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가을이 익어가고 있는 장면들

장독대에는 무엇이 보관되어 있을까?

등록 2022.08.29 15:48수정 2022.08.2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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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말의 햇살은 따갑다. 높아지고 청량해진 파란 하늘을 뚫고 쏟아지는 햇살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점심시간에 사무실을 나서면 눈이 부셔 손바닥으로 햇살을 가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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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사과가 익어가고 있다 ⓒ 이재영


하지만 문경에는 가을이 익어가고 있었다. 고향에 들러 어머니를 모시고 차를 몰아 도착한 문경 누이집에서 마주한 빨간 사과가 가을이 왔음을 알려 주었다. 지난번 왔을 때 손톱만 했던 사과가 크고 탐스럽게 영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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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대추가 굵어간다 ⓒ 이재영


대추가 굵어지고 청포도가 익어가고 있다. 이육사의 칠월 청포도가 고지대에 해당하는 문경에서는 8월에 익고 있다. 칠월의 강렬한 햇빛이 포도를 숙성시켜 당도를 높인다고 하지만, 문경에서의 청포도는 봉투 안에서 당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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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 호박꿀을 따는 벌 ⓒ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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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규 황금해바리기가 금화규의 또 다른 이름이다 ⓒ 이재영

 
부지런한 꿀벌은 이른 아침부터 호박꽃을 옮겨 다니며 꿀을 모으고 있다. 누이의 정원에는 하얀 박꽃도 피어 있는데, 호박꽃 꿀과 박꽃의 꿀  맛은 어떻게 다를까? 그리고 누이의 정원에 피어 있는 처음 보는 노란 꽃은 어찌 키가 저리도 크고 열매가 굵을까?


인터넷에 살펴보니 1년생인 금화규는 황금 해바라기 또는 야생부용이라고도 불리는 약재식물이라고 한다. 말려 차로 마시면 콜라겐이 많아 미용에도 좋다고 하니 꽃잎을 따서 말려보라고 할까?

어릴 적 부뚜막에서 어머니 옆에 앉아 입으로 받아 먹던  호박잎은 내가 좋아하는 식품이다. 여름철 나는 전통시장을 돌아다니며 호박잎을 찾는다. 맛있게 끓인 된장찌개 한 숟가락에 고추장 조금을 찍어 놓고 싸 먹는 찐 호박잎의 맛을 아이들은 알지 못한다.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음식에 젓가락을 대지도 않는다. 아련한 추억의 맛을 아이들이 알 수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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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순 호박순이 손길을 뻗다 ⓒ 이재영


이른 아침 나가보니 이방인이 세워 놓은 차를 환영하는 듯 호박순들이 손을 내밀고 있었다. 혹시 호박이 도시의 냄새를 맡고 있는지도 모르겠네. 낯선 냄새에 코를 내밀고 킁킁대고 있는 것일까?

자식들이 학업과 직장을 찾아 도시로 떠난 시골은 나이 든 부모들만 남았다. 고향을 떠나 살 수 없다는 노인네들이 남아 농사를 짓고, 손수 수확한 곡식과 푸성귀를 도시에 사는 자식들에게 보낸다.

농번기에 부모를 돕기 위해 찾아오는 자식들이 반갑고 고맙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자식들의 방문 횟수도 줄어들고, 특히 명절 때는 전화 한 통만 하고 오지 않는 자식들이 섭섭해진다. 전화도 한 통 없는 자식이 이번 명절에는 행여 찾아올까 부모는 집 앞 등불을 끄지 않고 기다리다가 앉은 자리에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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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채와 장독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사랑채 ⓒ 이재영

 
시간이 흘러 시골집을 지키던 부모도 세상을 떠내고, 돌보지 않는 사랑채는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스러지고 만다. 집을 감싸고 도는 돌담 위에는 호박 넝쿨이 무성하고, 탐스러운 애호박은 찾아주는 이가 없어 누렇게 익어갈 시간만 헤아리고 있다.

여전히 장독대는 어머니의 손길이 남아 반짝인다. 장독 속이 궁금하다. 오래된 된장이나 고추장? 혹 소금을 담고 그 속에 참기름 한 병을 숨겨 놓았을까? 아니면 손주들이 오면 꺼내 줄 사탕과 곶감 몇 개를 감추어 둔 것은 아닐까? 집주인은 이 장독에 무엇을 보관하였을까?


나는 이른 아침을 먹고 과수원으로 나가  빨간 홍로 사과를 따면서 익어가는 가을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가을 #사과 #장독대 #호박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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