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텃밭생활자회사 옥상 텃밭 상자에서 채집한 방아잎
이가은
"아 참, 텃밭에 물 주러 가야하는데... 이미 퇴근 시간이 임박했네, 내일은 꼭 가야지!"를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이미 텃밭 식물들은 저 세상으로 가버린 후인 것이다. 게다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일명 마이너스의 손이다. '결코 죽지 않는다'는 식물을 선물 받아 키워도 며칠 후면 비실비실, 좀 더 있으면 버석하게 말려버리곤 했다.
그러니 '시간도 없고 바빠 죽겠는데 텃밭 상자가 웬말이냐, 회사 일이나 잘 하자' 하며 신청조차 하지 않았었다. 역시나 직원들의 옥상 텃밭은 실패로 돌아갔다. 옥상의 텃밭 상자들은 관상수와 함께 그냥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러던 지난해 어느 날, 잠시 숨 돌리러 올라간 옥상에서 나는 옥상을 점령하고 있는 그 식물을 만났다. 평범한 오후였다. 너무 졸려서 커피 한 잔을 사서 옥상으로 올라갔다. 황량할 줄 알았던 텃밭 상자에는 무언가 가득 심겨 있었다.
"아니 이게 뭐지? 뭔가 낯설지가 않은데" 하며 옥상을 점령하고 있던 식물의 이파리를 뜯어서 향을 맡는 순간, 그 냄새는 나를 어린 시절 어느 순간으로 데려갔다. 이 녀석의 정체는 바로바로 '방아잎'이었다.
엄마는 보양식으로 꽤 자주 추어탕을 끓여주셨다. 된장을 풀어 얼갈이 배추를 듬뿍 넣은 추어탕에는 잘게 썬 방아잎과 제피(산초)가루와 간마늘, 청색 홍색 고추 다짐을 넣어서 먹곤 했다. 포근한 된장 국물에 알싸한 방아와 제피 향이 너무나 독특했다. 강하고 독특해서 잊어버리기 힘든 그 잎을 나는 서울 한복판 회사 텃밭 상자에서 얼마전 다시 조우했다.
다시 만난 방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