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영씨가 2021년 서울 국제울트라트레일러닝 대회에 참가해 강북 오산을 달렸다.
유희선
처음에는 관악산 하나 넘고 나서 '아이고 힘들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는데, 지금은 관악산 하나로는 너무 심심해 강북오산(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을 한꺼번에 이어 달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 종주하는 데 거의 12시간 정도 걸린다.
그리고 2021년 10월 23일, 서울 국제 울트라 트레일러닝 대회인 'SEOUL 100K'에 참가했다. 서울의 숲, 산, 강, 성곽, 도시를 모두 만나는 세계적인 대회로 인왕산에서 시작해 북악산, 북한산, 도봉산을 지나 서울을 한 바퀴 휘감아서 오는 코스다. 세계적인 선수들도 많이 참가하는 이 대회에 50km를 12시간 만에 완주했다.
그리고 바로 이어 2021년 11월 6일 '트랜스 제주' 트레일러닝 대회에 참가해 10시간 달려 완주했다. 트랜스 제주 대회의 50km 코스는 한라산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히는 트레일 구간으로 누적 상승고도가 2300m 이상이었다.
달리면서 나누는 또 다른 즐거움
예전에는 자신의 생일날 스스로에게 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10km 마라톤 대회에 나가 메달을 따곤 했다. 그때만 해도 달리기는 일년에 딱 한번 도전하는 이벤트였다. 하지만 트레일러닝을 하고부터는 큰 변화가 생겼다.
"지금까지 2년 동안 트레일러닝에 푹 빠져 살았고 앞으로도 이 좋은 걸 계속하고 싶어요. 그런데 나 혼자만 좋아할 게 아니라 이 즐거움을 다른 사람과 나누면서 조금 더 쓸모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그래서 무작정 찾아간 곳이 'VMK 한국 시각장애인 마라톤클럽'이었다. 이곳에서 가이드 러너인 '빛나눔 동반주자'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시각장애인 중에 마라톤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시각장애인은 혼자 대회에 나갈 수 없다. 아무리 잘 달리는 체력과 실력이 있어도 옆에 반드시 가이드 러너가 한 명 있어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그냥 찾아가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더니 다들 반겨주더군요. 시각장애인 분들은 목소리와 이름을 꼭 기억해줘요. '성악하는 송지영이에요'라고 딱 한번 인사했는데, 다음에 목소리만 듣고도 저를 알아주시더군요."
시각장애인 마라토너와 달릴 때는 옆에서 끈을 잡고 손과 발을 반대로 움직인다. 선수의 왼손이 앞으로 나갈 때 동반자는 오른손이 나간다. 발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반대로 움직이는 것이 어색하지만 계속 연습하면서 서로 호흡을 맞추고, 속도를 맞추고, 힘들어하는 것 같으면 조금 줄이고, 괜찮으면 조금 더 끌어주면서 한 발 한 발 땅을 차고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