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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중건기 '아리랑 타령'

[김삼웅의 문화열전 - 겨레의 노래 아리랑 6] "가사를 달리하면서 각지로 퍼지게 되었다"

등록 2022.08.30 15:45수정 2022.08.3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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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파괴하기 전 경복궁 1868년 흥선대원군은 7481칸의 웅장한 모습으로 공사를 마쳤다. ⓒ 자료사진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이 섭정의 자격으로 정권을 잡으면서 왕실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임진왜란 때 불에 타 소진된 경복궁 중건에 착수했다.

2년 만에 중건이 완료된 경복궁은 당시 조선 1년 예산의 10배 가량 되는 막대한 금액이 투입되었다. 이를 조달하고자 흥선대원군은 원납전을 걷고 당백전을 발행하는 등 무리한 정책을 강행했다. 


전국의 백성들을 노임도 주지 않고 동원하면서 원성이 하늘에 메아리쳤다. 그때 백성들이 불렀던 <경복궁 타령>에 민초들의 고통이 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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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선대원군. 서울시 종로구 운니동의 운현궁에 전시된 그림. ⓒ 김종성

 

   경복궁 타령

 경복궁 새 대궐 짓는 데
 헛방아 찧는 소리다

 조선의 여덟도 좋다는 나무는 
 경복궁 짓느라고 다 들어간다

 석수쟁이 거동을 보소 
 방망치를 갈라 잡고
 눈만 꿈벅 거린다


 도편수란 놈의 거동을 보소
 먹통을 들고 갈팡질팡한다

 대문 열고 바라 둥당 치니
 계명산천에 날이 살작 밝았네

 남대문 밖에 떡 장수들아
 한 개를 베어도 큼직큼직이 베어라

 남대문 밖에 막걸리장사야
 한 잔을 걸려도 큰애기 솜씨로 걸러라

 창포밭에 금잉어 논다
 금실금실 잘 논다  
 화란춘성 봄 바람에
 너훌너훌 나비 논다 (주석 7)

아리랑 연구가들에 따르면 경복궁 중건 당시 팔도에서 모인 백성들이 함께 불렀던 <아리랑타령>이 이후 전국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밝힌다. 각지에서 자생적으로 불리던 것이, 가사를 달리하면서 각지로 퍼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리랑 타령

 이씨의 사촌이 되지 말고
 민씨의 팔촌이 되려무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어라 노다가세

 남산 밑에다 장춘단을 짓고
 군악대 장단에 받들어총만 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어라 노다가세

 아리랑 고개다 정거장을 짓고
 전기차 오기만 기다린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어라 노다가세

 문전의 옥토는 어찌 되고
 쪽박의 신세가 웬 말인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어라 노다가세

 밭은 헐어서 신작로 되고
 집은 헐어서 정거장되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어라 노다가세

 말깨나 하는 놈 재판소 가고
 일깨나 하는 놈 공동산 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어라 노다 가세


 아깨나 낳을 넌 갈보질하고
 목도깨나 메는 놈 부역을 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어라 노다 가세

 신작로 가상사리 아까시 낡은
 자동차 바람에 춤을 춘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어라 노다 가세

 먼동이 트네 먼동이 트네
 미친놈 꿈에서 깨어났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어라 노다 가세 (주석 8)


주석
7> 앞과 같음.
8> <실천문학>, 제4권, 241쪽, 1983.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문화열전 - 겨레의 노래 아리랑]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겨레의노래 #겨레의노래_아리랑 #아리랑 #경복궁타령 #아리랑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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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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