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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노래가 있었다

[김삼웅의 문화열전 - 겨레의 노래 아리랑 4] "인류문명사는 민요와 함께 발전했다"

등록 2022.08.28 15:22수정 2022.08.2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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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랑은 그 종류와 사설이 50여 종에 6천여 수나 된다고 합니다. -2011년 5월 횡성 회다지 축제 현장에서-
아리랑은 그 종류와 사설이 50여 종에 6천여 수나 된다고 합니다. -2011년 5월 횡성 회다지 축제 현장에서-임윤수
 
기독교의 요한복음 제1장 제1절은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말씀은 하나님과 함께 있었다. 하나님은 말씀이었다."고 기록한다.

음악의 <기원과 정신분석>을 쓴 쥴리에트 알빈은 '하나님의 말씀'은 곧 '노래'라고 분석했다. 그래서 <태초에 노래가 있었다>는 유명한 저서를 펴냈다. 


인류문명사는 민요와 함께 발전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래전부터 노래 특히 각종 민요가 널리 불리고 발전해왔다. 

민요란 원래 어느 개인의 감정이나 시상에서 울어난 것이 아니고, 집단적 민중의 공명과 지지 하에서만 성립이 가능한 것이다. 즉 여러 만인이 가지고 있는 공통심이 결정되어 노래로 표현되는 곳에 민요의 발생이 있으므로, 민요에는 특수성이 배제되었고 민중적 보통성이 그대로 반영되었던 것이다. 

민중이 지배자에게 가지는 공통적인 생각이라든가 생활의 공명 슬픔과 즐거움이 그들의 심금에 울려 자연발생적으로 흉중에 싹이 트고 입을 통해서 외부에 나타나게 된다. 그러므로 민요의 발전이나 도태란 문제는 인위적인 힘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일이 없고, 오직 민중적 집단만이 그 개폐가 가능한 것이다. (주석 3)

민요 아리랑은 이와 같은 풍토에서 태어나고 수백 년 또는 수천 년 동안 전수되었다. 자연발생적이어서 지은이가 달리 없고 민중의 공감이 따르기에 도태되지 않고 시대를 뛰어넘는다. 세종대왕은 8도 가요를 수집하도록 명한다. <세종실록>의 관련 내용이다. 

예조에 명하였으되, 성악의 이치가 시정(時政)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다. 이제 관습향악 50여 성과 아울러 신라ㆍ백제ㆍ고려 때에 민간이어(民間俚語)를 보면 여기에는 당시의 정치의 얻고 잃음을 볼 수 있어 후대 사람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우리 조선왕조가 개국한 이래로 예악이 크게 성하여, 조묘아송지악(朝廟雅頌之樂)이 이미 구비되었으되, 유독 민속가요의 가사가 채집되지 않았으니 실로 정사를 봄에 불편하다. 이제 옛적 시 채집법에 따라 각도의 주ㆍ현에 말해 그 고장의 시와 이어(俚語)를 바로 채집하고, 여러 가지 노래를 모두 채집하라.


세종은 민요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수집을 명하였으나 시각은 어디까지나 군주 쪽이어서 한계가 있었고, 민중의 자연발생적인 측면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조선후기 실학자들은 민요에 대해 그 주체성을 높이 평가했다. 연암 박지원은 <연암집>에서 말한다. 

우리 나라가 비록 구석지기는 하나 그래도 적지 아니한 나라이며, 신라나 고구려가 소박하나 인간의 아름다운 풍속도 많았다. 그 말을 글자 그대로 옮겨놓고 그 민요를 음률에다 맞추기만 하면 자연스레 문장을 이루어 참다운 맞이 나타날 것이다. 옛 것을 본받거나 남의 것을 빌려올 것 없이 현재 있는 그 대로를 가지고 모든 것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민요 중에서 노동민요가 많았다.

"노동요란 일터에서의 민요이다. 민요의 기원을 노동요로 볼 때 민요 가운데 참된 민요가 노동요이니 민요의 위치가 되는 셈이다." (주석 4)

노동요는 언제 불렀느냐 하면, 물론 노동을 하면서 부르고 휴식을 취하면서 불렀으며, 집단적인 힘을 발휘하여 공동체의식을 다질 때 불렀던 것이다. 까닭에 노동요가 우리 인간에게 주는 의미는 기쁜 마음으로 일할 수 있도록 훈훈한 분위기를 주는 음악적 정서적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이 의미는 개인에게 일의 의욕을 북돋아 주고 삶의 즐거움을 일깨우는 동시에, 집단에게도 더 큰 용기와 질서있는 노동의 능률을 가져오고 인화로의 길을 열어주어 상부상조의 공동체의식을 고무한다. 여기서 노동요의 개인적 의미와 사회적 의미가 공존한다. (주석 5)


주석
3> 임동권, <한국민요사>, 3쪽, 집문당, 1964.
4> 김우헌, <한국노동민요론>, 22쪽, 집문당, 1986.
5> 앞의 책, 23쪽.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문화열전 - 겨레의 노래 아리랑]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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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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