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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잃은 신발 66개, 네 컷 사진 속 환한 얼굴...유품 안은 유족 오열

[현장] 이태원 압사 참사 유실물센터 찾은 피해 시민들..."상인 분이 물 뿌려주고 빼내려 도와줘"

등록 2022.11.01 14:47수정 2022.11.0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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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유실물센터가 마련되어 옷, 신발, 가방 등 유실물들이 놓여 있다. ⓒ 공동취재사진

 
가방 124개, 옷 258벌, 신발 256켤레, 전자제품 등 기타 물건 156개.

1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체육관 1층 한편. 이태원 압사 참사 당일 거리에 흩어져 있던 물건들을 정리한 숫자가 관리자의 손에 들려 있었다. 한 짝만 남은 신발은 '홀 66'으로 표시됐다.

전날부터 내내 체육관 간판 위에 걸려 있었던 '이태원 사고 유실물 센터' 대형 펼침막과 입간판은 오전 10시께 철거됐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는 "유실물이라는 단어에 대한 (일부 유족의) 항의가 들어와 내리고 문구를 바꾸기로 했다"고 전했다. 부상을 입은 일부 시민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귀가했고, 흰 상자에 담긴 유품을 안은 한 유족은 한동안 오열하며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물뿌리며 정신차리라 격려... 친구와 함께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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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유실물센터가 마련되어 옷, 신발, 가방 등 유실물들이 놓여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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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유실물센터가 마련되어 옷, 신발, 가방 등 유실물들이 놓여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핼러윈 글씨 위 호박 그림이 그려진 검정 모자, 텔레토비 보라돌이 캐릭터 탈, 거미 모양 인형, 각종 안경과 무선 이어폰, 휴대전화, 신용카드와 신분증들...

그날의 참혹한 상황을 보여주듯 성한 물건은 거의 없었다. 코스튬을 위해 준비한 탈과 장난감 위엔 흙먼지가 내려 앉았고, 안경은 알이 하나 빠져있거나, 휘어진 채로 놓여 있었다. 흰 운동화와 밝은 색의 옷들은 흙 등이 묻은 그대로 정리돼 있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 중인 '네 컷 사진'도 더러 보였다. 친구와 함께 동물 머리띠를 하고 함께 하트를 그린 사진부터, 익살스러운 탈을 쓰고 활짝 웃는 사진까지. 참사 직전 핼러윈 축제 분위기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친구와 함께 구조되어 가방을 찾으러 왔다"는 20대 초반의 한 여성은 구조 당시 상황을 기자들에게 전했다. 골절로 한 쪽 다리에 깁스를 한 채였다. 그는 "한 상인분이 (깔려 있던 저를) 빼주려고 하셨다. 구조 전까지 물도 위에서 뿌려주고, 정신을 잃으려 하니 얼굴을 만져주시면서 정신차리라고 격려했다"면서 "저는 경상자로 분류돼 (연락을 받고 온) 아버지가 저를 업고 한강진역까지 걸어가 차를 타고 이동, 응급실을 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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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유실물센터가 마련되어 옷, 신발, 가방 등 유실물들이 놓여 있다. 다리를 다친 한 부상자가 자신의 물건을 찾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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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유실물센터가 마련되어 옷, 신발, 가방 등 유실물들이 놓여 있다. 다리를 다친 한 부상자가 자신의 물건을 찾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전날(10월 31일) 오후 8시부터 개방 중인 유실물 센터는 24시간 개방되며 오는 6일 오후 6시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까지(오후 1시 기준) 유족과 부상자 등 10명 가량의 시민들이 이곳을 찾았다.  


한편 이날 오전 9시까지 열려있던 이 공간은 오전 10시께부터 취재진의 출입이 '일부 인원'으로 제한 허용됐다. 인터넷에서 분실한 물건을 찾을 수 있는 경찰청 유실물 시스템(https://www.lost112.go.kr)에 유실물 등록을 다 마치지 못해 추가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현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면, 이태원 압사 참사 당일 수거된 물품을 모아놓은 링크가 팝업창으로 안내돼 있다.
#이태원 #압사참사 #핼러윈 #축제 #유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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