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학생별로 밀착 맞춤형 교육을 해서 국가가 책임지고 기초학력 안전망을 만들겠다."
"지난해 고등학생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수학, 영어 수준이 미달되는 학생이 2017년 대비 40% 이상 급증했다. 기초학력은 우리 아이들이 자유시민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나라가 앞장서서 기초학력이 저하된 학생들을 세심하게 선별해 지원하겠다는 취지는 충분히 환영할만하고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하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조금 뜬금없다'였다.
소위 '수포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인해 사회 모든 분야에서 양극화가 심화됐다. 교육도 예외일 수 없어서 사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가 떨어졌다는 기사를 종종 접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수포자(수학 포기자)'라는 말이 나올 만큼 기초학력이 떨어졌다는 진단하에 기초학력평가 문제가 화두가 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수포자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이 과연 기초학력이 떨어지기 때문인가에 관해서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수포자가 나오는 것은 수학 문제를 풀 수 있는 기초적인 학력이 떨어져서라기보다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지 않는 교육방식과 평가 방식을 고수한 탓이 크지 않나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등학생과 초등학생인 두 아이를 키우면서, 늘 공부의 목적은 대학 입시고 수단은 수학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아니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는 것이, 수많은 설명회나 매체에서 수학의 중요성을 말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내가 학교에 다녔을 때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수학 공부에 쏟아붓지만 수학 점수를 올리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 됐다.
내신에서는 등급을 나누기 위해 쓸데없이 어려운 문제를 내기 때문에 사실 수학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하면서도, 아이들 사이에서는 '어차피 1등급은 어려워, 어차피 망할 텐데' 하는 자조적인 소리가 나온다. 대부분의 공부시간을 수학 공부에 할애하는 아이들인데도 말이다. 실수를 유발하는 문제를 내는 이상 그리고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로 아이들을 평가하는 방법을 유지하는 이상 수포자가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러니까 기초학력 때문에 수포자가 생긴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단순히 기초학력을 평가해 뒤처진 아이들을 관리해 주는 것 이상의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지금 우리나라는 코앞에 닥쳐있는 수많은 문제가 있고,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저출생' 문제다. 저출생이 가져올 수 있는 수많은 문제들 중에서 학령인구 감소를 생각할 때 지금과 같은 무조건적인 줄 세우기나 경쟁이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한때 유행했던 영재 학급이 요즘 들어 유명무실해졌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마도 영재학급이나 영재고가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아 매력이 떨어진 탓도 있겠지만, 더 큰 문제는 이제 정말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될 때가 됐다는 데 있을 것이다.
가뜩이나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이니만큼 아이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 때다. 그러니 똑똑한 천재나 영재 한 명을 키워내는 교육보다, 다양한 재능을 가진 다수의 아이들이 지혜를 모아 협력할 수 있는 교육이 중요한 시대로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닐까.
영수 기초학력 올라가면 자유시민이 될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