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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후 3년... 태평한 남편에게 배운 것

누구나 성공할 수 없는 인터넷 쇼핑몰... 사업에도 공부가 필요합니다

등록 2022.09.02 11:59수정 2022.09.1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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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다닌 회사를 나오기 전, 회사 밖 생활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와보니 그렇게 두려워 할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저의 시행착오가 회사 밖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편집자말]
먹고사니즘에 관한 고민

직장을 다니면서도 그렇지만, 사업을 하면서도 나는 늘 불안하다. 직장을 다닐 때는 언제고 잘릴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 아마도 대한민국 중년이 대부분 그런 불안에 시달리지 않을까?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는 사업을 하면서도 늘 불안하다. 삶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 사업이 잘 되니 퇴사가 가능했던 것 아니냐고 했지만, 퇴사가 가능하도록 사업에 노력을 쏟았을 뿐이다. 그렇게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생활비를 벌 수준이 되었지만, 나는 늘 불안에 시달린다.

혹시라도 생활비를 다시 벌 수 없는 지경이 되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따위의 고민을 한다. 이런 고민은 직장생활에서도 했다. 사업을 하면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10년 전에도 하던 고민을 지금도 똑같이 하는 것을 보면서 죽기 전까지 먹고 사는 고민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미래는 알 수 없기에 불안하다
미래는 알 수 없기에 불안하다mtchllhrtly, 출처 Unsplash
 
반면 남편은 불안함이 없다. 태평하고 느긋한 편이다. 우리의 갈등은 종종 불안과 태평 사이에서 발생한다. 그는 불안해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나는 느긋해하는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작년부터 신상품 개발을 준비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늦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은 여전히 느긋하고, 나는 조급하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조급하고 불안한 사람이 움직이기 마련이다. 나는 다른 상품을 팔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신상품이 나오기 전까지 지금 팔리고 있는 제품만으로는 불안했기 때문이다.

신제품 찾아 삼만리

인터넷으로 판매할 만한 물건들을 검색했다. 물건을 공급받을 수 있는 경로는 다양했다. 초보자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도매사이트에 올라온 물건을 내 쇼핑몰에 올려서 판매하는 것이다. 이때 도매사이트에 올라온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해도 되지만, 위탁 형태로 판매해도 된다.


위탁이란 물건을 구매하지 않고 판매할 수 있는 방법이다. 쇼핑몰은 마케팅과 판매만 담당하고, 고객이 주문하면 주문 정보를 보고 도매사이트에서 주문해 배송 해주는 구조다. 이런 경우는 재고부담이 없기 때문에 초보 온라인 판매자가 선호한다.

물건을 검색하다보니 세상엔 정말 다양한 물건들이 무척 많았다. 그러나 나는 팔 수 있을 만한 물건을 쉽게 구하지 못했다. 온라인쇼핑몰 강의나 정보는 많았지만, 자신이 어떤 물건을 어떻게 구해서 판매하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는 정보는 없었다. 그것을 이야기하는 순간 경쟁자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그건 영업비밀이었다.


내가 직면한 문제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어떤 물건이 팔릴지 알 수 없었고, 두 번째는 도매사이트에 올라온 물건 가격이 인터넷 최저가보다 비쌌다. 도매사이트에서 사업자에게 공급하는 가격은 소비자가의 70~80% 선으로 알고 있었다(우리가 제품을 그렇게 공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도매사이트에서 검색한 물건은 대부분 인터넷 최저가보다 비쌌다. 도매사이트에 올라온 가격으로는 경쟁력이 없었다.
 
 인터넷 쇼핑몰은 가격비교가 실시간으로 가능하다. 소비자에겐 편리한 기능이지만, 판매자에겐 불리한 기능이다.
인터넷 쇼핑몰은 가격비교가 실시간으로 가능하다. 소비자에겐 편리한 기능이지만, 판매자에겐 불리한 기능이다.cardmapr, 출처 Unsplash
 
좀 팔릴 만하다고 생각한 물건은 직접 공장에 전화해서 협상을 했다. 공장으로 직접 연락을 하면 좀 더 싸게 물건을 공급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공장에서 물건을 공급받을 경우 단점은 물건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재고 부담이 있다. 어떤 물건이 얼마나 팔릴지 알 수 없으므로 리스크가 좀 있는 것이다.

