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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4시간 전 112 첫 신고 "'그 골목' 압사당할 것 같아요"

[이태원 참사 당일 112신고내역 입수] 사고 전 총 11번 신고... "소름" "아수라장" 경찰에 SOS

등록 2022.11.01 17:46수정 2022.11.0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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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참사가 발생한 골목길 입구에 경찰통제선이 설치되어 일반 시민들의 접근이 통제되고 있다. ⓒ 권우성


시민들은 끈질기게 참사를 경고했지만, 국가는 막지 못했다.

<오마이뉴스>가 1일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제공받은 이태원 압사 참사 당일 112신고내역에 따르면, 이날 경찰에는 총 11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최초 신고는 오후 6시 34분, 사고가 발생하기 약 4시간 전이다. 게다가 첫 신고 장소는 바로 '그 골목', 압사 참사가 일어난 해밀턴호텔 바로 옆이었다.

[최초 신고] 10월 29일 오후 6시 34분

신고자 : "클럽 가는 길, 해밀턴호텔 그 골목에 이마트24 있잖아요. 그 골목이 지금 사람들이 오르고 내려오고 하는데 너무 불안하거든요. 그니까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아요. (저는) 겨우 빠져나왔는데 이거 인파 너무 많은데 통제 좀 해주셔야 될 거 같은데요."

경찰관 : "사람들이 교행이 잘 안 되고 압사 밀려서 넘어지고 그러면 큰 사고 날 거 같다는 거죠?"

신고자 : "네네 지금 너무 소름끼쳐요. ...(중략)... 지금 아무도 통제 안 해요. 이거 경찰이 좀 서서 통제해서 인구를 좀 뺀 다음에, 그 다음에 안으로 저기 들어오게 해줘야죠. 나오지도 못하는데 지금 사람들이 막 쏟아져서 다니고 있거든요."


2시간여 뒤, 비슷한 신고가 또 들어왔다. 벌써 네 번째였다. 이번에도 신고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막 압사당할 것 같아서"라고 걱정했다. "아수라장"이라고도 묘사했고, 혹시나 경찰이 신고를 가벼이 여길까봐 "장난전화 아니에요"라고도 말했다.


[4번째 신고] 10월 29일 오후 8시 53분

신고자 : "여기 지금 이태원, 이태원인데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막 압사당할 것 같아서, 우리가 브론즈라운지에요. ...(중략)...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래요. 아수라장이에요."

경찰관 : "아수라장이라고요?"

신고자 : "네, 진짜 장난 아니에요. ... (중략)... 여기가 비알오엠제트 ○○(지직)인데, ○○(지직) 장난 아니에요. 장난전화 아니에요."


이후 짧은 간격으로 112 신고가 이어졌다. 오후 9시, 9시 2분, 9시 7분, 9시 10분... 6번째 신고자는 "이러다가 진짜 사고 날 것 같다"며 "여기 진짜 길 어떻게든 해주세요. 진짜 사람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8번째 신고자 역시 "지금 여기 다 사람들이 압사당할 것 같다"며 "상태가 심각하다"고 누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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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유실물센터가 마련되어 옷, 신발, 가방 등 유실물들이 놓여 있다. ⓒ 공동취재사진

 
[6번째 신고] 10월 29일 오후 9시 2분

신고자 : "여기 이태원 거린데요, 지금 인파가 너무 많아서 길에서 다 떠밀리고 있거든요. 이러다가 진짜 사고 날 것 같아요. ...(중략)... 여기 진짜 길 어떻게든 해주세요. 진짜 사람 죽을 것 같아요."

[8번째 신고] 10월 29일 오후 9시 10분

신고자 : "지금 여기 다 사람들이 압사당할 것 같아요. ...(중략)... 핼러윈 축제 중인데 상태가 심각해요. 안쪽에 막 애들, 막 압사당하고 있어요."

경찰관 : "그 압사당할 것 같이 사람이 많은 장소가 이태원역 몇 번 출구라던지 좀 구체적으로..."

신고자 : "그니까 저기, 여기 뭐야. 아 여기 무슨 호텔이지? 아, 아 여기 어디 호텔이지? 만남의 광장? 아 만남의 광장 앞인데. 지금 좀 심각해요 상태가. 이태원역 만남의 광장."


오후 10시 11분, 11번째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신고위치는 이태원동 119-7번지. 사고가 발생한 해밀턴골목 끝쪽에 위치한 주점이었다. 이번 신고자도 "여기 압사될 것 같다"며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마지막 신고] 10월 29일 오후 10시 11분

신고자 : "여기 압사될 것 같아요. 다들 난리 났어요."

경찰관 : "어디죠?"

신고자 : "코사인 앞이에요."

경찰관 : "예, 포카인요?"

신고자 : "포아테이 카운테이, 여기 사람들 다."

경찰관 : "위치 좀 추적할게요. 네, 그쪽으로, 용산역 근처, 이태원역 근처신가요?"

신고자 : "아~(비명소리) 아~(비명소리), 이태원 뒷길요. 이태원 뒷길."


그리고 몇 분 뒤, 사람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경찰 추정 오후 10시 15분경). 1일 오전 11시 기준 이태원 참사로 인한 사망자는 156명, 부상자는 151명이다. 

이날 윤희근 경찰청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있었지만,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태원 참사 후 정부가 처음으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사례였다(관련 기사 : '대응미흡' 인정한 경찰청장 "심각성 알리는 신고 다수 있었는데..." http://omn.kr/21fg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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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국화와 메모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 ⓒ 이희훈


 
#이태원 참사 #112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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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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