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하는 한일 정상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컨퍼런스 빌딩에서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2022.9.22
연합뉴스
- 한일 정상이 30분간 만났죠. 양국 간 성격 규정이 다른 것 같아요. 한국은 정상회담이었다고 하지만 일본은 간담이라고 해요. 왜 다를까요?
"일본은 의미를 축소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일본 내부의 정치적 사정, 특히 기시다의 정치적 사정이 복잡한 것 같아요. 뭐냐면 기시다와 하야시 외상 같은 경우 한일 관계를 풀어야 된다는 입장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자민당 내에 강경 세력들은 한일 관계를 지금 이렇게 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리고 아베의 유산이 남아 있잖아요. 그게 남아 있는 상황에서 기시다가 나서서 어물쩍 한일관계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일본 내부에서 보여줄 수가 없는 거죠. 그러니 거기는 정상회담이라는 용어 자체를 피하죠."
- 윤석열 정부 주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한일관계가 망가졌는데 이렇게 그나마 만난 것에도 의미가 있다는 것인데요.
"풀어나가야 하는 쪽에서 만난 건 의미가 있기는 하죠. 과거 한일 관계 같은 경우 명백히 한국이 피해자고 일본이 가해자였잖아요.
근데 지금 일부 국제사회는 그렇게 인식하지 않아요. 강제징용 배상에 대한 법원 결정 있잖아요(일본 전범기업의 한국 자산을 강제로 매각, 강제징용 피해자에 배상하라고 한국 법원이 결정한 내용), 그렇다보니 그게 일본 주권을 침해하는 듯한, 마치 한국이 국제법 원칙을 어긴 것처럼... 그리고 일본·일본 기업은 피해를 입는 것처럼 인식이 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프레임을 얼른 바꿀 필요가 있죠. 그러면 일본 정부도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만나서 풀어나간다고 하는 원칙상에서 봤을 때는 만남 자체가 의미가 있는 거죠. 그런데 국민 정서가 지금 이걸 허락하지 않는 거예요.
중간 장소에서 만나거나 서로 약속이 조율이 됐거나 일본 내부 사정이 잘 정리가 되도록 미리 사전 정지 작업이 잘 돼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약속 잘 안 된 상황에서 갑자기 찾아가 만나는 것처럼 돼 있잖아요. 마치 가해자가 피해자한테 합의하자고 찾아가는 모양새처럼 국민들이 인식을 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자존심이 상한 것 같아요."
- 이번 순방에서 기대가 컸던 게 한미 정상회담이었어요.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회담 확정적으로 발표했는데 48초 만났죠. 이에 대통령실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할 얘기는 다 했다며 중요한 건 내용이라고 하는데.
"다자 회담장 가서 정상회담 하는 거는 어렵죠. 특히 미국 대통령은 어느 나라 정상이든 다 만나려고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약속을 못 잡아요. 문제는 뭐냐면, 한미 정상회담을 할 거라고 공언을 안 하고 갔으면 괜찮아요. 그런데 할 것처럼, 당연히 하는 것처럼 해놓고 지금 갔잖아요. 그러고 나서는 안 되니까 '정상회담이라고 하는 형식보다 실무급에서 지속적인 논의 계속 내용이 발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사후 변명처럼 얘기가 나온 거란 말이에요. 그게 국민들이 지금 이해가 잘 안되는 거죠.
못 만날 수 있죠. 그리고 48초 만나서 지금 우리 현안이 이렇다고 얘기하는 것도 충분한 시간일 수 있어요. 근데, 마치 한미 정상회담을 열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조성한 거거든요. 이건 대통령이 잘못 판단한 걸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대통령 주변에서 그렇게 바람을 넣은 사람들이 있을 거란 말이에요. 안 될 것 같으면 참모들이 그걸 잡아줘야 되거든요. 그런데 그걸 누구도 역할을 못 했던 거예요. 그러니까 외교부 장관 국가안보실장 국가안보실 차장 중에 학자나 정치인 출신 말고 직업 관료 출신이 있었으면, 사고가 안 났을 수도 있어요."
- 왜 그랬을까요? 대통령은 몰랐어도 참모는 알 것 같은데.
"어느 단계에 순간 묵살이 되거나, 그걸 대통령이 안 들었거나 두 가지 중에 하나겠죠."
- 이번 순방을 다 덮은 게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발언이에요.
"그게, (그런 발언을) 호텔 방 올라와서 장관과 국가안보실장에 얘기하면 누가 뭐라고 그러겠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뻔히 카메라 돌아가고 있고 공개 석상에 사람들 많이 있었는데... 그런데도 오해를 받을 수 있을 만한 말을 한 게 잘 이해가 안 돼요.
국회에서도 의도적으로 의원들이 문자 노출하는 경우 있잖아요. 그런 전략을 가지고 얘기 했다거나 (아니면) 옛날에 미국과 유럽 정상들 간에 그런 신경전들이 있기 있었어요. 근데 지금은 그럴 이유가 없는 거죠. 그게 '날리면'이 됐든 '바이든'이 됐든, 하지 말았어야 되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할 장소에서 한 거죠. 그건 '빼박'이에요. 그런데 그게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혹은 왜 보도를 그걸 먼저 했느냐 말았느냐를 가지고 문제 삼기 시작하면 그걸 이해해 줄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거예요."
- 이런 발언을 외교 무대에서 해도 외교적 문제가 없을까요?
"이게 공개 석상에서 하거나 의도를 가지고 한 건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문제 삼을 수는 없겠죠. 근데 미국 국회의원들 몇 명은 벌써 (이 내용으로) 트위터를 날리잖아요. 백악관은 거기에 대해 논평 안 한다고 하는 건데, 논평하면 백악관이 이상해지니까 안 하는 거예요.
문제가 왜 없겠어요. 외교도 사람이 하는 건데 기분 나쁘죠. 과거에도 김영삼 대통령이 일본 총리 버르장머리 고쳐놓겠다고 얘기해서 한일관계 최악으로 치닫고 또 클린턴 대통령한테도 사석이었지만 모욕적인 좀 이야기 했죠. 공식 관계는 한미 관계가 돌아가지만, 그게 IMF까지 불러왔다고 야사로 얘기하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예요. 사람이 하는 거기 때문에, 이게 100% 문제없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 그럼 이 논란이 어디까지 갈까요?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앞으로 미국 중간선거 이후에 전망을 보면 민주당과 바이든 행정부의 정치 세력이 약해질 거잖아요. 그러고 나면 이게 보호 무역주의 그리고 약간 고립주의적인 성향들이 강화될 건데, 거기에 대해서 한국을 예외로 좀 해준다고 하는 걸 생각할 여지가 많이 없어진 거죠. 대통령이 내면의 생각을 얘기한 거라고 볼 수 있잖아요. '대통령이 그렇게 인식하는 나라를 특별히 도와주겠냐'는 걸, 미국은 생각 안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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