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생빵사' 스무살의 선택, 편의점 빵

등록 2022.10.25 15:55수정 2022.10.2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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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생빵사'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빵을 너무 좋아해 빵 없이는 못 사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 마치 나를 위해 만들어진 형용사인 것 같다. 사실 나는 원래 빵보다는 밥을 좋아하는 '밥순이'로, 밥이 주식이고 빵은 간식이나 후식 개념이었다. 지금 빵 없이는 못 사는 몸이 되었지만.


고등학생 때까지 나는 유명 프랜차이즈점에서 파는 1200원짜리 크림 단팥빵을 좋아했다. 하굣길에 항상 들려 우유와 빵을 함께 사 저녁으로 대신했던 것 같다. 가성비를 생각하면 최고의 선택이었다. 그러다 한 번씩 변화를 주고 싶을 때는 조금 더 비싼, 그렇지만 3천 원은 절대 넘지 않는 다른 잼이 들어간 빵이나 소시지빵을 사 먹었곤 했다.

이때까지는 빵에 대한 사랑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본격적으로 내가 '빵순이'가 된 것은 성인이 되고 나서 운동을 시작한 후였다. 땀을 흘리는 운동과 처음으로 근육을 자극하는 경험을 하고 난 뒤, 나는 떨어진 당을 한번에 올려줄 수 있는 무언인가가 필요했고 그 결과 다양한 종류의 빵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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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찾아 본 '편의점 빵'은 정말 웬만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카페 같았다. ⓒ elements.envato

 
처음에는 비싼 빵 값에 놀라 수십 번을 고민하다 결국 옆에 있던 조금 더 저렴한 빵을 집어 들었다. 매일 운동 끝나고 먹는 그 달달한 빵이 하루의 낙이자 행복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조금 더 돈을 쓸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나자 조금 비싼 개인 카페의 디저트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평균 3000~4000원이 훌쩍 넘는 디저트들에 호기심이 생겼고 그렇게 하나 둘 씩 사 먹다 보니 어느새 아르바이트로 번 비용의 3분의 1을 나는 디저트에 바치고 있었다. 또 습관처럼 매일 하루에 하나씩은 꼭 디저트를 먹어야만 하는 일종의 강박이 생기기 시작했다. 먹고 싶을 때 먹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냉동고를 점점 빵들로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나는 마치 빵에 중독된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주변에 바디 프로필을 준비하는 친구를 만나게 되었고 그의 식생활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야채 위주의 탄단지(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줄임말) 구성을 가진 식단과 당과 지방을 최소화하는 건강한 식단이었다. 군것질로만 끼니를 때우는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운동을 더 열심히 하면서 식단까지 건강하게 바꿔보고자 마음 먹었다.

요거트와 견과류, 과일, 야채를 챙겨 먹는 와중에도 빵은 포기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건강한 식단 후에 약간의 빵을 챙겨 먹으니 이전보다 더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오늘 먹고 싶은 것을 꾹 참고 그 다음 날 먹었을 때, 그 음식이 주는 행복감이 더 컸기 때문이다.


끼니를 건강하게 챙겨 먹는 것도 지출 비용이 만만치는 않았다. 샐러드를 직접 만들어 먹기보다는 사 먹는 편이었는데, 김밥 한 줄 비용보다 샐러드 하나 가격이 두 배로 더 비쌌다. 또 저당 간식이나 건강한 재료로만 만든 빵은 가격이 평균 하나의 3천 원대는 넘었다. 이 때문에 점점 비용 문제를 고려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하게 된 선택이 바로 '편의점 빵'이었다. 오랜만에 찾아 본 '편의점 빵'은 정말 웬만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카페 같았다. 빵피보다 크림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해 한 입 물면 마치 구름을 베어 무는 듯한 빵부터, 크림치즈와 모짜렐라 치즈가 들어가 있어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으면 단짠의 정석인 빵까지 다양했다.

특히 유명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점과 협업해서 멀리 가지 않아도 집 앞에서 사 먹을 수 있도록 나온 빵 등 매달 새로운 빵이 끊임없이 나오는 편의점의 신세계에 눈을 뜨고 말았다. 집 앞에 모여 있는 3개의 다른 편의점을 날마다 번갈아 가며 들러 새로운 빵을 발견하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특히 '연세우유 크림빵'을 처음 접했을 때 받았던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정말 매일 아침 저녁으로 편의점에 가서 보이면 무조건 사 놓았던 것 같다. 나처럼 감동을 받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니기에 계속해서 메론, 옥수수 맛과 같은 새로운 맛으로 출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황치즈맛, 땅콩 크림맛, 커피 우유맛 등 편의점에서 접하기 조금 어려운 맛 위주로 더 다양하게 출시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편의점은 잠옷 차림으로 누구나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거리에 항상 있기 때문에 먹고 싶을 때마다 가서 사 먹을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좋은 것 같다.

가끔씩 나도 모르게 별로 먹고 싶지 않지만 습관처럼 편의점을 가 볼 때도 있다. 물론 빈 손으로 나올 때도 종종 있지만, 필요하지 않은 소비를 할 때도 있다. 또 너무 단 것을 많이 먹나 싶을 정도로 빵에 대한 집착이 심할 때도 있다. 요즘 바디 프로필,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유튜브를 봐도 요요 브이로그, 빵 폭식 브이로그와 같이 가슴 아픈 사람들의 모습이 비춰질 때가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음식이 주는 행복감이 굉장히 큰 편인 사람이다. 그 중 '빵'이라는 음식이 가장 크게 나에게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너무 음식에 대한 죄책감을 가져 막연히 자제하는 삶을 살기보다는 가끔씩 건강한 것들을 챙겨 먹고 운동은 습관처럼 하면서 우리 몸이 원하는 것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 내 몸이 주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려고 한다.
#편의점빵 #가성비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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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재를 담아 잔잔한 기사를 쓰고 싶은 대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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