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국장과 관련한 여론조사 소식을 전하는 일본 언론 보도.
야후 재팬 갈무리
그런데 국장에 대한 찬반 양론이 '백중세'에서 '반대론 우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눈여겨볼 만한 현상이 나타났다. 국장 반대론 혹은 아베 신조 반대론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한 구호들이 아베 신조는 물론이고 자민당과 극우세력의 존립 기반과 관련 도 돼 있다는 점이다. '법적 근거가 없다' 등의 사유 외에, 일본 정치의 향후 구도에 영향을 미칠 만한 구호들이 지금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도쿄변호사회(www.toben.or.jp) 홈페이지에 실려 있는 8월 2일자 회장 성명에 따르면, 도쿄 변호사들이 국장을 반대하는 1차적 사유는 '민주주의와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이다. '아베 신조 전 내각총리대신의 국장을 반대하며 철회를 요구하는 회장 성명(安倍晋三元内閣総理大臣の国葬に反対し、撤回を求める会長声明)'이라는 제목이 달린 이 문건은 "민주주의의 관점에서도, 또 국민의 사상·신조(信條)의 자유라는 관점에서도 중대한 우려가 있기에 이것(국장)에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지난 8일자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아베 장례식 때 초·중·고교들이 조기를 게양하게 한 지방 교육위원회 조치에 대해서도 일본 사회의 저항이 있었다. 이때 나타난 저항의 사유는 양심의 자유 침해, 평등권 위반 등이다. '조기에 대한 묵념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 '아베 신조만 특별대우하는 것은 평등권 위배' 등의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주의나 사상·신념의 자유, 양심의 자유, 평등 같은 이념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아베 신조 국장에 대한 반대 여론이 현저히 높아졌다. 이번 국장 논쟁을 계기로 이런 이념들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베 신조가 추구했던 극우정치는 민주주의나 사상·신념·양심의 자유 등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 겉으로는 이런 것들을 옹호하는 듯하면서도 실제로는 억눌러왔다. 민주주의, 사상의 자유 등의 중요성이 확산하면서 국장 반대론이 주류를 이뤘다는 점은 자민당의 극우 정치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반감이 표출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코로나 팬데믹과 인플레이션 위기로 세계 대중의 권리 의식이 더 첨예해지고 있다. 민중의 관점에 입각한 시위가 세계 각지에서 빈발하고 이로 인해 정권 교체나 정권 몰락까지 일어나고 있다.
쿠바나 이란처럼 민중시위가 드물던 곳에서도 반미시위가 아닌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민중의 동향을 우려하는 것은 북한 정권도 마찬가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기층 당원들과의 접촉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나, 코로나 방역 위반을 이유로 이웃을 신고하도록 하는 군중신고법을 제정해 대중 상호간 감시체계를 만든 것에도 그런 우려가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민중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 이를 억누르기 위한 정치활동도 함께 활성화되기 쉽지만, 지금 일본에서 아베 국장을 계기로 사상·양심의 자유나 평등을 강조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이런 흐름이 자민당과 일본회의 등이 이끄는 극우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관심을 갖게 된다.
일본의 진보세력, 결집할 수 있을까
1990년대 탈냉전 시기에 일본에서는 진보세력이 오히려 약해졌다. 미국의 세계 패권이 곳곳에서 약화되는 속에서도 서태평양 북부에 대해서는 미국의 에너지가 더 많이 집중됐다. 이런 가운데 냉전구도의 연장판인 제1차 북핵 위기가 일어났다. 그러면서 한국은 남북화해의 기회를 잡지 못했고 일본은 새로운 시대로 나갈 기회를 놓쳤다.
그 와중에 진보세력인 일본사회당도 1996년에 사회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꾸면서 사회당 역사의 막을 사실상 내렸다. 그 뒤 지금까지 일본 진보세력은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올바른 사회적 역량을 조직화해낼 진보세력의 처지가 이와 같기 때문에, 아베 국장을 계기로 확산되는 진보적 흐름을 당장에 정치적으로 조직할 세력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일본 국민 상당수가 아베식의 극우정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은 어느 정도 입증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일본 국민들이 아베 국장을 반대하는 이유는 꽤 신선하다고 할 수 있다. 한일관계뿐 아니라 일본 사회까지도 긍정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이런 흐름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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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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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국장' 반대가 압도적"...여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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