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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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거주하는 한 사람으로서 내가 기억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하나 됨과 화해에 힘썼던 사람이다.
"지난날을 뒤돌아보면 다른 선택을 했어야 했거나 아예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이 있었다는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두 나라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 2011년 아일랜드 방문 연설 중
영국과 아일랜드, 두 나라의 과거가 어땠길래?
하나의 아일랜드 국가를 두 조각 만들어버린 건 오래전(16세기) 영국의 간섭 때문이었다. 영국에선 아일랜드인을 아프리카 흑인처럼 '하얀 흑인'으로 부르며 야만인과 노예로 취급했다.
또한 비옥한 땅 아일랜드 북부의 토지를 몰수해서 영국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쫓겨난 아일랜드 사람들은 서쪽 척박한 땅으로 떠나야만 했다. 산업혁명 후 북아일랜드의 영국 사람들은 계속 부해지고 아일랜드에서는 대기근을 겪게 되자 영국에 대한 반감이 고조될 수밖에 없었다. 1919년 아일랜드에서 의용군을 결성하고 2년 반 동안의 독립전쟁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당했다. 결국은 아일랜드가 자체 국가임을 승인받게 된다.
여왕은 1920년 독립전쟁 당시 영국군에 의해 학살된 '피의 일요일' 현장도 방문했다. 국왕의 방문은 100년 만이었다. 여왕은 그 당시 아일랜드 대통령이었던 매리 매컬리스 대통령이 두 나라 사이에 이해와 화해를 촉진하기 위해 대단한 일을 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테러의 우려 속에서도 여왕이 아일랜드 더블린을 방문했다는 자체만으로도 화해를 향한 위대한 걸음이었다. BBC 방송은 그날을 이렇게 기록한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당시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한 말을 빗대어 '여왕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양국 간 역사에서는 엄청난 순간'이다."
8일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여왕은 평화롭게 사망했다. 왜 그녀는 버킹엄궁 잉글랜드가 아닌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생을 마감했을까?
2014년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찬반 투표 후 분리독립이 무산되었다. 내년에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재선거가 있을 예정이다. 혹시 그녀는 스코틀랜드가 분리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스코틀랜드에서 눈을 감고 싶었을까. 내가 기억하는 그녀가 자꾸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