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애교와 협상의 결과, 딱 이 만큼의 갈비만 받아왔다. 남은 갈비는 아내와 힘을 합쳐 처가에서 상당 부분 먹어 치웠다.
박종원
그날 이후 얻은 깨달음은 다음과 같다. 명절 일주일 전부터는 절대 장을 봐서는 안 된다는 것. 혹시나 필요 이상의 반찬을 받았을 때 이를 대량으로 소비할 수 있는 요리법과 인맥을 확보해 놓아야 한다는 것(명절 시즌만큼은 직장 동료들끼리 남은 반찬을 소진하기 위한 도시락 테스크포스(TF)를 꾸리는 것도 괜찮겠다).
그럼에도 냉동은 최대한 지양할 것. 그것은 결국 채무유예에 불과할 뿐이니까(솔직해지자. 우리는 정말 냉동실의 식재료들을 적재적소에 꺼내 먹고 있는가).
사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부모님으로부터 적당한 양의 음식만 받아오는 것이다. 여기에는 처세술, 설득력,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의 임기응변, 두 사회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조율 능력이 필수적이다. 어쩌면 사위와 며느리 역할의 총합,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정말 쉽지 않은 얘기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혼자 사는 게 아닌 이상 문제는 늘 생기기 마련이고, 이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무난하게 이 일을 해결하는 것뿐(웃음과 애교, 그리고 선물과 용돈이 꼭 필요한 이유다).
이 글을 읽고 계신 50, 60대분들은 이런 글 자체가 조금 섭섭할지도 모르겠다. 부모님들의 걱정, 우리 역시 모르는 바는 아니다. 내 새끼들 따로 나가 사는데 밥이나 제대로 챙겨 먹고 사는지, 걱정되는 그 마음 말이다. 자신이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을 건네주는 일이야말로 최대의 애정표현이라는 것도.
그럼에도 당신들의 사랑에 비해 우리의 위장은 늘 한정돼 있다는 것도 좀 알아주셨으면. 어머니 아버지. 저희, 생각보다 잘 먹고 있는 걸요. 걱정 마세요. 사실 너무 먹어서 걱정입니다. 이 뱃살을 보시라고요오오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8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