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 공판이 진행 중인 유타주 5지방법원 풍경. 좌측이 활동가들과 변호인, 우측이 검사.
DxE 유튜브 갈무리
이번 판결은 'DxE(Direct Action Everywhere)' 활동가가 무죄를 선고 받은 최초 사례다. 이번 사건 활동가들도 속해 있는 DxE는 전지구적 동물해방 풀뿌리 네트워크로 알려진 동물권 운동 단체다. DxE 활동가들은 2013년부터 축산업 시설이나 연구소에서 학대받거나 착취되는 동물을 직접 구출하는 '공개구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꾸준히 재판에 넘겨져 왔다.
기소된 2명의 활동가들은 각각 최대 5년 6개월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었다. 이 재판은 유타주 법무장관실과 FBI 등 여러 기관이 5년 넘게 수사하고 재판 대응을 한 사건으로, 피해액이 100달러(한화 13만~14만 원)도 넘지 않는 단순 절도 사건에 FBI 수사관만 8명이 넘게 동원되면서 이례적이라는 비판을 산 사안이었다.
학대 동물 구출에 대한 무죄 선례가 남음으로써 이 논리가 미국 전역으로 확대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활동가 웨인은 선고 직후 법원 밖의 기자들에게 "미국 남부 유타에서 일어날 수 있다면, 이제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동물을 구조할 권리?
사건의 시작은 2017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웨인을 포함한 DxE 활동가들은 스미스필드가 '가로 2피트(61cm) x 세로 7피트(213cm)' 크기의 돼지 임신 상자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켰는지 확인 조사를 나갔다. 그 과정에서 여전히 좁은 임신 상자에 갇힌 돼지들을 다수 발견했고, 특히 분만 상자에서 죽거나 썩어가는 새끼 돼지와 심각한 부상을 입고 바닥에 널브러진 새끼돼지들도 다수 확인했다.
이들은 이후 공장에 몰래 들어가 이전 조사에서 확인했던 심각한 상황의 새끼돼지 2마리를 이송해 밖으로 데려왔다. 이들은 돼지들에 릴리(Lily)와 리지(Lizzie)라고 이름 붙이며 구조 과정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공개했다. 구출 과정에서 찍은 내부 영상까지 <뉴욕타임스> 보도로 함께 공개하며 구조할 권리를 전세계적으로 공론화했다.
이들의 공개 구조는 현행 법체계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운동이다. 대상 동물이 축산기업·연구소 등의 소유물이기에 허가 없이 이송하는 행위 자체가 절도, 건조물침입 등 범죄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동물권 활동가들은 의도적으로 법의 규정을 넘는 비폭력 불복종 행동과 직접행동을 벌여 사회에 구조할 권리를 확립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