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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새 총리에 40대 여성 트러스... "기쁨 누릴 여유 없을 것"

보수당 대표 선거 최종 승리... '제2의 철의 여인' - '산적한 난제에 총선도 치러야' 전망

등록 2022.09.06 05:44수정 2022.09.06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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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트러스 보수당 대표가 5일 런던 보수당 당사에 도착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 AFP=연합뉴스

 
영국을 이끌 새 총리로 리즈 트러스(47) 영국 외무장관이 올랐다. 영국 집권 보수당은 5일(현지시각) 신임 당 대표 결선 투표에서 트러스 장관이 8만1326표(57.4%)를 득표해 6만399표(42.6%)를 받은 리시 수낵(42) 전 재무부장관을 꺾었다고 발표했다.

의원 내각제인 영국은 집권당 대표가 자동으로 행정 수반인 총리를 맡게 된다. 이번 투표에는 보수당원 17만2437명 중 82.6%가 참여했다.

이로써 트러스 내정자는 마거릿 대처, 테리사 메이에 이어 영국의 세 번째 여성 총리가 됐다. 또한 데이비드 캐머런 이후 두 번째로 40대 총리 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들은 모두 보수당 출신 총리다. 

트러스 총리 내정자는 최종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하는 원내 경선은 가까스로 통과했으나, 이후 약 6주간 전국을 돌며 일반 당원을 상대로 벌이는 선거운동에서 지지율을 대폭 끌어올렸다.

감세를 통한 경기 부양과 기업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보수당 정통 지지층을 파고들었고, 지난 7월 보리스 존슨 총리의 사임을 압박하며 각료들이 줄사퇴를 할 때도 끝까지 곁을 지키며 '충성파'로 남은 것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에 줄곧 선두를 달리며 영국 최초의 인도계 총리 탄생을 예고했던 수낵 전 장관은 가장 먼저 사표를 내며 존슨 총리를 몰아내는 데 앞장서면서 '배신자'로 미운털이 박혔다.

트러스 내정자는 6일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알현해 임명장을 받고 총리로 공식 취임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재임 중 15번째 총리를 맞이하게 됐다. 


'대처리즘' 신봉자... 대규모 감세 추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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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19일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이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 회의 참석을 위해 도착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옥스퍼드대 재학 시절 중도좌파 자유민주당의 학생회장을 맡기도 했으나, 보수로 전향해 1996년 보수당에 입당한 리즈 내정자는 2010년 하원에 입성했다. 정계 입문 초기에는 연거푸 낙선했으나, 노동당 텃밭에서 싸우며 오히려 당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존슨 총리 아래 지난해 9월 내각의 최대 요직으로 꼽히는 외무장관에 발탁된 트러스 내정자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의 일환인 북아일랜드 협약을 파기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EU와 대치했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주도하며 '정치적 체급'을 키웠다.


또한 보수당의 상징이자 '철의 여인'으로 불리던 대처 전 총리를 존경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왔으며, 그의 복장과 말투를 따라서 한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영국 언론에서는 "제2의 철의 여인이 등장했다"라는 평가도 나왔다. 

트러스 내정자는 5일 당선 소감에서 "세금을 낮추고 경제 성장을 위한 담대한 구상을 내놓겠다"라며 "가계 에너지 요금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에너지 공급에 관한 장기적 문제도 다루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브렉시트 완수, 총선 승리, 코로나19 백신 출시 등 존슨 총리의 업적을 나열하고 감사를 표하면서 변함없는 충성을 확인했다. 

존슨 총리도 "우리는 트러스 내정자가 물가 위기를 해결하고, 당과 이 나라를 단결시키는 위대한 업적을 이룰 올바른 계획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라며 "이제 모든 보수당원이 그를 100% 지지해야 한다"라고 화답했다.

총리로서 역량은 '글쎄'... 산적한 난제들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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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트러스 외무장관의 영국 보수당 대표 선거 승리를 보도하는 BBC 갈무리. ⓒ BBC

 
그러나 트러스 내정자의 앞날은 험난할 전망이다. 영국 BBC 방송은 "트러스 내정자는 승리의 기쁨을 누릴 여유가 없을 것"이라며 "물가 상승, 에너지 안보, 우크라이나 전쟁, 공공 부문 연쇄 파업 등 난제가 쌓여있는 데다가 멀지 않아 총선까지 치러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트러스 내정자가 분열된 보수당을 통합할 능력이 있는가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라며 "만약 지지율이 흔들릴 경우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라고 꼬집었다. 

진보 성향 유력지 <가디언>도 "승리의 기쁨은 어려운 현실에 곧 사라질 것"이라며 지난 8월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약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트러스 내정자가 성공한 총리가 될 것이라는 답변이 12%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 개입을 줄이고 시장의 자율성에 맡긴다는 대처리즘은 재앙이었으나, 트러스 내정자는 이를 부활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하지만 국가를 분열시키는 무모한 행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보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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