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 능선에서 바라보는 전경1의상 능선 뷰 보고 가실게요~^^
정혜영
일단 산을 찾아야 했어요. 대한민국 남쪽 땅에서 가장 높은 산에 오르려면 일단 산이라는 곳과 친해져야 가능한 일일 테니까요. 아쉽게도 제가 사는 곳 주변엔 산이라고 부를 만한 산이 없었죠.
몇 군데 'OO산'이라는 구릉이 있긴 한데 산인 줄 알고 등산장비를 다 갖춰 입고 갔다가 30분 만에 정상이란 곳에 오르고선 갖춰진 장비가 어찌나 부끄럽던지요. 갖고 간 등산용 스틱을 다른 사람들이 볼까 싶어 던져버리고 오고 싶을 지경이었다니까요.
그래서 정한 곳이 북한산이었어요. 저희 집에서 40여 분 운전 거리에 있는, 최적의 산이었죠. 처음엔 북한산성 입구부터 시작해서 무작정 올랐어요. 길도 모르면서요. 엉덩이가 가벼운 사람의 최대 단점은, 실천력에 비해 계획력이 떨어진다는 점이에요. 계획은 계획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대충 출발 지점만 확인하고 수많은 등산 행렬 속에 섞여 오른 거죠.
경사면을 오를 때 사용하는 근육이 달라 처음엔 무리할 수도 없었어요. 그냥 한 시간쯤 올라갔다가 내려오자. 그런 마음으로 올랐는데, 갈림길이 나와요. 그럼 고민이 시작되는 거죠. 흠...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는 자에게 닥치는 첫 시련은 선택을 요하는 갈림길에서 와요. 그럼 그때라도 열심히 구글링을 하거나 초록창을 뒤져야 마땅할 텐데... 안내 팻말을 보고는 그냥 쉬워 보이는 쪽으로 향해요. 그런 길이란 으레 계획없이 길을 나선 저 같은 등린이를 위한 길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