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개농 회화' 작가와 '입체 회화' 작가의 앙상블

심홍재, 유지환 개인전 열려... 전주 '향교길68'에서 동시 개최

등록 2022.08.28 17:43수정 2022.08.2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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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문화공간인 '향교길68'에서 심홍재·유지환 등 전시가 열린다. 

최근 심홍재 회화작업의 특징 두 가지를 꼽는다면 일필휘지에 의한 '획'과 자개의 재예술화(활용)라고 할 수 있다.


'획'의 힘과 폐농의 자개가 만나 빚어낸 미적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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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홍재 <평화를 빕니다> 먹으로 일필휘지한 최근의 작업/ 간결하지만 많은 의미를 준다. ⓒ 심홍재

 
일필휘지에 의한 획의 힘은 이제까지 해온 화업의 세월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 획 안에는 60년간 살면서 겪은 수많은 경험이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이제껏 쌓아왔던 내공으로 먹드로잉을 한 <평화를 빕니다> 연작이다.

여기 형상은 팔을 벌리고 하늘을 향해 기원하는 모습처럼 보이지만, 십자가이기도 하고 예수의 현현이기도 하다. 심홍재의 자화상이기도 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이들의 형상이기도 한 것이다. 검은색 인간의 형상 안에는 삼라만상과 그 삼라만상의 팽창(발생)과 수축이 들어 있다. 검은색은 모든 색을 가지고 있다. 또한, 검은색은 암흑, '무(없을)'를 의미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 간단한 검은색 형상 앞에서 잠시 숙연해진다.

옛 자개 가구들에서 작가가 힘있게 쓴 '획' 부분을 도려내어 갈고 회화에 부착시킨다. 마지막엔 레진 코팅을 하여 마무리되는 작업은 이제 이 작가를 자개를 활용한 독보적인 작가로 만들었다. 여러 좋은 작품이 있지만, 오늘은 작품 <포옹>만 다루겠다. <포옹>은 그가 이제 대가라는 말을 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나의 점에서 지구, 우주까지 상징할 수 있는 원형 틀부터 마음에 든다. 붉은색의 바탕 위에 힘차게,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형상들(그만이 뿜어내는 '획"들), 그 형상들의 검은색 바탕 위에서 반짝이는 자개의 광채, 거기에 옥색 형태들이 뿜어내는 묘한 신비감(고색창연한 골목에서 헤어져야 하는 연인의 마지막 키스 같은 느낌)까지, 이 모든 것이 총합으로 강렬한 미적 쾌감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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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홍재 <포옹> 자개의 광택과 현란한 형태미는 어떤 것이 따라갈 수 없는 자체발광 매력 발산 작품이다 ⓒ 심홍재

 
파편화되는 비침 이미지와 투명함, 광채가 주는 매력


작가 유지환은 말+레진+철이 포함된 입체작품을 만들면서 스스로 '입체회화'라 칭하였다. 이 작업들이 조각과 회화의 경계에 있다고 하여 그렇게 붙인 것인데, 어느 정도는 말이 된다. 회화 작가이었다가 문래동에서 철을 접하고 쇳덩이와 레진을 더하여, 다른 사람은 하지 않은 나름의 작업세계를 만들었으니 이름 하나 정도 붙여도 무방할 것이다. 데생 좋은 화가가 그 화가의 감각을 최대한 높인 '회화성이 강조된 조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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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환 work_2204_현대인의 결핍시리즈_레진작업_입체회화03 ⓒ 유지환

 
작가는 철과 레진의 사각형의 겉과 안에 비스듬히 또는 바로 위치된 말의 형상이 도시에 사는 현대인을 표상한 것이라 한다. 작가 설명에 따르자면 "세월의 상처와 치열한 삶의 흔적들"을 간직하고 있는 현대인의 초상이란다. "쇳덩이 위에 홀로 서 있는 말의 형상"은 벼랑 끝에 내몰린 현대인으로 표현됐고, "사방이 벽으로 막혀버린 공간 같은 느낌들"로 이뤄진 레진 사각형은 틀에 갇혀서 고독하게 또는 힘들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드러낸 것이라 한다.

작가는 이 작품들에 고독하고 힘든 현대인만 표현한 게 아니다. 긍정적이고 희망찬 현대인의 모습까지 함께 병치·삽입해 놓았다. 말에 색칠된 다양한 색은 즐거움과 역동성, 희망을 말한다. 또한, 벽으로 상정한 투명한 사각 틀은 그 투명함 때문에 닫혔지만 열린 공간이 된다. 그것은 탈출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밝은, 또는 좋은 곳으로의 '열림'인 것이다.


더불어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는 비침·반사로 생성되는 복잡다단한 이미지들과 광택·광채다. 이점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분절된 이미지(선, 면, 색)가 불러일으키는 사유들은 이 작품의 가치를 높인다. 광채와 파편화된 이미지들은 긍정/희망/욕구/행복의 표상이 된다. 의욕을 일으켜 세상을 긍정태로 바뀌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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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환 work_2205_현대인의 결핍시리즈_레진작업_입체회화05 ⓒ 유지환

 
그래서 작가는 말한다. "모든 일을 겪어낸 상처투성이 그 자체의 아름다운 모습을 기억하고 안아주라"고 말이다. 솔직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되 그것을 아름답게 생각하고 희망의 길로 나서라는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고 그 상처를 안아주어 치유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유지환의 이 작업들이 조형적 완결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예술적 효용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 근래 증명되었다. 이 입체회화작품에 조명을 가미하여 크라우드펀딩 했었는데 계획보다 훨씬 더 좋게, 성황리에 끝났다.

두 개인전은 전주시 완산구에 있는 '향교길68' 1, 2관에서 8월 30일부터 9월 12일까지 펼쳐진다. 
#심홍재 #유지환 #이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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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행위미술, 설치미술, 사진작업을 하며 안동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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