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할 때면 나도 모르게 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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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수영 강습을 받을 땐 참 힘이 들었다. "네 바퀴 돌고 오세요"라는 강사님의 말이 떨어지면 차례로 물을 차고 나간다. 8명 중 나는 마지막에 출발했다. 부지런히 앞사람을 따르지만, 쉽게 선두에게 따라잡혔다. 이럴 때면 더 필사적으로 팔다리를 움직였지만 남는 건 숨 넘어갈 듯한 호흡과 어지러움이었다.
이러다 죽겠다 싶어 앞사람을 따라 잡으려는 마음을 접었다. 선두에게 따라 잡히면 길을 내주거나, 운동량이 힘에 부칠 땐 한두 바퀴 정도 쉬며 숨을 골랐다. 내 실력과 체력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따라붙으려고 하니 속도도 자세도 모두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나는 느린 사람이었다. 생각부터 실행까지 오래 걸리고, 일에 착수해서도 제대로 속도가 붙을 때까진 남들보다 두세 배의 시간이 걸린다. 내가 느린 데는 이유가 있다. 더 좋은 결과물을 위해 사소한 과정에도 힘을 쏟기 때문이다.
수영도 마찬가지다. 스킬과 체력이 부족한 초심자인 데다 강사님이 가르쳐준 동작을 완벽하게 해내려다보면 느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나를 인정하고 내 속도를 지키기로 했다. 교정 받은 동작에 집중하며 내 호흡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내 페이스를 찾은 건 아니다. 수영을 할 때면 나도 모르게 급해졌다. 남들과의 속도 비교에선 벗어났을지 몰라도, 여전히 내 안에선 조급증이 올라왔다. 빠르게 무언가를 해치우려는 듯 말이다.
물잡기를 배우던 날도 그랬다. 물잡기는 내 손바닥에 물을 올려 몸 뒤로 밀어내며 추진력을 얻는 동작이다. 처음 물잡기를 배울 땐 속도가 아닌 동작에 집중하는 훈련을 한다.
물은 쥐어도 잡을 수 없다. 대신 손가락 끝에서부터 손바닥까지 묵직하게 걸리는 미세한 감각, 팔뚝에 전해지는 뻐근함을 느낀다. 이때 잠시 집중력을 잃으면 평소처럼 속도가 올라간다. 앞으로 나가는데 급급해져 배운 것을 몸에 익힐 기회가 사라진다.
"왜 그렇게 팔을 빨리 휘저어요? 속도는 하나도 안 중요해요. 내 몸에 잘 익히도록 천천히 하세요."
내가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강사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가만히 보니 이 말은 내가 배우는 모든 것에 적용된다.
배운다는 건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새로움은 서툴다는 의미다. 느릴 수밖에 없고 느려야 한다. 기본을 갖추고 있게. 속도는 그 다음에 내면 된다. 이 과정이 없다면, 당장은 속도가 나는 것 같지만, 더 힘을 내야 할 때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기본이 없으니까. 그때가 되면, 기본을 쌓을 기회도 모두 사라져 버리겠지. 이미 나는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므로.
누구나 자기만의 속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