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예쁜 꽃바구니내 마음이 잘 자리한 듯하다.
남희한
비가 와서 빗방울 한두 방울이 장식으로 추가된 꽃바구니를 아내에게 안겼다. 둥그레지는 눈과 벌어지는 입술이 슬로모션으로 뇌리에 각인됐다. 그 순간, 거의 확실하게 받는 아내보다 주는 내가 더 행복했다.
'아! 이래서 꽃 선물을 하는구나...'
경상도 남자에게 생전 처음 꽃 선물을 받은 아내는 몸은 감동을 표하면서도 입으로는 "웬일이야?"라는 당연한 의구심을 표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는 생각 풍선이 아내 머리 위에 얼핏 보인 듯도 하다.
너무 예쁘다고 말하는 아내에게 직접 만들었다고 말하자, 아내는 처음 꽃을 받았을 때보다 더 둥그렇게 눈을 떴고 침이 흘러내릴 정도의 각도만큼 입을 벌렸다. 그 순간, 거의 확실하게 아내가 느낀 충격보다 내가 느낀 뿌듯함이 컸다.
아내는 한동안 고인 침을 채 삼키지도 못하고 침을 튀기며 말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파는 걸 사온 줄 알았다, 너무 예쁘다, 고맙다, 어떻게 만들었냐, 근데 웬 꽃 선물이냐, 혹시 잘못한 거 있냐, 근데 너무 좋다, 너무 예쁘다, 근데 어쩐 일이냐... 남편이란 존재가 준 최초의 직접 만든 꽃 선물에 아내의 반응은 갈피를 잡지 못했고 나의 어깨는 하늘로 방향을 고정하고 쭈욱 치솟아 올랐다.
그동안 아이들 키우느라 고생 많았다는 말에 눈물과 함께 퍼지는 아내의 미소. 꽃을 보고 연발하는 아이들의 감탄. 나도 모르게 북받쳐 올라오는 기쁨과 보람. 내 작은 결심과 약간의 시간과 돈으로 이런 알찬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이제는 안다. 꽃은 낭비가 아니다. 가끔은 꽃 선물도 좋다. 아니 정확히는 가끔은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마음을 보여 줄 수 있는 것이라면 그 뒤엔 행복이 따라 올 거라는 사실을 믿는다.
내 기준에서 무가치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측정할 수 없을 만큼의 가치를 선사하는 걸 보니,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다른 사람을 위해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어느덧 꽃은 시들었지만 아내의 얼굴은 여전히 밝은 것을 보면, 그것이 무엇이든 마음을 전하는 일은 항상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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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42년만에... 아내를 위한 꽃바구니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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