한 가지 속성이 있다. 그것은 내가 나라는 사실만으로도 가치 있는 존재임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무조건 상대에게 수용되는 경험은 내게는 기적과도 같았다." (51쪽)
개가 주는 기쁨은 순수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사랑이다. 따라서 작가는 개에 대한 환상은 버리라고 충고한다. 개는 집안에 오줌을 싸고 물건을 망가트리고 짖는다. 그들의 행동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개는 망나니일 뿐이다. 슬리퍼를 물어다 주는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을 꿈꿨지만, 현실 속 개는 슬리퍼를 씹어놓는다.
개는 살아있는 인형도 아니고, 털옷을 입은 사람도 아닌 본능을 가진 동물이다. 개를 절대 낭만적으로 포장해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나 역시 개를 기르고 싶어 하는 지인이 있으면 힘들고 어려운 점부터 말한다.
"털눈이 내린다아~ 샤랄랄랄라~" 우리 집에는 매일 털눈이 내린다. 우리 집 반려견 웰시코기 망고가 엄청나게 뿜어내는 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웨일스 귀염둥이'로 등재될 정도로 쫑긋한 귀와 동글동글 엉덩이가 귀여운 웰시코기는 털이 많이 빠진다. 가끔 인터넷에는 고양이와 웰시코기 중 누가 더 털이 많이 빠지나요?라는 질문이 종종 올라올 정도다.
개와 우아하게 산책하기 역시 환상이다. 개는 냄새를 맡으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한다. 공원에서 풀냄새, 다른 개의 배설물 냄새, 쓰레기 냄새 등등을 맡느라 산책은 더디기만 하다. 망고가 제일 좋아하는 냄새는 지렁이인데, '오, 이 냄새는 집에 가져가야해!'라는 기세로 자기 목덜미에 묻히려고 하면 나는 기겁을 하고 리드줄을 끌어당기게 된다.
캐롤라인 냅은 자기 반려견 루실과의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저널리스트답게 취재를 통해 사람과 개의 다양한 사례를 인용하고 있다. 개와의 관계를 통해 어릴 전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받았던 상처를 마주한 조안, 가정폭력을 행사하던 남편이 죽자 자신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반려견의 공격을 받은 마사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많은 커플과 가족이 개를 통해 더 유대가 깊어지기도 하지만 불화를 겪기도 한다. 7년간의 결혼 위기를 극복하고자 반려견을 입양했다가 성격 차이를 더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 이혼한 캐롤린과 마크 커플이 그렇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개는 훌륭한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버지니아 의대 교수인 샌드라 바커와 랜돌프 바커가 실시한 연구에서 개를 키우는 122 가족 중 1/3에 가까운 사람들이 가족 가운데 개에게 가장 친밀감을 느꼈다고 응답했을 정도다.
무엇보다 개들은 우리를 비난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나 역시 집안에서 종일 나를 종종 따라다니며 나의 모든 것을 말없이 지켜 봐주는 망고의 존재는 특별하다. 일본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도 우리가 태연히 우리 자신의 어리석음을 겉으로 드러내고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때는 어린아이, 개나 고양이를 대할 때뿐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개를 키우고 나서 내 삶이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