나름 시장조사를 하고, 수요가 있다는 것을 판단했다. 이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량을 제시한 뒤 견적을 요청했다. 몇 분 뒤 공장에서 받은 견적서는 인터넷 최저가보다 비싼 가격이었다.

"인터넷 최저가보다 비싼데요?"
"그건 다른 제품이겠죠. 저희 제품은 그 금액 이하로는 안돼요."

"혹시 단가를 낮출 방법이 있나요?"
"많이 사시면 단가가 좀 낮아지죠."

"많이라고 하면 얼마나 사야 하는 건가요?"
"천 개 단위로 단가가 내려가요."


천 개라는 말을 듣고, '아, 이 상품은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 그 물건이 잘 팔릴지 아닐지 가늠할 수 없는데, 무작정 천 개를 매입할 수는 없었다. 물론 나름 시장조사를 해서 수요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수요가 있으니 이미 많은 쇼핑몰에서 판매를 하고 있었고 그들보다 잘 팔 자신이 없었다. 마케팅 전략도 없었다. 아무 생각없이 천 개를 사입하기엔 무리였다.

중국에서 직접 해외배송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중국 사이트에서 괜찮은 제품을 검색하고 국내에서 얼마에 파는지 알아봤다. 마진을 계산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같은 제품을 중국 사이트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하고 있었다.

중국에서 바로 직수입하면 좀 저렴할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었다. 물론 수량을 좀 많이 하면 단가가 내려가긴 했지만, 국내에서 판매하는 가격이하로 판매하기엔 불가능했다. 이미 누군가가 수요시장을 파악하고 대량으로 수입해 국내시장에 푼 것이다. 경쟁이나 차별점을 찾기 어려웠다.

처음부터 잘 되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접근해야 이 허들을 넘을 수 있을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신입이 된 느낌이었다. 곰곰이 생각하다 깨달은 점은 가격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포기하기보다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을 선택했다.
나는 포기하기보다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을 선택했다. 출처 Pixabay
 
누구나 성공할 수는 없지만

인터넷 쇼핑몰 전성시대.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누구나 성공할 수 없는 이유는 이런 허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제 인터넷 쇼핑몰은 레드오션이고 포화 상태라고 했고, 누군가는 그 속에서 블루오션을 찾아내 수익을 창출한다. 결국 남들과 다른 차별화 포인트를 찾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 차별화 포인트는 처음부터 찾아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데이터가 쌓여야 물건을 보는 안목과 마케팅 포인트가 생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발견은 지금 팔고 있는 제품을 통해 벤치마킹하면서 깨달았다. 지금 파는 제품은 발명품이었고, 처음 판매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자리 잡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걸렸다.

누군가는 몇 개월 만에 수천만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그건 타고난 사업적 감각이 있기 때문 아닐까. 결국 타고난 사업적 감각이 없는 사람은 포기하거나 공부하거나 둘 중 하나다. 나는 공부하는 것을 택했다. 시간은 좀 걸릴 것이다.

빠르게 가는 사람이 부럽지만, 뚜벅이도 괜찮다. 이렇게 생각하기까지는 남편의 영향도 컸다. 느긋한 남편과 같이 일하면서 나도 느긋함을 배웠기 때문이다. 남편은 내게 조급함이나 불안함을 배운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다른 상품을 발굴해야겠다는 생각은 동일한 것 같다.

지금의 제품이 자리잡기까지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데이터와 경험치가 쌓인 후 우리의 사업은 3년 뒤 어디에 가 있을까. 그때는 지금과 다르게 감각이 좀 커져 있으리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longmami)에도 실립니다.
#슬기로운창업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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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하면서 프리랜서로 글쓰는 작가. 하루를 이틀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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