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와 스프쌀쌀해진 날씨에 먹기 좋은 따뜻한 샌드위치와 스프
김지영
이때는 "남들과는 다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이미 한 번의 실패로 시간이 지체되어 모두가 생각했을 법한 메뉴를 파는 식당은 벌써 대기가 한창일 것이라고 봐야 한다. 과감하게 날씨에 따른 메뉴가 아닌 다른 메뉴를 선택해야만 러시아워를 피할 수 있다. 즉, 이 계절에 생각날 것 같지 않은 음식으로 골라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추워진 날씨에 냉면 같은 음식을 먹을 수는 없으니, 적당한 중립점을 찾는 것이 새로운 과제가 된다. 이것 저것 다양하게 파는 분식집에 가서 김밥에 우동이나 라면을 먹으면서 국물을 섭취할까? 아니면 파스타를 파는 이탈리안 식당에 가서 국물이 자작한 토마토 해산물 파스타나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뜨끈한 리조토를 먹어볼까? 정 안 된다면 샌드위치 전문점에 가서 따끈하게 구운 토스트 샌드위치에 뜨끈한 스프를 곁들여 먹어도 좋다.
그 중에서 샌드위치 집으로 발길을 돌려본다. 아니나 다를까 다이어트의 계절인 여름이 지나가고 난 후라서 그런지 조금은 한산하다. 원하는 빵을 고르고 내용물을 골라 토스팅을 해 달라고 요청한다. 오븐을 거치면서 치즈는 녹아들고 빵과 햄 혹은 닭가슴살 따위의 육류는 따뜻하게 데워진다.
스프를 시킬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시켜 본다. 바깥 날씨는 서늘하고 나는 따뜻한 국물이 (동양 국물이든 서양 국물이든) 필요하니까.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햇살이 따사롭다. 스프를 아무래도 괜히 시켰나 후회를 하던 차에 한 수저 떠 먹으니 속이 사르륵 녹는 기분이 든다. "그래. 이 계절엔 역시 국물이지."
쌀쌀해진 날씨에 제일 첫 번째로 생각난 '그 메뉴'는 못 먹었지만, 추운 속을 녹여줄 '남들과는 다른' 음식을 먹었으니 오후를 살아낼 힘을 내본다. 아직도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그 식당 앞을 지나 사무실로 복귀를 한다. '내일은 꼭 누구보다 빠르게 '그 메뉴'를 먹기 위해 부지런을 떨어 봐야지, 라는 다짐을 하면서.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 시민기자들이 '점심시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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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생각나는 그 메뉴, 직장인들 눈치 게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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